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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삶 사랑.../일상 소소한 이야기

옛사랑의 추억 사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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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사진 출처 : 뉴스타운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만 세 살 이전에 평생 영향을 줄 성격의 큰 틀이 형성된다고 한다.

소설가 김형경씨의 심리 에세이 [사람풍경]에도 나오는 이야기다.

주양육자(대부분 엄마)와 애착이 잘 형성되지 않았을 경우

성인이 돼서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며칠 전 뉴스에서 돌보미에게 학대당하는 아기의 영상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아기와 아기의 부모가 받은 상처를 어쩌면 좋나.

돌보미는 반드시 실형을 받아 일벌백계로 삼아야 한다.

 

김형경씨는 동생이 태어나자 엄마에게서 떨어져 할머니 집에 보내졌다.

성인이 되어 우울감에 시달리게 되자 심리 상담 치료를 받았다.

후에 어릴 적 경험한 분리불안이 우울의 원인일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한다.

김 작가는 상담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3권의 심리 에세이를 썼다.

사람풍경, 천 개의 공감, 좋은 이별. 3권 모두 재미있게 읽었다.

 

김형경씨는 친숙한 사물들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 같아 방에 들어가지 못한 경험도 있다.

딱 내가 그랬다.

벽에 걸린 옷들이, 옆에 놓인 베개가 귀신의 형상으로 보이기도 했다.

가끔 가위에 눌리는 날도 있었다.

나 역시 주양육자와 제대로 된 애착을 형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있는 듯 없는 듯하다고 어릴 적 별명이 이었을 정도다.

있는 듯 없는 듯 관심을 받지 못한 아기는,

스스로에게 관심을 집중하며 자기애가 강한 나르시시스트가 되었다.

완벽한 부모는 없기에 우리는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김형경씨는 울다가 지쳐 유체이탈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단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짐승스런 울음을 우는 나를 내가 내려다보고 있더라.

 

사랑의 순기능 중 퇴행이 있다고 한다.

자갸~ 나 이뽀?’, ‘나 잡아봐~~’...

연인끼리 서로 아이로 퇴행해 돌봐줌으로써

어릴 적 충분히 돌봄 받지 못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란다.

 

이십 년 전.

서른한 살의 나는 일 중독에 빠진 안경잡이 노처녀 과장이었다.

몽환적인 노란 산수유 꽃들이 몽실몽실 피어난 봄,

사랑이 내게로 왔다.

슬프도록 행복한 퇴행의 순간들.

......

 

이별 후 일 년쯤 지난 날.

결혼을 앞둔 옛사랑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물었다.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옛사랑이 답했다.

사랑했어요. 정말 사랑했어요.

 

그와 이별 후 나는 사랑의 실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다.

법륜 스님이 말했다.

연인에게 나 아닌 다른 상대가 생겨 행복해하면 나도 행복해야 진정한 사랑인 거라고.

그렇다면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와 함께할 때 지극히 행복했던 내 감정을 사랑한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그와 함께할 때 느낀 그 충만한 합일의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면,

또 무엇이 사랑이란 말인가.' 

 

......

 

하루 종일 라디오를 작게 켜 놓고 일한다.

며칠 전 처음 듣는 노래가 심장을 파고들었다.

‘. . . 아름다운 너로 꿈 속에선 보이나 봐

‘. . . 잊혀질 수가 없나 봐

 

검색해 보니 부활의 생각이 나라는 노래였다.

선율이, 가사가 며칠을 따라 다니더니

끝내 이런 글을 쓰게 만들었다.

나에게 넌 그런가 봐

잊혀질 수가 없나 봐

사랑해서 사랑을 해서

그럴 수가 없나 봐

시간으로 시간으로

잊혀져 가는 거지만

아름다운 너로

꿈 속에선 보이나 봐...’

 

 

살다가 보면

- 이근배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 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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