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시절,
미식가인 도반이 안내하는 식당의 음식은 다 맛있었다.
황금 알이 꽉 찬 간장 게장집 도화,
싱싱한 해물에서 단맛이 나는 영순이 해물찜,
장어에 고급스런 숯향을 입힌 장어마을,
입에 살살 녹는 숯불고깃집 황소식당......
수년이 지난 후
물 좋은 꽃게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지 도화는 맛이 변했다.
나이 들어 위가 약해진 우리 부부는
매콤한 영순이 해물찜을 먹은 날은 배가 아팠다.
육식을 하고 나면 몸에 부담이 느껴진다는 도반...
이래 저래 맛집 가는 일이 줄었다.
대신 나물 반찬 많이 나오는 한식 식당에 가고 있다.
지난 금요일에는 문득 오래전 갔었던
독일 정통 수제 맥주집 브로이하우스가 생각났다.
독특한 풍미가 느껴지는 흑맥주(둔켈)과 황맥주(필스너)가 있는 곳.
짭쪼롬 꼬롬한 고르곤졸라 피자,
장인의 솜씨가 느껴졌던 수제 소시지가 맛있었던 곳.
도반에게 브로이하우스 맥주가 생각난다고 하자 흔쾌히 가자고 했다.
기억 속에서는 묵직한 흑맥주가 더 맛있었는데
금요일에는 황맥주의 향긋함과 미세한 단맛이 더 매력적이었다.
필스너는 원래 쓴 맛이 더 난다고 하던데.
메뉴에 고르곤졸라 피자는 없었다. 원래 없었다고 한다.
기억의 오류였다.
콤비네이션 피자의 도우가 얇아서 맛있을 거란다.
맛있었다.
건강을 생각해서 수제 소시지 대신 훈제 치킨을 시켰다.
다음날,
평소에도 맥주가 맞지 않는 도반은 몸이 좋지 않다고 했다.
부쩍 음식에 민감해진 도반.
나.날.이... 자연스럽게 쇠락하는 우리들.
좋은 음식으로,
도반의 육체를 통과하는 세월을 조금쯤 늦춰주고 싶다.
원주 브로이하우스
033-764-2589 원주시 남원로 642
(↓ 아래 ♡공감 누르기는 제게 더 잘 쓰라는 격려가 됩니다~★)
'생각 삶 사랑... > 일상 소소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다는 힐링이다 (0) | 2019.12.18 |
---|---|
암진단 남편의 암과 만나다 (4) | 2019.12.16 |
악동뮤지션 오랜 날 오랜 밤 - 파헬벨의 캐논 (0) | 2019.08.20 |
어그로 성공 노력이 가상한 리섭TV (1) | 2019.08.17 |
김치와 인터넷 ; 카푸치노가 불러 온 기억 (0) | 2019.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