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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삶 사랑.../일상 소소한 이야기

카페에서 누리는 소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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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 근무하는 수요일.

뜨거운 햇볕을 피해 그늘로 걸어 Dr. Huh로 오는 길.

의료원 사거리 근처 공원에 앉아 숨을 고르며 찍은 사진.

소설 수업시간에 소설가 K선생님이 글을 쓸 때는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 있었다'고 쓰면 안 된다고 가르쳐주셨다.

작가 김영하는 알쓸신잡에서 고 박완서님이

'작가는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라고 했다고 전했다.

 

소설반 K선생님이 황순원 문학상을 수상하시는 자리에 참석해서

박완서님을 뵌 적이 있다.

너무 유명한 분이 바로 옆에 앉아 계시는데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당신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자꾸 아는 척 해서 피곤하실 것도 같고.

"박 선생님 안녕하세요? 좋을 글, 잘 읽었습니다."라고 조용히 인사했다.

박완서님은 고개를 숙이며 "고맙습니다."라고 답하셨다.

 

나는 늘 꽃의 이름이 궁금했고 요즘은 스마트폰 '꽃 검색'의 도움을 받고 있다.

물푸레 나무 꽃, 마가목 꽃, 산딸 나무 꽃,

황매화, 고들빼기 꽃...들을 알게 되었다.

코 끝에 감실대는 아카시아 향기 하나만으로도 행복한 요즘이다.

보도와 연석의 패인 곳마다 연노란 송화가루가 쌓였다.

 

수요일 Dr.Huh에서 커피를 마시는 두세 시간이 참 좋다.

살림에서 해방된 시간이다.

가사의 주체가 돼~ 봐야~~ 살림의 수고로움을 알게 된다.

살림은 절대적인 시간과 노동을 필요로 하며,

시지프스(시시포스)의 형벌에 가장 가까운 일이다.

누군가의 살림에 기대어 산다면

살림하는 이에게 진심으로 감사할 일이다.

 

카페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글을 쓰고 싶을 때,

이제는 서둘러 집으로 갈 필요가 없다.

PISnet 브루투스 폴더블 키보드로

바로 토독톡톡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 접었을 때, 가로 14.5cm, 세로 9cm, 두께 1.5cm >

작게 접어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필요 시 펼치면 된다.

일 년 전에 사 두고 쓰지 않다가 이제야 제대로 활용 중이다.

 

글감은 넘쳐나는데 약간...이라기 보다는 좀 많이 게으름을 피우는 중이다.

김영하님의 에세이, '여행의 이유' 독후감 마무리,

이지성 작가와 경제 전문가들의 경제 전망 요약,

구독자 86만 명의 박막례 할머니와 손녀 김유라의 성공 요인 분석,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노랫말에 얽힌 나의 스토리,

나의 왕초보 주식투자기...

 

이제 집에 가서 방 청소, 화장실 청소, 설거지, 밥짓기, 생선굽기,

나물 만들기(나물가게가 6월까지 휴업ㅠㅠ), 샐러드 만들기 등

살림할 시간~

 

여기까지가 닥터 허에서 쓴 글이다.

 

카페에서 나온 시각 5시 30분.

살림을 마치고 노트북 앞에 앉은 시각 840.

 

직장일, 살림, 책읽기, 글쓰기, 동영상 강의 듣기...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도록 건강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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