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는 내 생애 처음, 그림으로 감동을 준 화가다.
화가 이름도 제목도 모르고 우연히 맞닥뜨린 『스타리 나잇』.
시선을 그림에 고정한 채 오소소 전율이 일며 몸이 살짝 움찔했다.
나중에야 이런 신체 반응이 약한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걸 알았다.

이후 종종 그림 전시회를 다니곤 하는데 『스타리 나잇』만큼 강렬한 감동을 준 그림을 만나지는 못했다.
fever를 통해 20% 할인 티켓을 예매했다.
광명 반 고흐 몰입형 체험 전시회는 GIDC광명 지하 2층에서 진행 중이다.

전시회에 가기 전에 『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그림과 편지들』(미르북컴퍼니, 이승재 옮김)을 읽었다.
고흐가 권총으로 자살을 시도했을 때 즉사한 것이 아니라 이틀 동안 숨이 붙어 있었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 사내는, 어째서 죽는 순간마저 이토록 고통스러워야 했을까...

전시장 벽 사면과 바닥까지 고흐 그림들이 흘러 다녔다. 고흐의 자화상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불꽃이 타오르는 영상에 비발디의 4계 여름 3악장이 울려퍼졌다. 현악기의 섬세하면서도 강렬하게 고조된 음들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그리고 고흐의 편지가 나래이션으로 흐른다.
“어쩌면 네 영혼 안에도 거대한 불길이 치솟고 있는지도 모르지. 그러나 누구도 그 불을 쬐러 오지는 않을 것이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이라곤 굴뚝에서 나오는 가녀린 연기뿐이거든. 그러니 그냥 가버릴 수밖에.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힘을 다해 내부의 불을 지키면서, 누군가 그 불 옆에 와서 앉았다가 계속 머무르게 될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려야 할까?(그렇게 하려면 얼마나 끈질겨야 할까!) 신심이 있는 사람은 빠르든 늦든 오고야 말 그때를 기다리겠지.”

동생 테오가 매달 보내주는 50프랑, 100프랑으로 방세를 지불하고 물감을 사고 모델료를 지급하고 먹는 것과 입는 것은 최대한 아낀 사내. 아낀 게 아니라 쓸 돈이 없었던 거지...
언젠가는 그림이 팔려 동생에게 진 빚을 갚고 싶었던, 간절히 그러고 싶었던 사내.

“네가 나를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라고 봐준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중략) 그런데 다른 종류의 쓸모없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된 사람들이다. 일을 하려는 욕구로 불타지만 손이 묶여 있고 갇혀 있어서, 한마디로 어려운 환경이 그를 억눌러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것이지."

"즉, 나도 무엇인가에 적합한 인물이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나도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쓸모 있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내 안에 무엇인가 있다. 그것이 도대체 무얼까? 그런 사람은 본의 아니게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경우다. 원한다면 나를 그 가운데 하나로 봐도 좋다.”

그림이 전혀 팔리지 않자 자신이 쓸모없는 것은 아닐까, 동생에게 평생 짐으로 남지 않을까 늘 두려웠던 사내. 그럼에도 잘 팔리는 그림을 그려 세상과 타협하려 하지 않고 “내 안의 무엇에” 이끌려 자신이 느낀 아름다움을 독특한 방식으로 화폭에 옮겼던 사내......

고흐의 그림이 이토록 감동을 주는 이유는,
자신의 인생과 영혼을 아낌없이 갈아 넣어 그렸기 때문이겠지.
......
https://www.youtube.com/watch?v=wVAq3CzHf9E
집에 돌아와서도 사계 여름 3악장의 선율이 계속 따라다녔다.
커피를 마신 때문인지 잠들지 못하고 이어폰을 끼고 연주를 반복 들었다.
BTS의 디오니소스가 생각났다.
“투명한 크리스탈 잔 속 찰랑이는 예술
예술도 술이지 뭐 마시면 취해......“
고흐에 취했던 시간... 행복했다.
원본 그림 감상을 더 좋아지만 한 번쯤 해 볼만한 색다른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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