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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삶 사랑.../일상 소소한 이야기

예의를 담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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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사이인 H

차라리 안 주었으면 하는 선물을 타인에게 주는 걸 보곤 했다.

파리바게트 롤케익을 주려고 후배를 부른다든지,

대봉감 20여 개를 주려고 동창을 부른다든지...

그런 소소한 것들은 직접 찾아가서 주는 게 좋은 거 아닌가?

H에게, 누군가 롤케익 하나 주려고 나를 오라가라 한다면

~가 와라~ 줄테면~” 그럴 거 같다고 말해줬다.

H :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는 게 사람이야.

넌 어째 사람들을 몰라도 그렇게 모르냐~”

과연 그럴까.

 

언젠가는 50개들이 커피믹스 여러 박스가 H에게 선물로 들어왔다.

단골 음식점 사장님께 드린다고 한 박스를 챙긴 H에게

너무 약소하니 이왕 드리는 거 한 박스 더 챙기라고 했다.

H : “너한테 들어온 선물이면 그렇게 막 쓰겠냐?”

모르시는 말씀~

나한테 들어온 선물이라면 4박스는 갖다 드렸다.

그래도

매달 내가 내는 구호성금보다 열 배를 더 내는 능력자 H.

 

* * *

물건 정리를 하다가 지난 부모님 생신 때,

큰언니가 준 물건이 눈에 띄었다.

큰언니는 전업주부로 있다가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몸은 고되도 수입도 괜찮고 동료들과 여행도 다니며 재밌다고 한다.

몇 해 전에는 동료들과 유럽에도 다녀왔다.

 

큰언니가 멋진 코트를 입고 왔는데 자기 인생에서 가장 비싼 옷이라며 웃었다.

아마존에서 샀다며 e북 리더 킨들도 보여주었다.

언니가 활기차게 잘 사는 모습이 좋았다.

유쾌하게 담소를 나누다가 내게 줄 게 있다며 흰색 파우치를 내놨다.

고가의 옷과 킨들에 대해 말한 후에 뙇 내미는 호텔 어메니티 세트!

아놔~ 어메니티 같은 걸 남한테 내미는 건 좀 아니지 않음?

 

껄끄러운 내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나는 어린이 자아, 부모 자아, 어른 자아 중 부모 자아가 발달했다.

받는 사람 기분을 상하게 해서 주고도 욕먹는 선물이 있다!’,

상대를 훈육하려는 부모 자아가 발동한 거다.

상대를 이해하는 어른 자아를 깨워야 한다.

언니는 유명 브랜드니까 어메니티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을 거다.

동생에게 뭐라도 챙겨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나보다 여덟 살 많은 큰언니는 단지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내게 참 많은 것을 해줬다.

내가 예닐곱 살 때,

손재주 좋은 언니가 고운 털실로 떠 준 벙어리 장갑과

둥그런 모양에 토끼 얼굴을 수 놓은 미니 백이 눈에 선하다.

내가 열두어 살 때 사 준 분홍색에 흰 물방울무늬 잠바는

너무 예뻐서 자다가도 만져보곤 했었지. 무려 원아동복!

 

선물에 대해 쓰다보니 잊을 수 없는 선물들이 생각난다.

동창 친구가 집들이선물로 사 준 청소기,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생일선물로 받은 탄생석 반지와 목걸이,

집 앞까지 배웅해 준 후 트렁크에서 꺼내지던

장미꽃다발과 커다란 곰인형,

나를 닮아 샀다며 뒷춤에서 짠~ 꺼내던 해바라기...

돌이켜 보면 이런 것들보다 더 비싼 선물을 받은 적도 많지만

전달하는 방식과 준비하는 마음이 감동이었던 거 같다.

퍼 온 사진 : G마켓 빈주얼리

친한 친구가 시부모님선물이 고민이라며

선물추천해 달라기에 머니머니해도 머니가 최고라고!

 

선물을 받을 때는

상대의 호의를 기분 좋게 받는 수양을 해야겠다.

선물을 할 때는

내 마음이 더 잘 담길 수 있는 형식으로 해야겠다.

형식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니까.

 

<사족>

시간 내서 한 번 들르라 해서 가보니

롤케잌 주려고 불렀다고 하면 기분 껄끄러운 게, 나만 그런가?^^

 

(아래 공감 누르기는 제게 더 잘 쓰라는 격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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