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의 표범 듣기 가사, 평창 전원주택 이야기

 킬리만자로의 표범 듣기 가사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에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장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덮힌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자고나면 위대해지고 자고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호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에

그것을 위안해줄 아무 것도 없는 보잘 것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사랑때문인가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사랑만큼 고독해 진다는 걸 모르고하는 소리지

 

너는 귀뚜라미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귀뚜라미를 사랑한다

너는 라일락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라일락을 사랑한다

너는 밤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밤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나는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내 청춘에 건배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거야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 거야

사랑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도 사랑은 후회 않는 것 그래야 사랑했다 할 수 있겠지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 한 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지라도 한줄기 맑은 물 사이로 나는 남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꺽이지 않는 한그루 나무 되리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이십 일 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메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10. 17. 오전 9시 조금 넘은 시각의 평창 전원주택

 

그제, 남편이 평창 전원주택에 가자고 했는데 바쁘다며 거절했다. 마음이 살짝 불편했다.

어제 아침 8시, 평창에 간다는 남편을 따라 나섰다. 안개가 자욱한 도로를 달렸다.

 

남편은, 킬리만자로의 표범 같은 사람이다.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애쓰며 오르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상위 0.1%의 지능을 타고난 남편은, 타인과 보조 맞춰 걷는 법을 익히지 못했다. 매번 앞서 걷는 그의 등을 바라볼 때면, 견고한 고독은 저런 모습일 거라 생각했다. 

바람에 유실 된, 2층 테라스 썬라이트를 보수하는 남편. 아무리 높은 곳도 거침없이 올라간다. 

 

고독을 자처하는 남편이 찾아든 게 평창 산 속 전원주택이었다.

약식동원의 음식 철학을 가진 남편은 유기농 식재료를 직접 길러 먹자고 했다.

그러나

남편은 800여 평의 밭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40년 넘게 자란 내게 맡기고 집을 보수하는 일에 푹 빠졌다. 나는 새끼 뱀만한 지렁이와 맹렬하게 자라고 퍼지는 풀의 생명력에 놀라 농사짓는 일에 항복하고 말았다.

“오빠. 나는 밥 짓기도 농사짓기도 튼 거 같아요. 글짓기에 집중해 볼게!!”

집 뒤 편의 너른 밭이 잡초 천국이 되었다.

 

평창 산 속은 바람이 매섭고 겨울 체감 온도가 영하 30도 아래로 내려간다. 남편이 처음 만든 건 추위를 막아 줄 편백나무 방이다. 방 안에 1.5평 방을 만든 것이다. 편백나무 한 조각 한 조각 손수 자르고 타칵타칵타칵 타카총을 수도 없이 쏘았다. 단열재인 아이소핑크를 두 개의 편백나무 판 사이에 채운 후 일일이 나사못을 드르르륵 박았다.

그랬다.

남편은 지능만 높은 게 아니라 몸을 쓰는 일머리도 빼어났다.

그야 말로 한 땀 한 땀 핸드메이드 방이 완성되었다. 편백나무 향기가 은은한 방이었다.

남편이 말했다. “단열이 잘 되려면 밀폐가 정말 중요하지. 공기 셀 틈이 없어야 해.”

그렇게 밀폐되면 숨은 어떻게 쉬나?

 

내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것은 편백나무 방 문짝이다. 위와 아래에 작은 미닫이를 달아 아래로는 찬 공기가 흘러들고 위로는 더운 공기가 배출되어 공기를 순환하게 한 점이다. 작은 미닫이를 적당히 열고 닫아 밀폐도를 조정할 수 있었다. 원적외선이 방출되는 특수 전기장판 한 장으로 한 겨울에도 온도가 40도 가까이 올라간다.

편백나무 방에 누워 벽에다 다리를 올리고 있으면 잠이 솔솔 온다.

 

남편이 두 번째로 만든 건 황토 오두막이었다. 이미 번듯한 황토방이 있음에도 왜 때문에 농사대신 황토 오두막을 지었는지는 모른다. 남편은 인정하지 않지만 남편도 농사에 흥미가 없는 것 같았다. 혼자 들기도 힘든 창틀을 오로지 혼자 힘으로 창틀에 끼워 맞춰 달았다.

 

황토 오두막은 작은 태양열 패널로 후끈하게 난방이 된다. 남편이 신나서 원리를 설명해 주었다. 인공 전력을 사용하지 않는, ‘제로 에너지 하우스’를 만들고 싶었나 보다. 문제는 한여름에 찜통이 된다는 것.

 

나는 남편의 완벽함보다 간혹 드러나는 모자란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그럴 때마다 남편에게 와락 덮쳐서 꼬옥 끌어안는다. 남편은 광대가 승천하며 한마디 한다.

“오늘도 조조(떠들다 조, 조울증의 조)하구나~”

1층 나무 데크에서 바라본 전경

 

밤이 되면 평창은 칠흑같이 어두워졌고 고라니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맑은 날 밤에는 수많은 별빛이 쏟아졌다.

수년 전, 유성우 쇼가 펼쳐진다는 밤. 남편은 마당에 야전침대를 펼쳐주었다. 와인까지 한 잔 따라 주며, 편하게 누워서 유성우를 감상하라고 했다. 그 날, 대여섯 개의 유성을 볼 수 있었다.

‘별똥 떨어진 데서 별의 운행을 묻다.’ 나는 어쩌다 지구별 평창에 떨어져 이와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일까... 유성우처럼 찰나의 인생일 것이었다.

이미지 pxhere.com

 

별보는 걸 좋아하는 나를 위해 남편은 천체망원경을 사 주었다.

2층에서 바라본 전경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사방이 가을에 물들고 있었다.

 

풍경에 취해 남편에게 말했다.

“오빠 덕분에 이렇게 좋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네! 베리 많이 고마워요~!”

“날순이가 원하면 언제든 올 수 있어~”

나야, 뭐... 평창이라면 계절마다 한 번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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