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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TWO 윤도현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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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년 전의) 나 생각해보니 소설가가 진짜 점잖을 수는 없는 거 같아요.

유명 소설가 G?

진짜 점잖은 사람은 깨달음이나 이야기를 안에서만 익히지 않을까요?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사람이 글을 쓰고, 더나가 관종들이 글을 발표하는 거 같아요.

G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네.

 

 

관종인 내게 친목모임은 생각보다 즐거웠다. 솔직히, 무척 즐거웠다.

개념이 살짝 부족한 분이 자신이 생각하는, 모임의 3대 미녀를 뽑아 게시판에 올렸다.

그중 한 명이 나였고, 나는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되었다.

모임에서 몇 번 본 남자1 : 우리 모임 3대 미녀 중 한 분 오셨네!

처음 보는 남자2 : 에이~ 설마~ 농담하시는 거죠?

: 저는 선남선녀 눈에만 미녀로 보인답니다~ 하하하~

지나치게 솔직한 남자2의 뒤통수를 살짝 갈겨주고 싶었다.

 

처음 본 여자1 : 아미네님, 마음이 넓네요. 저런 말 들으면 기분 나쁠 거 같아요.

: 물론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제 눈에는 제가 예쁘니까 됐죠, ~

여자1이 살짝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

 

친목모임에서 가끔 이벤트를 마련했다.

유명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모임을 갖는데 이성의 초대를 받은 사람만 참석할 수 있었다. 식사비는 초대하는 사람이 지불했다.

S호텔에 도착하고 나서야 나를 초대한 남성 용비(가명)가 다른 여성 N도 초대한 걸 알았다. 미리 알았다면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다.

~ 모르겠다. 잿밥... 호텔 밥에 관심이 있어서 참석했을 수도 있을 거 같다. 나는 외로운 솔로였고 토요일 저녁, 홀로 텔레비전 앞에서 인스턴트로 때우느니 맛있는 호텔 밥이 심신 건강에 좋지 않겠나.

 

 

오래전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에는 사생아인 송승헌이 친모 이경진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경진은 남자에게 맞으며 살고 있었다.

송승헌 왜 이러고 살아요? 왜에에에에??

이경진 무서워서... 맞는 거 보다 외로운 게 더 무서워서...

 

서른 살 즈음엔, 뭐 저 따위 대사가 다 있나 했다. 맞는 거 보다 외로운 게 더 무섭다니.

그런데, 탈대로 다 태워버린 사랑이 끝나고 나니까... 그 대사를 이해할 수 있겠더라.

내가 단 둘이 식사하자는 분들을 거절한 이유다.

나의 외로움이 건강하지 못한 인연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에.

 

4인용 테이블에 남성은 용비 한 명이었고 여성은 3명이었다. 나와 N, 초대한 남성이 불참하는 바람에 홀로된 여성 C.

다부진 체격에 단정한 헤어스타일의 용비는 여자 셋과 식사하는데도 여유로워보였다. 대부분 홍일점보다 청일점이 더 어색해하던데 말이다.

 

N은 전문직에 세련되고 예쁘장했고, C는 직장인으로 두루뭉술한 몸매에 수더분한 인상이었다. 용비는 목소리가 무척 좋았다. 누구라도 와인 잔이 비면 속히 따라주는 매너가 있었다.

용비와 N은 대화가 잘 통했고 둘 사이에 호감이 통하는 게 보였다. C가 눈치 없이 자꾸 대화에 끼어들었는데 용비는 친절하게 응대해 주었다.

 

나는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며 와인을 홀짝홀짝 마셨다.

용비 아미네님, 와인 잘 드시네요. 한 병 더 주문하지요.

감사합니다~ 용비님과 N님 대화도 잘 통하시고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C 아미네님은 용비님과 안 어울린다는 말이에요?

어머! 해석이 그렇게 되나요~

(C, 용비님께 관심 있구나? 용비님 눈에는 N님만 보이는 거 같은데~ C, 눈치 챙겨~!)

 

모임주최자 B ? 아미네 와인 잘 마시네? 다른 테이블에 남는 와인 갖다 줄게!

 

호텔은 모든 것이 반짝반짝 빛나서 기분이 좋았다.

적당한 취기로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서 기분이 좋았던 거겠지만.

용비와 N을 위해 자리를 피해 주는 센스!...는 아니고 모임에서 친해진 지인들 테이블에 가서 반갑게 담소를 나눴다.

 

모임이 파할 즈음.

N 용비님, 식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감사요? 저랑 식사해서 영광인 줄 아시면 됩니다~ 하하하~

 

어떤 말은, 하면서 동시에 후회의 쓰나미가 밀려올 때가 있다.

...내가 미쳤다!! 정말 미쳤어!!!

감히, ‘모임 3대 미녀^^;’인 나를, 다른 여성과 함께 초대한 것이 마음에 안 들어 무례하게 반응했던 거 같다. 어떤 이유를 갖다 대도 내가 미쳤다, 정말!!

 

다음 날 아침, 쪽지를 보냈다.

[용비님. 어제는 실례 많았습니다.

교만하고 어리석은 모습을 보였네요.

부끄럽지만 그 모습 또한 저라는 걸 잘 압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맛있는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용비님에게서 쪽지가 왔다.

[저는 누구도 판단하지 않기에 

아미네님을 교만하고 어리석다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아미네님도 스스로 자책하지 말기 바랍니다.

식사는 대접 받은 걸로 하겠습니다.]

..............................................

 

용비의 점잖은 응대에 매료되어 버렸다.

내 식사 제의를 거절하다니, 신기하기도 했다.

용비가 나를 만나고 싶어 하도록, 일주일에 한 번씩 글을 써서 보냈다.

내가 본 하늘과 들꽃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내가 만난 사람들의 선함에 대하여.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살아 있음의 감사에 대하여.........

................................................

 

세 번 째 데이트한 날, 용비가 노래방에 가자고 했다.

노래방에서 용비가 부른 노래가 윤도현의 사랑TWO였다.

용비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노래 부르는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용비가 S호텔 모임에 나를 초대한 건,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에 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1년 후,

용비는 나의 남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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