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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우는 당신의 컨텐츠/도서리뷰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줄거리, 불가능을 도전하게 하는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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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 김초엽 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제목이 눈에 밟혀 꼭 읽고야 마는 책이 있다.

김초엽의 [우리가 빛이 속도록 갈 수 없다면]처럼.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서 빛의 속도로 가야만 하는 걸까.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어쩌겠다는 걸까... 궁금했다.

 

소설 속 노인 안나는 폐쇄된 우주 정거장에서

슬렌포니아 행성계로 가는 우주선을 기다리고 있다.

아주 오래전

지구에서 슬렌포니아로 이주한 남편과 아들을 만나기 위해.

워프 항법으로 여러 해가 걸려 슬렌포니아로 가던 우주선은

웜홀 통로의 발견으로 더 이상 운항하지 않게 되었다.

워프 항법은 경제성과 안전성에서 웜홀 통로에 훨씬 못 미쳤다.

문제는 슬렌포니아로 가는 웜홀 통로가 없다는 것이다.

 

안나가 남편과 동행하지 않은 이유는

안나가 연구하던 딥프리징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딥프리징은 인간을 냉동 수면 상태로 만들었다가

해동하면 모든 신체 기능이 제대로 돌아오는 기술이다.

의학 분야에서 필요한 기술이면서

몇 광년 떨어진 행성에 가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다.

몇 년 동안 좁은 공간에 갇혀 어둠뿐인 창밖을 보며

제정신을 챙기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더구나 깨어 있으면 먹고 배설하느라 많은 자원이 필요했다.

 

안나가 연구에 몰두하는 바람에

슬렌포니아로 가는 우주선 운행중단 예정 공고를 듣지 못했다.

마지막 우주선이 출발하는 날짜는

안나의 딥프리징 연구의 성공과 성과를 발표하는 날이었다.

발표를 마치고 우주선에 탑승할 예정이었으나

종종 예정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인생이니까.

 

소설 속 남자는

폐쇄된 우주정거장 철거를 위해

안나를 지구로 데려가는 임무를 맡았다.

안나는 슬렌포니아 행 우주선을 기다리며 170살이 되었다.

딥프리징 기술로 백 번이 넘게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안나는 남자가 다른 작업을 하는 사이,

아주 낡고 작은 자신의 셔틀 우주선을 타고 정거장을 떠난다.

지구가 아닌 슬렌포니아를 향해.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니체의 말이 생각났다.

나는 불가능한 그 무엇에 도전하다 파멸한 자를 사랑한다.’

 

다른 행성계에 이주할 정도로 발전한 우주 기술에서

통신 기술은 왜 발전하지 않았을까.

남편과 틈틈이 통신했다면

슬렌포니아행 마지막 운항 시간에 맞춰 연구 스케줄을 조정했을 텐데.

최소한 자신을 대신해 발표할 사람을 세우고

여유 있게 우주선에 탑승할 수 있었을 텐데......

 

빛의 속도로 가서, 닿고 싶은 대상이, 없는, 나는,

사무치는 그리움을 간직한 안나가 부러운 건가.

 

: 엄마, 나는 아무도 그립지 않아. 내가 이상한 걸까.

엄마 : 나도 그래. 그런 성격이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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