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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삶 사랑.../일상 소소한 이야기

내 감정을 책임지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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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

백운산 휴양림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며 친구 O가 말했다. “이렇게 좋은 곳이 가까이 있는데 남편하고 주말마다 놀러 오면 되겠네~” “너 그 얘기 세 번째야! 내가 말했잖아. 남편은 주말마다 평창에 간다고!” “미안미안~” 친구는 청춘사업에 푹 빠져 내 이야기는 귓등으로 듣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마음에 이르는 길이라고 한다. 이해와 아량으로 친구를 대해야 한다고, 머리로는 아는데 슬그머니 미움이 마음으로 들어왔다. 내 우정이라는 게 참으로 얄팍해서 실소가 나왔다.

 

201712

심한 감기로 고생하는데 도반이 친구 AO를 만나러 인천에 가자고 했다. 컨디션도 좋지 않았고 두 남자가 O만 챙기는 걸 또 보고 싶지가 않았다. 그런데 도반이 약까지 챙겨 주는 통에 감동해서 쫄래쫄래 따라나서게 되었다.

도반에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미리 말해 주었어야 했다. AO만 챙기니 당신도 나를 먼저 챙겨 달라고. 그런데 너무 유치해서 말하지 않았다. 내 불쾌함 뒤에는 소중하게 챙겨 받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것이다.

두 남자는 10월과 똑같이 행동했고 나는 작심하고 비뚤어졌다. 나의 비뚤어진 언행에 도반의 기분도 망쳐졌다. 결정적으로 O가 밑도 끝도 없이 말했다.  우리 OO()이 돈 좀 많이 주세요~ 돈다발 부케도 만들어 주시구요~” O가 무신경한 줄은 알았지만 돈이라는 민감한 화제를 저렇게 훅~ 얘기할 줄이야!!

도반과 나 둘이 있을 때, 도반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O에게 무슨 말을 했기에 O가 그런 무례한 말을 하느냐고 소리쳤다.나중에 O에게 왜 그런 말을 했냐고 물어봤다. 별 뜻 없이 한 말이란다. 돈 문제는 아주 민감한 거라서 제 3 자가 절대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2018. 2.

AO가 제주도로 여행을 간단다. 부러웠다. 우리 부부는 매주말 평창에 갔다. 그림 같은 이층집과 예쁜 잔디밭이 있지만, 가끔 가야 별장이지 매주 가면 노동이 기다리는 일상일 뿐이다.

O에게 귤을 조금 보냈다. 미리 제주도의 향기를 보내니 여행 잘 다녀오라고. 그리곤 잊고 있었는데 A로부터 전화가 왔다. 제주도에 도착해서 잘 놀고 있다고. ‘참 이상한 사람도 다 있네. 둘이 재밌게 놀 것이지. 현장에서 보고하는 건지 자랑하는 건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도반이 훅~ O를 바꿔준단다. 나는 손사래 치며 받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빨리 받으라는 도반을 피해 다른 자리로 갔다가 내가 왜 피하지?? 무신경한 건 그들인데?? 전화기를 낚아채듯 받았다. 그간 쌓인 서운함이 폭발했다. A에게 말했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라는 책을 읽어보시면 오늘 A씨가 뭘 잘못했는지 알게 될 거예요!! 꼭 읽어 보세요. !!

O에게 말했다. 둘이서 떠나요~ 제주도 푸른 밤~ 그 제주도씩이나 가서 둘이 잘 놀다 올 것이지 현장 중계까지 하고 싶었니? 나도 제주도 가고 싶어! 내가 여행 좋아하는 거 너도 알잖아. 근데 우리 도반은 평창평창평창 밖에 몰라! 내가 얼마나 너에게 하소연했는데, 그걸 다 알면서!! 제주도에서 생중계 전화가 하고 싶든??

 

전화를 끊고 자괴감에 깊이 빠져 위가 아프기 시작했다. 심한 위통과 부끄러움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밤을 지새웠다.

(다음에 계속...)

(아래 공감 누르기는 제게 더 잘 쓰라는 격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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