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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2 64호 가수 서기의 그리움만 쌓이네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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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10년 넘게 금주한 적이 있다. 사교모임에서 사람들이 기네스나 모스카토 다스티를 마시는 모습을 보며 내 인생에서 다시는 술을 맛 볼 일이 없겠구나.’ 생각했었다. ... 그랬는데, 지금은, 기네스, 카스, 맥스 다 마시고 모스카토는 없어서 못 마신다. “먹어봤자 아는 맛이라던데 아는 맛이 더 무서운 법이지.

 

싱어게인2 64호 가수 서기의 그리움만 쌓이네

 

한때, 종종 감정의 쓰나미가 덮쳐 내 의식을 현실이 아닌 어딘가로 휘몰아갈 때가 있곤 했다. 그럴 땐 빨강 구두 소녀가 저주에 내몰려 멈출 수 없는 춤을 추듯 이성으로 어쩌지 못하는 힘에 내몰려 키보드를 두드려대곤 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처럼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평생 촉촉하고 말캉한 심장으로 살 줄 알았다. ... 그랬는데, 지금은, 심장이 바싹 말라 바스락거린다.

 

한때, 사랑과 이별과 재회와 또 다시 이별을 경험하며 삶이 교란(영화 헤어질 결심에서는 붕괴라고 표현)된 채 수년 간 방황한 적이 있다. 당시, 즐겨듣던 노래가 여진의 그리움만 쌓이네였다. 첫 소절인 사랑했던 사람이여 나를 잊었나...’에서부터 후두둑 눈물을 떨구곤 했다. ‘니가 보고파서 나는 어쩌나 그리움만 쌓이네’ ... 그랬는데, 십 수 년 전부터는, 아무렇지 않아졌다.

 

그러다, 오늘, 싱어게인2 64호 가수 서기의 그리움만 쌓이네에 무참히 습격당했다. 스무 살이 어떻게 이런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지 놀랍네.

 

 

영화 헤어질 결심의 송서래나 홍산오는 오롯이 단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을 품은 채 자살한다. 나는 송서래 부류는 아니기에 이별 후 또 다른 사랑을 찾아 꽤 많은 사람을 만나보았고 친목 모임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관찰했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건, ‘내가 사랑한 건, 헤어진 그가 아니라 그와 함께 행복했던 내. ..이었다는 거였다.

 

내가 사랑하는 건 나

 

얼마 전 알쓸인잡을 보다가 알랭 드 보통도 우리들 대부분의 사랑에 대해 나와 비슷한 말을 책에 썼다는 걸 알았다. 해 아래 새 것은 없구나.

 

방황할 당시, 정작 내가 사랑한 건 나 자신이라니, 지독한 자기애에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사랑의 실체를 찾아 내 감정의 밑바닥, 의식의 심층까지 예리한 메스로 헤집었다면 봉합할 차례였다. 마른 장미색 비단실로 한땀한땀 정성을 다해 바느질한다해도 천의무봉은 될 수 없을 것이었다. ‘비록 아가페나  최상의 에로스는 아닐지라도, '사랑'의 사전적 의미에 부합하지 않을지라도,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으.로. 그.를, 사.랑.했.다.’

 

사무치는 그리움을 품은 채 새 사람을 만나서는 안 된다는 걸, 경험으로 안다.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본인의 마음도 열리지 않기에 행복한 관계로 이어지기 힘들다. 소개팅으로 만난 조건 좋고 매너 좋은 남자와 서너 번 데이트 후 그의 제안으로 노래방에 가게 되었다. 노래방이라니 그는 가창 실력을 뽐내고 싶었던 것이고 역시 잘 불렀다.

 

나는 부를 줄 아는 노래가 없었기에 당시 주구장창 듣던 그리움만 쌓이네를 불렀다. 실수였다. 주책스럽게 줄줄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그가 작은 동작으로 티슈 몇 장을 뽑아 슬쩍 건네주었다. 그의 다음 선곡은 김장훈의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였다.흔들리는 그대를 보면 내 마음이 더 아픈 거죠. 그댈 떠나버린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이젠 다 잊어주길 바라요. 한없이 울고 싶어지면 울고 싶은 만큼 울어요. 무슨 얘기를 한다해도 그대의 마음을 위로할 수 없는 걸 알기에...’

 

 

노래방에서 나와 그에게 이별을 고했다.그리움만 쌓이네를 들어도 더 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게 됐을 때, ‘그리움만 쌓이네를 부르며 울던 나를 모르는 사람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이후 그에게 서너 차례 연락이 왔지만 받지 않았다. 이별을 질질 끄는 것, 어장관리나 희망고문은 딱 질색이다.

 

싱어게인2 64호 가수 서기의 그리움만 쌓이네덕분에 심장이 말랑하던 시절을 회상하게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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