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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삶 사랑.../일상 소소한 이야기

인어공주냐 미저리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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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용돈이 생기면 셋째 언니는 책을 샀습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 피터 팬, 소공녀, 인어 공주......

저는 갑순이 인형이나 종이 인형을 샀지요.

인어 공주를 읽으며 하염없이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거품으로 녹아버린 인어 공주가 가엾어서 몇몇 날을 우울했지요.

 

1997,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가 개봉됐고 책으로도 나왔습니다.

당시 여섯 살이던 조카에게 책을 백 번 넘게 읽어 준 거 같습니다.

우르술라가 나오는 심장 쫄깃한 장면을 실감나게 연기하며 읽어줬습니다.

디즈니 인어공주는 다행히 행복한 결말입니다.

 

이십 대의 어느 날, 셋째 언니에게 말했습니다.

언니, 내가 인어공주라면 왕자를 찔렀을 거야.

목숨도 구해줘~

내가 살던 안락한 세계도 다 버려~

목소리도 잃고 걸을 때마다 칼로 찌르는 거 같은 고통도 참아~~

그런데 왕자는 바보 같이 아무것도 모르고

다른 여자랑 결혼해서 내 눈 앞에서 그 여자랑 있잖아!

아유~ 속 터져!!”

인어공주가 왕자를 찌르면 그건 아름다운 동화가 아니라

미저리가 되는 거야! 미저리!”

 

서른 중반, 척추 압박골절로 입원한 밤.

의사의 진통제 투여를 거부했습니다.

마음의 고통에 비하면 뼈가 부러진 고통은 참을만 했습니다.

류는 왜 나를 찾아와서 내 삶을 이다지도 교란 시켰을까.

나는 병원에서 고통에 지글지글 튀겨지고 있는데

류는 신혼여행지에서 행복에 떼굴떼굴 뒤집어지고 있겠구나...

내가 5년 동안 사랑한 사람을, 과연 얼마나 알고 있었던 걸까.

내가 찾아간 게 아니라

그가 찾아왔는데 왜 벌은 내가 받아야 하는가...’

 

지금보다 많이 미숙했던 저는,

사건 해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남 탓에 남을 원망하고 있었지요.

원망과 분노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정상적인 판단이 흐려졌습니다.

'나만 불행할 수는 없어! 류의 결혼도 파탄내야겠다!!

어차피 부모님 성화에 떠밀려 하는 결혼이라며!!'

인어 공주의 손에 들린 칼처럼

류의 결혼을 파탄낼 수 있는 검은 힘이 제게 있었습니다.

머리와 마음 안에서 미저리가 날뛰었습니다.

그러나...

사고 일주일 후, 류의 전화를 받고 말합니다.

... 너를 다시 만나서 벌 받았나봐...

그러니까 절대 다시는 연락하지 마! 절대!!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잘 살자. 끊을게.”

 

인어공주는 목숨 바쳐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낸 거고

저는 방향이 잘못된 원망과 분노를 다스린 것에 불과하지만

그제야 인어공주를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근배 시인의 시를 읽으며 류를 용서하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화양연화를 선물해준 류에게 고마운 마음도 회복했지요.

 

살다가 보면 - 이근배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 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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