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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삶 사랑.../일상 소소한 이야기

나태주 시 사랑에 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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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답함
---------------------   나태주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

1.
'나는 벗을 고르는데 까다로운 편이다.
물론 내가 남들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시킬만한
좋은 벗이 못된다는 것도 알고있다.
그러나 내 덕목이랄 수 있는 것은
별 볼일 없는 인간들과 사귀느니
차라리 혼자 있는 것이 낫다고 자위할 줄 아는 능력에 있다.
눈은 다락같이 높으나 몸이 따라주지 않는자의 외로움을
견딜줄 안다는 뜻이다.'
 - <권여선, 분홍리본의 시절>

아주 오래전 읽은 소설인데,
'눈은 다락같이 높으나 몸이 따라주지 않는 자의 외로움'이란 대목에서
'어쩜 딱 내 이야기네!' 하고 깊이 공감했었다.
'벗'을 '남자'로 치환하면 더 날카롭게 다가온다.
보태자면 나는 혼자 노는 것도 꽤 잘한다.
혼밥, 혼영, 혼여... 모두 즐기며 섭렵했다.
 
다락같던 눈을 몸의 수준에 맞추고 늦은 나이에 결혼했다.

결혼 생활은 여러 모로 혹독했다.
엄마가 말씀하셨다.
"ㅇㅇ이는 너보다 훨씬 똑똑해.
너를 배우자로 선택했잖니."

그는 경제력이 지지리도 없었는데
결혼 후 1년쯤 지나자
없는 것을 달라는건 내 잘못이라는 크나큰 깨달음이 왔다.
여권이 바닥이던 시절의 말인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내가 정말 잘났다면 결혼과 상관없이 풍요를 누렸을 것이다.

삶을 영위하기위해 요긴한 기능들을 장착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돈을 벌고 모으는 능력, 추진력, 눈치, 공감 능력, 지식, 상식선의 예의범절...
나 역시 장착하지 못한 기능들이 꽤 있다.
없는데 달라고 하면
주지 못하는 이나 받지 못하는 이나 피차 괴롭다.

내 덕목 중 하나는
비슷하게 반복되는 괴로운 상황이 있다면
내 생각을 바꾸든 물리적 상황을 바꾸든
어떻게든 정리하고 벗어날 줄 안다는 거다.
늘 나를 응원해 주던 손윗 시누이가 말했다.
"올케는 행복을 만들 줄 아는 거 같아."

나는 나 자신만을 변화시킬 수 있다.


2.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
- 타이슨

겉으로만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겸손하고 예의바르다고 생각한다.
평정심 가운데 그럴싸한 겸손과 예의를 차리기는 쉽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자존심을 쳐맞으면 상대가 누구든 참지 않는다.
부정적 자극에 대해 현명한 반응을 선택하는 일은 참 어렵다. 
내가 지속적으로 수양해야 할 덕목이다.

벤쳐기업 팀장 시절, 팀원들이 보는 앞에서 사장이 소리쳤다.
"강팀장! 정신이 있는 거야? 제안서 숫자가 틀렸잖아!!"
내 능력을 인정해서 팀장급 회의 뿐아니라
이사급 회의에도 참석하도록 키워 주는 사장이었다.
제안서를 거듭 검토해 봐도 내가 맞았다.
바로 사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사장님!! 제안서 틀린 거 없습니다!
내가 잘못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이런 대접 받으면
식모살이를 할지언정 이 회사 그만두겠습니다!!"
"알았어. 그만해. 소리치니까 무섭잖아..."

자존심은 약한 나를 감추기 위한 뾰죽한 성벽과 같다.
자존심에 쉽게 상처받지 않도록 마음 근육을 키워야 한다.
어떠한 대접을 받아도 나의 가치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무례함에 너그럽게 대처할 수 있는 자존감이 필요하다.


3.
"도저히 이해할 수없는 누군가가 있다고 칩시다.
내가 아주 커지면 그를 포용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 김미경

김미경님의 동영상 강의를 즐겨 본다.
긍정 에너지 뿜뿜, 좋은 일도 참 많이 하신다.

누군가 연락 두절, 카톡도 읽씹한다고 치다.
내 기준에서는 물리적 폭력, 언어 폭력 다음으로 나쁜 짓이라고 본다.
정서적 학대라고나 할까.
별로 친하지 않다면 당장 관계를 끊어버릴 것이다.
박막례 할머니처럼 "염X하네!" 시원하게 욕 한 번 날려주고.

그러나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한다면?
먼저 그의 상처가 보일 것이다.
그가 자신의 상처를 돌보는 방어기제가 연락을 두절한 채
동굴로 들어가는 일 아닐까?
더 나아가
직접 화를 분출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아닐까?
비록 '너도 호되게 애타봐라'하는 비뚤어진 마음에서
그런 행동을 한다해도 그의 마음 역시 괴로울 것이다.
측은한 일이다. 
그럼에도
연인사이에 연락두절은 최악 중에 최악이다.
...

짧지 않은 세월, 함께 쌓은 소중한 추억들.
그것이 일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 있을까.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가 동굴에서 나오길 기다리겠다.

함께 살다가 결혼하는 동생을 생각하며 소설가 신경숙씨가 썼다.
까다롭고 유별난 자신을 오래도록 참아주어 고맙다고.

"이때까지 참았어." 라고 화를 내는 것은 모순이다.
이때까지 벼른 것이다.
참는다는 것은 끝까지 참는 것이다.

- 나의 예쁘지 않은 점,
좋지 않은 점을 참아주는 이들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나태주님의 시를 읽고,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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