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바웃 타임’.
주인공 팀의 여동생 킷캣이 나쁜남자를 만나
존중받지 못하고 삶이 피폐해져 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킷캣이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했을 때.
메리 : 이제 착한 사람 만나요
킷캣 : 착하고 지루한 사람을 만나야겠죠.
메리 : 착하다고 다 지루하지는 않아요.
4대 일간지 신춘문예에 당선된, 예쁘고 똑똑한 지인 R은,
아픈 사랑을 해야 소설이 써진다고, 나쁜남자를 골라 만난다더라.
‘아픈 사랑을 통해 멋진 허구를 쓰느니,
이쁜 사랑을 통해 맛진 현실을 살겠노라.’ 생각했다.
생각 참 야무졌다.
멋진 허구도 맛진 현실도 그리 녹록한 게 아니다.
오래도록 솔로이다 보니 친목 모임에 나가
이성들을 마음껏(^^)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풋풋한 젊은이가 아닌, 30대 후반~40대의 남자들.
음...여러 여자들에게 호감을 샀던 남자들. J, R, P, H.
재력과 보기 좋은 얼굴과 듬직한 풍채는 공통.
재치와 유머가 많아 여자를 웃게 하거나
시크하고 점잖아서 여자의 호기심을 유발하거나.
이들이 왜 나쁜남자냐면 시시때때로 파트너가 바뀌기 때문이다.
그들의 여성 편력을 다 알면서도 사귀는 여자들이 신기했다.
(혹쉬... 그 여자들도 나쁜여자? 나만 어리바리 멍청쓰?)
J : 나는 여자한테 아파트는 못 사줘도 차는 사줘요.
나랑 만나줘서 고맙기도 하고 헤어지는 게 미안하기도 해서.
R : 구속되는 관계는 답답해요. 자유스러운 게 좋죠.
P : 나, 돌싱이에요. 또다시 아내가 필요하지는 않아요.
H : 누굴 만나도 가슴이 뛰지 않네요.
아! 나쁜남자와 양아치는 구별해야 한다.
양아치는 여자에게 정신적, 금전적 피해를 입히고
나쁜남자는 여자에게 정신적 피해를 입힌다.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양아치랑 사귀는 여자가 출연했었다.
그 쉬키가 데이트 비용을 1도 쓰지 않고 푼돈을 빌려 가는 바람에
여자가 적금도 깨고 퇴직금도 다 쓰고 그랬다는.
그걸 사랑이라고 믿고 있어서 이 언니 맘이 참 답~답~~~했었다.
선녀보살과 동자가 시원하게 상담해줘서 다행이었다.
나쁜남자가 끌리는 이유는 뭘까? 왜? 뭐땜시?
(위 문장 이상한 거 나만 그런가?
‘나쁜남자에게 끌리는 이유는 뭘까?’가 더 정확한 문장 아닌가?
[검색어 자동완성]에서 따왔다. 내가 이렇게나 머리를 쓰고 있다.)
내 생각에 나쁜남자가 끌리는 이유는
매사 자신감 있는 태도,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센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도드라지는 매력이 있는 거 같더라.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도드라지는 매력’은
역시 외모가 크게 작용하는 거 같다.
깃털이 가장 아름다운 수컷 새가 암컷의 선택을 받는 것과 같달까.
그러나 외모 보다 중요한 한 가지,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
당장 특별히 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자신감, 매너, 여유...는 뉘낌으로 안다.
나쁜남자가 어쩔 수 없이 끌린다면 가슴앓이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나쁜남자를 휘어잡아서 나만 아는 착한남자로 만들수 있다는 착각들을 하는데
사람 고쳐쓰는 거 아니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내가 감당할 수 있나 봐야지.
* * * * * *
S호텔에서 열린 친목 모임에서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단정한 이목구비, 점잖은 목소리, 박식하지만 재미 1도 없는 화제에
착하고 지루한 남자일 거라 생각해서 선택했다.
한평생 무난하게 같이 살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
그랬다.
나는, 남자 보는 눈이, 역시, 없었던 것이었다.
다시 ‘어바웃 타임’
팀의 아버지가 팀의 결혼식 피로연에 말한다.
“결혼하는 사람에게 전 항상 한 가지만 충고해 줍니다.
끝엔 우리 모두 다 비슷하다는 거.
모두 늙고 같은 얘기를 수십 번씩 반복하니까요.
하지만 따뜻한 사람과 결혼하라는 거.”
.
.
.
뜬금없이,
나쁜남자가 끌리는 이유에 대해 글을 쓴 이유가 뭘까?
따뜻하지 않은 사람이 내민 초콜릿에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웨어이즈포스트 검색 결과 때문이다.
문서수가 총조회수보다 적다. 내가 이렇게나 ‘닥포’하고 있다.
'생각 삶 사랑... > 일상 소소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 이상한 나라 Korea, wonderland? 감동으로 울컥 (16) | 2020.03.22 |
---|---|
원주 송림향 단구동 중국요리 맛집 (23) | 2020.03.20 |
나의 이상형 찾기와 결혼 (18) | 2020.03.13 |
동백꽃 필무렵 나혼자 산다 (0) | 2020.03.04 |
애드센스 광고 30일 정지 (6) | 2020.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