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듣기 / 가사
묻지않을께 네가 떠나는 이유 / 이제 사랑하지 않는다는걸 알기에
야윈 너의 맘 어디에도 / 내사랑 머물 수 없음을 알기에
이해해 볼께 혼자 남겨진 이유 / 이젠 나의 눈물 닦아줄 너는 없기에
지금 나의 곁에 있는건 / 그림자 뿐임을 난 알기에
사랑은 봄비처럼 내 마음 적시고 / 지울수없는 추억을 내게 남기고
이제 잊으라는 그 한마디로 / 나와 상관없는 다른 꿈을꾸고
이별은 겨울비처럼 두 눈을 적시고 / 지울수없는 상처만 내게 남기고
이젠 떠난다는 그 한마디로 / 나와 상관없는 행복을 꿈꾸는 너
기도해볼께 니가 잊혀지기를 / 슬픈사랑이 다신 내게 오지않기를
세월 가는데로 그대로 / 무뎌진 가슴만 남아있기를
왜 행복한 순간도 사랑의 고백도 / 날 설레게한 그 향기도
왜 머물순 없는지 떠나야 하는지 / 무너져야만 하는지
서른다섯 살에 나는 노처녀가 되었다. 서른다섯이 되자, 눈이 다락같이 높다느니, 그렇게 고르다가 노처녀로 늙어 죽는다느니... 노처녀에 대한 우스갯소리가 더 이상 재미있지 않았다. 내가 나이 들어가는 것이 마치 애인의 잘못인양 날카로운 말로 히스테리를 부렸다. 그와 헤어지고 나서야 내가 권태기였다는 걸 알게 됐다. 연애다운 연애를 처음 해봤기에 권태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나훈아님은 ‘이별보다 더 아픈 건 외로움’이라고 노래했다. 혼자 노는 걸 수준급으로 잘 하는 나였지만, ‘이미 돌아선 님’을 보내고 느끼는 외로움이란, 말이 가 닿을 수 없는 곳에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주말마다 친목모임에 나가곤 했다.
결혼 적령기는, 있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에게 결혼 적령기는 존재한다.
친목모임에서 서른 중반이 넘은 남자들을 보니 미혼인 경우, 성격이나 경제력이나 뭔가 하나 부족했고, 매너 좋고 능력 있는 남자는 이미 결혼했거나 장가를 한두 번 다녀왔다.
물론 서른 중반이 넘은 미혼남 중에 성격 좋고 경제력 갖춘 남자도 있긴 했다. 그들은 젊고 예쁜 여자에게 관심을 가졌다.
친목모임은, 생각보다 즐거웠다. 맛있는 음식과 상큼한 맥주와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남자들이 있었다. 빼어난 외모가 아닌 내가, 이성하게 어필하는 요소가 뭘까 생각해 보았다. 나에겐 나도 모르게 습득한 밝은 표정, 경청, 긍정의 리액션이 있었다. 긴 생머리, 날씬한 몸매도 강점이었을 것이다. just ten minutes는 아니었지만, ‘남자들, 참 쉽구나.’ 생각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남자들, 참 외로웠구나.’라는 걸 알게 됐지만.
쉬운 남자들 사이에, 쉽지 않은 남자 L이 있었다. 말수가 적은 L에 대한 첫인상은 차가움이었다. 단정한 머리, 다부진 체격, 체형에 딱 맞는 자켓, 실용적인 가죽 가방. 그가 같은 테이블에 앉은 B에게 예쁘지 않은 농담을 던졌다. 패션에 대한 지적이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내가 오지랖을 부리고 말았다.
“L님. 영화 대사가 생각나네요. 너나~ 잘 하세요~~”
L은 웃지 않고 얼굴을 돌려 버렸다. 나는 아차! 했다.
L과 다시 만났을 때 사과했다.
“L님, 지난번에 너나 잘하라고 농담한 건 무례했어요. 미안합니다.”
“난 그런 거 기억도 안 나요.”
나는 빵 터져서 웃으며 말했다.
“쏘~ 쿨~~~!”
주말 모임에서 만남이 쌓일수록 L에 대해 아는 게 많아졌다. 마흔이 넘은 미혼에 모임에서 탑 쓰리에 드는 인기남이라는 것, 동남아에 사업체가 있다는 것, 예쁜 여자들과 이런 저런 썸을 탄 이력이 있다는 것...
서른 중반이 넘은 남녀들은 이십대의 남녀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호감을 나타내는 눈빛이나 표현이 노련하다고 해야 할까 노골적이라고 해야 할까. 많은 여자들이 그에게 노련하게 혹은 노골적으로 호감을 표했다.
모임에서 만남이 잦아지니 L과 편한 관계가 되었다.
“처음에 너나 잘하라고 할 때는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아미네 귀여운 면이 많네.”
심쿵!! 처음 들어봤다, 귀엽다는 말.
두 살 연하의 애인과 햇수로 5년을 만나는 동안, 귀엽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었다.
내가 봐도 화장이 잘 돼서 기분 좋은 어느 날.
“아미네, 오늘... 사뭇 달라 보인다.”
‘사뭇’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감미로운 단어였었나.
노 브레인의 노래로 화답해 주었다.
“넌 내게 반했어~!”
L이 크게 웃었다.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알아요? 요즘 그 노래에 꽂혔어요.”
L은 mp3(옛날에는 mp3플레이어라는 게 있었다.)를 꺼내 플레이버튼을 눌렀다.
L과 나의 감정을 눈치 챈 H가 나중에 나에게만 조용히 말했다.
“L이 동남아에 가면 텐 프로급 여자들이 줄을 선단다. L의 연애가 1년을 넘는 걸 못 봤어.”
얼마 후, 별로 친하지 않은 C가 저녁을 먹자고 했다.
참치집에서 청하를 곁들여 식사를 하고나자 조여정을 닮은 C가 말했다.
“아미네 언니, L과 저, 사귀는 사이에요.”
하소연인 듯 경고인 듯 C는 L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들어보니 ‘자유로운 영혼’ L에게 집착하는 C가 보였다. C는 5년 넘게 L의 썸을 지켜보며, 썸이 끝나면 돌아오는 L을 애인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내가 모르는, L의 출구 없는 매력을 C가 알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정신차리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자유로운 영혼’을 데리고 살려면 강철심장을 가져야 할 거 같다.
보통 심장이라면 갈갈이 찢어질 테니까.
오랜 만에 들은 노래 한 곡에 옛 생각이 방울방울.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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