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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삶 사랑.../일상 소소한 이야기

연극,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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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버스로 2 정거장 거리에 치악예술관이 있다. 원주에서의 새 삶에 적응하느라 공연을 보러 갈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작년에 치악체육관에서 [김광석 다시 부르기] 공연을 본 것 외엔 전무하다.

그런데 오늘, 치악예술관에서 [해프닝]이란 연극을 보고왔다. 전석무료! 세상에나. 세종문화회관보다 더 친절한 스탭들이 정장을 빼입고 티켓팅과 안내를 했다. 아이 러브 원주~

[건강 염려증을 달고 사는 남자, 웃기려고 작정한 연극]이란 설명이 붙은 해프닝.

무대 장치 가성비 갑이다. 20~30대 관객들만 모였다면 빵빵 터질 각본, 주거니 받거니 대사의 맛을 아는 작가다. 관록이 느껴지는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요즘 연극은 발성을 자연스럽게 하나? 대사 전달이 잘 안 될 정도였다. 옛날 연극은 발성을 크고 시원스럽게 해서 대사 전달이 잘 됐는데 좀 아쉬웠다. 무료라서 배우들이 성대보호 차원에서 저러나 싶기도 했다.^^ 배우들의 성량이 부족한 건 아니었다. 힘껏 질러야 할 때는 모두 발성이 잘됐다.

 

자신이 간암 말기라고 착각한 남편이 아내 몰래 남은 생을 정리하려다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죽음을 앞둔(앞뒀다고 착각한) 남편이 얼마나 세상이 아름다운지, 벽도 테이블도 소파도... 모두 아름답다는 대목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3시 시작, 439분 종료. 유쾌한 연극이었다.

오후 2, 도반이 평창에 가는 길에 치악예술관에 내려 주고 갔다. 치악 예술관 지하에 [카페 1994]가 있다. 지하를 넓게 파서 지하 정원을 만들고 넓은 폴딩 창으로 밖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지상은 차가 쌩쌩 달리지만 지하 정원은 고요하다.

로얄밀크티 한 잔. 달아. ~~무 달아. 홍차 향은 풀 향기처럼 좋았다.

1층 나열 101. 내 왼쪽으로 아이 엄마와 네댓 살 되는 남자아이가 앉았다. 13세 이상 관람가에 저렇게 어린애를 데려오다니.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칭얼대고 자꾸 엄마에게 소곤거렸다. 삼십 분쯤 참다가 웃는 얼굴로 아이를 보며 쉬잇~! 사인을 줬다. 아이는 많이 조용해 졌다. 몸을 이리저리 꼬면서 언제 끝나냐고 묻기도 했지만 잘 참았다. 아이에게 참 괴로운 시간이었을 거다. 연극이 끝나고 아이에게 말했다.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렇게 잘 참니? 아줌마 감동했어~”진심이었다.

방해가 돼서 죄송해요.”

아이가 점잖게 잘 참아서 기특했어요~”

연극은 보고 싶은데 애 맡길 곳은 없고 오죽하면 어린애랑 왔을까 싶지만, 13세 이상 관람이라는 규칙은 지켜주었으면 싶었다.

 

치악예술관 근방에서 바라본 치악산. 말갛게 씻긴 공기로 치악산 골골이 선명하게 보였는데

촬영 기술 부족으로 선명하게 담아내지 못했다.

좋은 연극과 개운한 경치에 감사한 오늘이었네.

 

(아래 공감 누르기는 제게 더 잘 쓰라는 격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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