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마다 가던 카페 닥터 허는 한여름이 되자 에어컨을 세게 틀어서 내게는 너무 춥다.
준비해 간 얇은 가디건을 덧입고 양말을 신어도 냉기가 몸에 부담을 주었다.
그래서 닥터 허에 가지 않고 작년 가을에 집 앞에 생긴 카페 소볼에 간다.
오래된 2층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젊은 부부가 예쁜 카페를 차렸다.
소볼은 닥터 허에 비해 테이블 간 공간 독립성이 적고 소음이 있어서 테이크 아웃한다.
집에서 준비해간 컵에 뜨거운 카푸치노 한 잔을 받아 왔다. 착한 가격 3천 5백 원.
생크림 소보로도 먹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다. 52kg까지 감량 목표인데 53kg에서 더는 내려가지 않는다.ㅠㅠ
달라 피아짜 컵은 보온보냉 기능이 있고 뚜껑도 있다. 뚜껑에 음용 구멍이 있는 건 장점이자 단점이다. 뚜껑을 열지 않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장점이자 이동 시 커피가 샐 수 있는 단점.
컵이 들어있던 상자에 포장지를 붙여서 컵 캐리어를 만들었다. 손잡이 끈은 다른 상자에 있던 것을 떼어서 붙였다.
카푸치노를 마시며 책을 읽노라니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날이 날이니만큼 한 모금 커피도,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음도, 빗소리의 운치를 느낄 수 있음도 진하게 감사하다.
*
카푸치노
에스프레소 위에 우유 거품을 얹고 계피 가루나 코코아 가루를 뿌린다.
우유 거품이 프란체스코의 카푸친 수도사들이 쓰고 다니는 모자를 닮았다고 해서 카푸치노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 *
오래전 친하게 지내던 동갑내기 K집사.
함께 카푸치노를 마시며 시나몬 향기가 참 좋다고 하자,
K - 시나몬이 뭐예요? (그녀는 서울의 4년제 대졸자.)
나 – 계피요.
K – 참, 나. 계피라고 하지 왜 시나몬이라고 해요?
나 – 수정과에 넣으면 계피고 카푸치노에 넣으면 시나몬이에요.
(내게 시나몬은 토마토처럼 외래어인데 그녀에게는 외국어였나 보다.)
K는 내게 한국 여자라면 김치를 담글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각양각색의 김치가 판매되는 이 좋은 시대에 편리를 누리겠노라고 말해 주었다.
틈이 날 때마다 손수 만드는 김치론을 펼치며 가르치려 드는 K집사에게 말했다.
“내가 집사님께 인터넷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 적 있나요? 없죠?
사는 데 꼭 필요한 거라면 집사님이 인터넷을 배웠겠죠.
나 역시 꼭 필요했다면 김치 담그기를 배웠을 거구요.
자신의 생각을 너무 강조하는 것도 실례예요.”
K집사는 인터넷 업무를 봐야 할 때 매번 내게 도움을 청했다.
나는 K집사에게 김치를 달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김치 담그기와 인터넷 사용하기.
둘 다 잘 할 수도, 둘 다 안 할 수도, 한가지만 할 수도 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
* * *
K – 우리 아들이 학교 가면서 스마트폰 수리를 부탁했어요. ‘엄마, 와이파이가 안되요. 아셨죠? 와이파이예요!’ ‘알았다고! 대체 몇 번을 확인하는 거냐?’ 그랬는데 대리점에 가서 ‘카카오톡이 안돼요.’라고 했어요...
(애정으로 보면 K의 무식은 귀엽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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