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일에 푹 빠져 살던 스물 아홉,
문득, 취미를 하나 가져야겠다 생각하고 영화동호회에 가입합니다.
이번엔 영화에 푹 빠졌습니다.
하루에 서너 편도 봤지요.
동호회 회장을 맡은 이가 <오아시스>를 보고 말했어요.
“누나. 영화는 소설가가 만들어야겠더라.”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는 제 인생영화가 되었습니다.
‘홍장군! 공주마마!
사랑이 있는 한, 우리는 모두 왕자와 공주입니다!’ 란 카피가 있네요.
오아시스 줄거리
뺑소니 운전으로 교도소에 들어갔던 종두가 출소합니다.
추운겨울에 여름 반팔을 입고 가게 수퍼에 들른 종두.
“두부 한 모 주세요.” 두부를 우걱우걱 먹습니다.
우유를 내미는 가게 주인 : “걍 드세요.”
종두 : “서울 우유는 없어요? 그게 맛있는데.”
출소 마중도 안 오고 심지어 연락을 끊고 이사했던 가족들은
종두가 찾아오자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종두는 자신이 저지른 교통사고 피해자 집을 찾아가고,
그 곳에서 그의 딸인 뇌성마비 장애인 공주를 만납니다.
공주 오빠 부부는 공주를 낡은 아파트에 홀로 남겨두고
이웃에게 돌봄비를 주고 새집으로 이사갑니다.
공주의 방에는 야자수가 그려진 오아시스 양탄자가 있습니다.
종두는 공주가 혼자 있는 집에 방문한 후 성추행을 하고 맙니다.
공주의 기절로 미수에 그친 종두는
자신의 행동에 환멸을 느끼며 “왜애~~!!!” 절규합니다.
그 이후로 종두는 공주집에 방문하여 머리를 감겨주고
휠체어에 태워 외출하며 자장면도 먹여 줍니다.
공주는 태어나서 처음, 진정한 관심과 돌봄을 받게 된 거죠.
공주는 점점 마음을 열고 먼저 종두와 잠자리를 제안합니다.
둘이 사랑을 나누는 시간...
하필이면! 얄궂게도 그때 공주 오빠가 집에 들릅니다.
종두는 성폭행범으로 경찰서에 바로 연행됩니다.
종두와 공주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요?
2002년에 개봉한 <오아시스>는 제59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 신인연기상, 국제비평가협회상,
가톨릭언론협회상, 청년비평가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 오아시스 명장면
영화 속에는 아름다운 환상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공주방에서 코끼리와 춤추는 장면은
태국에 직접 가서 공주방 세트를 짓고 촬영했다고 하네요.
제가 생각하는 명장면은 지하철 장면입니다.
종두는 공주를 휠체어에 태워 외출, 데이트합니다.
그러나 지하철 막차 시간에 쫓기게 되지요.
공주를 업고 휠체어를 손에 든 채 마구 뛰지만 막차를 놓칩니다.
지친 종두 등에 업힌 공주가 노래를 시작합니다.
안치환의 ‘내가 만일.’
그 장면을 보면서 영화관에서 어찌나 울었던지요.
이후 오아시스를 두 번 더 봤는데 그때마다 눈물이 났습니다.
공주의 심정이 제 마음으로 전달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 무엇이라도 되고 싶은데
사랑하는 이의 등에 업힌 채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지요.
정작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해서 사랑하는 이의 짐이 되는 존재.
(((아...썅...))) 인생이 뭐 이렇나요...
안치환의 내가 만일은 저의 인생노래가 됩니다.
오아시스가 환기하는 장애인의 성 vs 여성단체의 항의
경찰서에 잡혀온 종두에게 경찰들은 말합니다.
“너 변태지?”
“솔직히 성욕이 생기데?”
장애인 공주의 성주체성과 여성성은 무시됩니다.
공주의 오빠 조차
“어떻게 이런 몸을 한 애한테...”라고 합니다.
감독은 어떤 장애가 있더라도
사랑과 성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거 같습니다.
그러나
여성단체의 거센 비판이 일었습니다.
‘어떻게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가?
성폭행 시도가 그렇게 간단하게 용서 받을 수 있는가?
여성을 이해하지 못한 남성 감독의 폭력적 시선이 드러난다.'
솔직히 저도 영화 초반부를 보는 게 괴로웠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종두와 공주를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사실, 뺑소니 사고를 친 건 종두의 형이었고
생계를 책임지는 형 대신 종두가 복역한 거죠.
우유를 건네는 가게 주인의 호의에
‘서울 우유 없냐’고 묻는, 좀 모자란 인물이 종두입니다.
물론 지능이 모자란다고 범죄가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공주는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육체에 갇혔지만 평범한 여인입니다.
돌봄을 부탁 받은 이웃집 여자는
공주집에서 대낮에 성관계를 갖습니다.
“괜찮아. 쟤는 아무 것도 몰라. 바보야.” 라면서.
공주는 성에 무지한 여인이 아닙니다.
여자의 성에 대한 이야기는
파울로 코엘료의 ‘11분’을 참고하면 좋겠네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종두와 공주의 사랑은 가능하다. vs. 공주는 종두를 사랑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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