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나는 남자 보는 눈이 없다.
친구가 빌려 준 ‘하이틴 로맨스’에 빠져 사춘기를 보냈고
픽션과 팩트를 구분 못하는 어리바리함으로
소설 속 주인공 같은 남자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러니까 나의 이상형은 돈이 많은 건 기본이고
구릿빛 피부에 근육질 몸매, 지적이고 매사에 시크하지만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세상 부드러운 남자...쯤 되었겠다.
그러다 서른이 넘어 “누나~”라며 다가오는 남자 L이 있었다.
하이틴 로맨스에는 여자에게 “누나~~”라고 하는 남자가 없는데?
L이 나의 이상형이 아닌데도 사랑에 빠져빠져~
엄마는 내 정신연령이 낮아서 연하를 만나는 거라고 하셨다.
슬기로운 세상살이에 대한 내 정신연령이 낮은 거, 맞다.
텍사스대 심리학과 폴 이스트웍 교수는
이상형과 만났을 때의 결혼 만족도에 대해 조사했다.
신혼부부 169쌍을 모집해서 3년 동안 추적 관찰하며
배우자의 이상형 점수와 이혼율을 살펴보았다.
이상형 점수를 매기는 방식은 2가지로 했다.
첫 번째 방식은 각 항목에 대한
나의 이상형 점수와 실제 배우자의 점수를 비교하는 것이다.
내가 배우자의 참을성을 80점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실제 배우자의 참을성이 80점을 넘으면 이상형에 가깝다고 본다.
두 번째 방식은 여러 특성 항목의 우선순위를 비교하는 것이다.
내가 중요시하는 항목의 순서가 자신감, 이해심, 긍정성이라면
배우자의 순서가 서로 일치할 때 이상형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다.
실험 결과 두 번째 방식으로 이상형이 일치할 때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비율이 3배 높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결혼을 고려하는 상대가 있다면
중요시하는 이상형의 우선순위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좋을 거 같다.
그러나
내가 L과 헤어진 후 깨달은 건,
사랑에 빠지는데 이상형을 고르는 거름망 같은 건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나만 그런가?)
그래서 똑똑한 사람들은 연애 따로, 결혼 따로 하는 건가?
사랑은 뉘낌 있는 사람과 하고
결혼은 이성적 분석을 통해 이상형과 하고?
‘나의 이상형과 결혼하는 법’ 중
열심히, 정말 새벽에 일찍 일어나 기도하고
시시때때로 기도하면 된다는 경험담을 듣기도 했다.
어떤 이는 키를 포함한 외모, 성격, 재산과 직업까지
구체적으로 기도했더니 딱 그런 사람과 만나 결혼했단다.
어떤 사람은 돈 많은 사람을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돈은 많은데 스크루지 같은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L과 헤어지고 나서야 깨달은 건,
L의 재력이 평균 이상이라
풍요로운 문화를 향유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게 내 행복지수에서 큰 항목이었다는 사실도 알았다.
더 중요한 건, 그가 여자를 대하는 방식의 사랑스러움이었다.
“누나~ 남자는요, 자기 여자를 행복하게 해 주면서
남자로서 자부심을 느끼기도 해요.”
헤어지고 1년 후 L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그렇게... 서로에게 잊혀지지 않는 그리움으로 남았는데~
결혼해서 이꼴 저꼴 별꼴 다 봤다면 꼴도 보기 싫을 수도 있었으리.
그와 헤어지고 또 하나 깨달은 건
내가 뭇 남성들의 이상형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었다.
이쯤에서 질문. 남자들은 어떤 여자에게 호감을 가질까?
A : 아이스크림을 핥아 먹는 여자
B : 아이스크림을 베어 먹는 여자
C : 아이스크림을 안 좋아하는 여자
정답 : 예쁜 여자.
학교 선생님들이 예쁘다 예쁘다 해 주시니까
내가 정말 예쁜 줄 알고 살았다.
고등학생 때, 엄마가 넌 외모로 승부 보지 말고
공부로 승부 보라고 했을 때 깨달았어야 했는데.
내가 남자들의 이상형과 거리가 먼 데
갖출 거 다 갖춘 이상형을 탐내는 건 좀 아닌 거 같았다.
법륜 스님이 말씀하셨다.
돈, 외모, 학벌, 매너 다 갖춘 사람이 다가오면 사기꾼인 줄 알라고.
.................................
사실은,
이상형과 거리가 멀어도 하~안~참~ 먼
우리 부부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이렇게 빙빙 돌 줄은 몰랐다. 역시 어리바리.
글쓰다 지쳐서 그만 쓰련다.
글을 쓰면서 검색해 보니,
‘나의 이상형, 6주만에 내 남자로 만들기’라는 책도 있더라.
미혼인 분들은 꼭 이상형과 만나시길.
기혼인 분들은...........................할많하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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