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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삶 사랑.../일상 소소한 이야기

수다는 힐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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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토요일, 정말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남편은 친구도 못 만나고 외식도 못하는 내가 안쓰러웠나보다

친구들과 실컷 놀고 저녁까지 먹고 들어오라고 했다.

암환자들은 병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로 예민해지고 신경질적이라는데

남편은 오히려 더 온화해지고 배려심이 커졌다. 고마웠다.

암은, 단기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아니기에

최대한 생산적인 일상을 영위하며 치병해야 한다.

 

지난 목요일에 기차표를 예매하려고 보니

원하는 시간대 원주발 청량리행(6200)이 매진이었다.

원주발 양평행은? 3100, 3호차에 있었다.

양평발 청량리행은? 3100, 같은 3호차에 있었다.

 

청량리 롯데백화점 7층에 팬스테이크 키친.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퍼 온 사진

셋 다 고만고만한 체구에, 셋 다 생머리를 했다.

오랜만이라 더 큰 반가움의 자리,

생맥주도 한 잔씩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친구 : “내가 전생에 엄마에게 많은 빚을 졌나 봐.”

 

여러모로 속을 썩인 전남편과 이혼할 때, 큰 언니가 말했었다.

전생에 네가 그 사람에게 큰 빚을 져서 이생에서 갚은 거야.”

언니의 말이 묘하게 위로가 됐었다.

세상의 모든 인연은 태초에 예정되었고 만나는 모든 이가 가르침을 준다.’는 글도.

 

남편과 성향이 다른 친구 : “나랑 알콩달콩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텐데 이번 생은 틀린 거 같아.”

 

내 주위에 알콩달콩 사는 중년 부부는, 없는 거 같다.

우스갯소리로 배우자가 눈에 띄는 것 자체가 짜증난다고 하지 않나.

불륜으로, 경제적 문제로, 성격 차이로... 서로에게 솔찬히 상처를 주고 받은 관계.

그럼에도 부부로 남아 있는 것은,

’, ‘참을성’, ‘실리적 이유와 더불어 결단력 없음?’ ^^

 

: “하나님이 남편에게 암을 허락하신 이유를 생각하게 돼.

남편은 암이라는 생의 숙제를, 나는 암을 간병하는 숙제를 받았지.

스스로 잘 겪어내야 할 일이야.”

 

하루 종일 브로콜리 양배추 파프리카 부추 양파 시금치 적채

비트 사과 귤 레몬 키위...를 씻다보면 귀찮음이 살짝 비집고 올라올 때가 있다.

귀찮다니... 나의 너무도 얄팍함이라니...

하나님, 천연 항암제를 주시니 감사합니다.

남편을 온전히 치유하실 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친구들과의 격의 없는 수다는, 확실히 힐링을 준다.

친구가 선물해준 우롱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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