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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삶 사랑.../사람, 사랑, 연애, 결혼 이야기

낭만에 대하여(최백호)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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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젊은 여자 : 제... 의사를... 잘... 표현하지 못해요...

법륜스님 : 뭐라고요? 좀 크게 말해봐요!

젊은 여자 : 모임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힘들어요.

법륜스님 : 나서서 먼저 말할 필요 없어요. 묻는 말에 대답만 하면 되지. 식당가면 먼저 나서서 주문 받아 적는 사람 있나~ 없나? 있지? 그럴 때 내가 뭘 먹을지만 잘 말하면 되요. 알았어요? 주문 받을 때 제대로 말하지 않아서 메뉴 하나 모자라게 하는 사람 꼭 있다니까.

 

카페나 식당에 가면 어느새 사람들 주문 받아 적는 사람이, 나다. 몸에 밴 습관 같은 거다. 나는 리더보다 어시스턴트에 맞는 성향인데 어쨌거나 모임 주최측에 가까이 있었다. 

 

 낭만에 대하여(최백호) 듣기

 

친목모임 회원 C는 나보다 열 살이 많았다. 최강 동안의 희고 맑은 피부, 유행하는 헤어스타일, 캐주얼한 몽클레르가 어울리는 남자였다.

C는 모임에 벤츠나 아우디를 몰고 나와서 가끔 30~40명 식사비를 모두 내기도 했다. 주최측과 가깝게 지내다 보니 회원들의 신상을 더 잘 알게 되었는데, 그는, 옴므파탈이었다.

 

그의 차를 세 번 정도 탈 기회가 있었다. 그는, 정말, 유쾌한 사람이었다.

 

첫 번째 탑승 했을 때.

나 : 제 최초의 기억은 세 살 때, 남동생이 태어날 때였어요.

C : 더 기억력 좋은 사람은 오빠 태어나는 날도 기억해요~

나는 정말 크게 빵 터져서 입을 가릴 생각도 못하고 크게 웃었다.

동행한 여자 회원 : 그게 무슨 말이에요?

 

C는 계속 그런 식의 대화를 이어 갔는데, 속으로 ‘이 아저씨 참 머리가 좋구나! 이 세상 재치가 아니다!! 옴므파탈 인정~!’ 그랬다.

그러나 동행한 여자 회원은 나랑 생각이 달랐다.

여자 회원 : 말 좀 알아듣게 하세요!! 어디까지가 농담이고 어디까지가 진담인 거예요??

 

나는 여자 회원 말에 또 크게 웃고 말았다. 농담과 진담의 경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녀가 살짝 모자라 보이기도 했고, 데리고 살 것도 아닌데 그가 농담100%든 아니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C : 아미네님, 감정에 너무 솔직한 거 같아요. 짐짓 아닌 척도 하고 딴청도 피우고 그래야 남자들이 애닳아 하지.

나는 또 빵 터졌다.

나 : 왜 때문에 남자들 애를 닳게 하나요? 저는 진실한 사람 딱 한 사람만 필요한 걸요~

C : H어때요? 보아하니 돈도 좀 있고 힘도 좋~~게 생겼잖아요.

나 : 푸하하하하~ 힘이 좋게 생긴 건 또 뭔가요? 제 연애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두 번째 그의 차를 탔을 때는, 서울 근교모임이 끝나고 그가 우리 집에 데려다 줄때였다. 단 둘이 이동하면서 그는 자신의 삶을, 특유의 재치를 담아 풀어냈다. 자신의 재산 형성 과정, 화려한 여성 편력...... 세미 느와르 영화와 같은 삶이었다.

C : 보통 여자들은, 내 삶을 감당할 수 없어요.

나 : C님... 그렇게 잦은 이별을 하다보면 심장이 너무 아프지 않나요?

C가 싱긋 웃더니 말했다.

C : 어느 시기가 지나니까... 나중에는 무감각해집디다. 최백호 낭만에 대하여에 나오잖아요.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이별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이라고.

 

나는 살짝 마음이 아팠다. 얼마나 많은 이별을 경험해야 이별에 무감각해질 수 있을까. 무감각해지기 전에 그가 느꼈을 아픔과 고통은 어느 정도였을까... 이별에 무뎌진 그는 ‘사랑’이라는 감정에도 불감증일 것이었다. 이별마저 달콤하다고 노래하는 연륜은, 분명 초연함이었다.

 

세 번째 그의 차를 탄 것은 여자 회원 F때문이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고 C보다 나이가 어린 F는, 자신이 예쁘다는 자의식이 무척 강한 여자였다. 눈에 띄는 미모였다.

 

토요일, 저녁 모임. C와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함께 식사하던 F가 C에게 관심을 보였다. 둘이 주거니 받거니 노련하게 수작을 했다. 모임이 파할 즈음, F가 바다를 보고 싶다고 하자 C가 지금 당장 가자고 했고 F가 말했다.

“단둘이 가는 건 좀 그렇고... 아미네님 함께 가면 저도 갈게요.”

‘으응? 갑자기 나는 왜?? 이제 와서 조신한 척인 건가? 좌중에서 제일 경쟁의식이 안 생기는 게 나라는 거군. 이 언니가 진짜~~!’

나는 컨디션이 안 좋다며 거절했다.

C : 같이 갑시다! 내가 아침 8시까지 아미네님 집 앞에 내려줄게요.

 

겨울 밤바다는, 멋있었다. 달빛이 요요했고 파도가 몰려와 흰 포말을 남기며 사그라들었다.

F의 집은 구로였다. C는 인천->구로->천호로 이동하지 않고 인천->천호-> 구로로 이동했다. C는 7시 50분에 우리 집 앞에 도착해 내려주었다.

 

나중에 C를 만났을 때 묻지 않은 말들을, 특유의 재치를 섞어 전해주었다.

“F는 순진한 여자였어요. 구로에 도착하자 모닝커피를 사 주겠다고 하더군요. 우리 나이에 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 날 아침 몰골이 얼마나 처참한 줄 모르는 거지. 적어도 십년은 늙어 보이거든요. 어두운 조명 아래서 안 보이던 주름들이 아침 햇살에 적나라하게 도드라지는 거야. 마귀 할멈이나 마귀 할아범이 따로 없어요!”

나는 또 크게 빵 터지고 말았다.

 

모임에 참석해서 좋은 사람을 만나 탈퇴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드린 후였다. C에게서 카페 쪽지가 왔다. 축하한다고. 한 사람하고만 식사하는 게 지루해지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그의 전화번호가 적혔 있었다.

 

그의 전화번호를 작게 따라 읽다가 나는, 눈물이 핑 돌았는데, 내 감정을 표현할 말을, 찾지 못했다. 연민, 슬픔, 안쓰러움, 고독... 그런 단어로는 표현되지 않는... 어떤 감정이었다.

서둘러, 쪽지의, 삭.제.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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