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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삶 사랑.../일상 소소한 이야기

내 감정을 책임지다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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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도반이 역시 나와 상의도 없이 평창 별장으로 AO를 초대했다. 두 식구 살림도 허덕이는데 손님 초대라니. 나는 가사에 들이는 노동과 시간이 아.. .. 아깝다. 5 년 내에 가사 노동에서 해방될 만큼 부자가 되겠다! 업계 최고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며 가사 도우미를 고용하겠다! 손님은 맛있는 음식을 우아하게 서빙하는 식당에서 대접하고 집에서는 다과만 대접하는 것이 딱 좋다.

 

AO만 챙겨도 더는 속상하지 않았다. 자상한 남자를 만난 건 O의 복이었다. 그게 큰 복이라는 걸 O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빛나던 O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2월에 여자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보인 O가 안쓰러웠다. 무조건 O에게 잘해주고 싶었다. 반면 나약한 모습을 보인 것에 자존심이 상한 O는 고슴도치처럼 무장한 듯했다.

 

- 우리 나이는 삶을 갈무리할 나이죠. 너무 열심히 살면 다리 부러져요.(내가 잠을 아껴가며 공부하는 것에 빗대)

- 오늘 너무 많이 먹었어요. 다이어트 폭망이에요. (내가 간헐적 단식을 하는 것을 빗대)

- 우리 A씨 좋은 점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고칠 점은 고치려고 한다는 거예요. (다른 의견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 도반을 향해)

- 지난 일은 묻어 두는 게 지혜로운 거야. (나의 글 화양연화를 읽고)

- 평창에만 오시지 말고 여행도 다니고 그러세요. 우리는 여러 곳에 여행 다니며 추억도 정말 많이 쌓았거든요.

 

아이구야~ 결혼 5년 차 부부에게 결혼도 안 해본 처자가 할 말은 아닐 텐데... 연애시절의 겉절이같은 추억과는 차원이 다른 부부의 묵은지 같은 정을 어찌 알겠나...

내 안의 어린아이를 잘 돌보자 어린아이가 너그러워진 게 느껴졌다. O의 뾰족함이 거슬리지 않았다.

어쨌든 모두가 즐거운 만남으로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도반이 O의 무례함이 목불인견이라 참느라 힘들었단다. 친구라 두둔하는 게 아니라 O가 목불인견일 정도는 아니었다.

O는 행복하지 않아서 까칠하게 군 것이다. 201710월에 내가 그랬듯이. 내가 일상에서 작은 의미를 찾기 시작하며 평안을 누리듯 O도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20195

도반을 통해 AO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곧 결혼 소식도 듣겠네~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둘의 결별 소식을 듣게 되었다. 실연의 아픔을 잘 알기에, 안쓰러웠다.

 

2019710

헤어진 걸 알면서, 어떻게 지내? 라고 묻기도 그렇고

헤어졌다며? 괜찮아? 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O에게 차일피일 연락을 미루고 있다.

 

제주도 전화 사건 때, O에게 내 기분에 대해 솔직히 고백했고 나의 무례함에 대해 사과했었다.

넷이 함께하는 만남을 통해 내 안에 복잡하고 유치한 감정들을 직시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나의 기특한 모습뿐 아니라 나의 못난 모습까지 속속들이 알고 싶다. 나를 방어하거나 상대를 공격하지 않고 솔직하게 대화하고 싶다. 아주 조금씩이나마 마음의 키를 키우고 싶다.

 

(아래 공감 누르기는 제게 더 잘 쓰라는 격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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