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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가을날 원문 이해 해석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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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장기간 장마가 끝나고 오늘은 폭염주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며칠 전부터 귀뚜라미 소리가 선명히 들립니다.

폭염 속에 이미 가을이 잉태되어 있네요.

오늘도 어제와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매일 블로그 포스팅을 하고 책 읽고 영화 보고 일기 쓰는 작은 행동 속에,

심신이 풍요로운 내일이 잉태되어 있습니다.

 

귀뚜라미 소리에 소환된 릴케의 시, ‘가을날감상해 봅니다.

맨 아래 음성파일에서 제가 들은 귀뚜라미 소리도 한 번 들어보세요~^^

 

 릴케 가을날 원문

 

가을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누이시고

들판에는 바람을 풀어놓아주소서.

 

남쪽의 뜨거운 해를 이틀 더 베푸시어,

마지막 열매들이 완전히 무르익도록 허락하시고

진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오래도록 홀로 남겠지요.

한 밤에 깨어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씁니다.

이리저리 불안스레 거닐 것입니다.

가로수 길 사이로 나뭇잎들이 뒹구는 날에는...

 

pxhere

 

 릴케 가을 날 이해 해석 (백과 사전 참고)

 

[이 시는 가을이라는 결실과 조락(凋落)의 계절에

인간 존재의 본질을 생각하고 투시하는 시적 화자의 경건성과 구도 정신이

간결하고 평이한 표현 속에 잘 드러나고 있다.

 

'가을'이라는 계절의 이중적 속성,

즉 풍성함과 황폐함을 외적 세계와 내적 세계에 대비시켜 형상화하고 있는데,

특히 가을의 도래와 함께 만물을 생성 · 성장시켜 결실을 맺게 하는

신의 은총과 겨울을 앞두고 불안감에 방황하게 되는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1연에서는 가을이 찾아오는 것에 대한 경건한 자세를 보이고,

2연에서는 모든 생명체의 성숙을 기원한다.

 

1연과 2연이 외적 세계의 풍성함과 결실을 노래한 것이라면,

3연은 내적 세계의 고독을 노래하고 있다.

화자는 자연과 더불어 성숙하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고

불안을 느끼고 방황하며 고독을 느끼지만,

여기서의 고독은 극복되어야 할 '외로움'의 감정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으로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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