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웃님의 책리뷰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을 읽으며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이 대사가 생각났다.
“이게 다 엄마 때문이야... 그니까 나를 왜 버려?
엄마가 애를 일곱 살 때부터 기죽어 살게 만드니까
내가... 내가 막 이런 데 넘어가지.
나는 걸을 때도 땅만 보고 걷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자꾸 나를 고개 들게 하니까...
이 사람이랑 있으면 내가 막 뭐라도 된 거 같구,
자꾸 너 잘났다, 훌륭하다 막, 지겹게 이야기하니까
내가 꼭 그런 사람이 된 거 같으니까....
그래서 화딱지가 나!!
더는 안참고 싶어진다구!!”
내가 꼽는 드라마의 베스트오브베스트 명장면이다.
일 중독에 빠진 서른 즈음,
영화를, 음악을, 책을 선물하며 일만큼 재미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려 준 K.
나는 그가 연하라는 것과 나보다 학벌, 직업이 내세울 것이 없다는 이유로
남자로 보지 않았다.
K는 나보다 학벌과 직업이 좋은 J랑 결혼했다.
처음 J를 만난 날, 그녀가 말했다.
“우리 K씨는 사실인지는 몰라도 나에게 매일 예쁘다, 잘한다 그래요.
일곱 살이나 연하라 양가 집안에서 반대가 심했는데
하루를 살아도 K랑 살아보고 싶어서 결혼했어요.”
K와 J는 내게 사랑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는 계기를 주었다.
* * *
내가 살아보니
동백이와 용식이 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할 확률이 크다.
그러면 어째야 하나.
오프라 윈프리 여사의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에 그 답이 나와있다.
‘창조주는 내 삶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내게 지웠지만,
그 책임에는 놀라운 특권이 딸려 있다.
어릴 때 받지 못한 사랑과 애정과 깊은 관계를
자기 자신에게 줄 수 있는 힘이 그것이다.
나는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어머니이며 아버지이고,
언니이자 친구이며, 사촌이며 연인이다.
부모에게서 마땅히 받아야 했을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1초도 더 집착할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이 인정해 주고 사랑해 주길 기다리는 것...)
이젠 그 기다림을 멈추고 나의 내면을 보자.
사랑은 나와 함께 시작하는 것이다.’
* * *
초등학교 2년 때, 학교가 파한 후 폭우가 쏟아지는 날,
복도에는 우산 들고 아이를 마중 온 엄마들로 가득했다.
나의 엄마는 마중 올 수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알기에
머뭇거리지 않고 폭우 속으로 뛰어나갔다.
투명인간이 되어, 빗속을 뛰어가는 나를, 아무도 보지 못했으면 했다.
한참 뛰어가는데,
머리를 빡빡 깎은 중학생 정도의 오빠가 우산을 씌어주려 했다.
더 빨리 뛰면서 생각했다.
‘물에 빠진 생쥐꼴은 좀 못 본 척 하라구요!’
(문화센타에서 장영희 교수님의 <영미 시 산책>을 들은 적이 있다.
“언젠가 유인촌씨가 강의실에서 나를 번쩍 들어서
강단에 내려주었는데 아유~ 정말 부끄러웠어, 정말.”
목발을 짚고 다니시는 장영희 교수님의 부끄러움을,
오롯이 공감할 수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엄마에게 뭘 요구하는 아이가 아니게 되었다.
비록 엄마가 이후에도 ‘우산’을 가져다줄 수는 없었지만
공부 머리를 물려주셔서, 선생님들이 믿어주는 학생이 될 수 있었다.
자신감, 자기 긍정, 회복 탄력성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어 주니까.
아이는, 믿는 만큼 자라니까.
얼마 전 나 혼자 산다, 성훈편에 성훈이 입양한 개 양희가 나왔다.
양희의 변화된 모습이 놀라웠다.
겁이 나서 땅을 딛지 못하는 양희를 기다려주고
겁이 나서 수영을 못하는 양희를 격려하는 모습의 성훈.
그런 성훈이 있었기에 양희는 건강하고 멋있게 자랐다.
상대의 기운을 북돋는 말이 아니면 입을 다물자.
상대의 부정적 언행에, 나를 보호할 감정의 쿠션을 마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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