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사건은 기록하는 자에 의해 왜곡된다.
O에 대한 서운함 때문에 나의 글에서 O는 왜곡되었다. 무신경하다는 단점보다 좋은 점이 만 배나 더 많은 친구다. 여행, 독서, 영화 등을 즐기는 O이기에 대화가 즐겁다. 나의 소소한 이야기, 때론 감정에 치우친 시시한 이야기도 잘 들어준다. 섬세하게 선물을 고를 줄 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명인이 만든 막걸리를 선물하고, 직접 만든 떡케잌, 라벤더 향이 은은한 디퓨저, 가죽과 니트가 깔끔하게 조합된 엘르 장갑...
내가 일부러 비뚤어진 언행을 한 것에 비하면 O의 무신경한 언행은 애교 수준일 것이다. 나 스스로 비뚤어진 것을 잘 알면서도 마음은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서 애정의 눈으로 보게 되질 않았다. 이래서 마음 수양이 죽을 때까지 필요한 것이리라.
2019년 1월
역시 도반의 제안으로 A와 O랑 춘천으로 놀러 갔다. O의 표정은 더이상 빛나지 않았다. 나도 혼자 서운해하며 엇나가지 않았다. 다만 해외여행을 한 번도 안 해봤다는 사람 앞에서 바르셀로나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가봤다고 말하는, O처럼 말해 보았다.
O : A는 자부심이 대단해요. 늘 어깨가 으쓱한다니까요.
도반과 A는 우수한 학생들만 뽑는 명문고 동창으로 A는 지방대 과수석 졸업, 현재 중소기업 부사장이다.
평소의 나라면 "잘나서 자부심 가지는 건 박수쳐 줄 일이죠." 라고 대화를 이어갔을 거였다. 그러나...
나 : 우리 학교 교수님들은 학생들에게 자부심을 가지라며 SKY 출신 아니면 미팅도 하지 말라고 했어요.(나보다 좋은 대학 나온 사람 없지? 라는 뜻을 담아.)
O : 저는 데이트 비용 반반 부담하는데 A 씨가 다른 여자들이랑 다르다고 하네요.
평소의 나라면 "역시 내 친구 개념 있네. 주체적인 모습이 참 좋아~"라고 반응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 : 근데 너, 결혼하면 집에서 살림만 하고 싶다며?
O : 직장 생활이 너무 힘드니까...
나 : 결혼 후에도 아내건 남편이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어야 당당한 거 같아.
A와 O가 사정 상 결혼 추진을 못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언제 결혼할 예정이냐, 서로 상의해서 빨리 추진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평소의 나라면 조심스러워서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이다.
O처럼 말하는 게 전혀 유쾌하지 않았다.
O : 우리 A씨는 제 외모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단계는 지났다고 해요. 제 모습 그대로 예쁘데요.
도반 : A도 눈이 있는 남잔데 날씬하고 예쁜 여자가 좋겠지요.
내 생각과 마음이 커지면, 상대를 보듬고 이해하게 된다.
아줌마스런 몸매에 대한 컴플렉스와 A의 애정을 보여주고 싶은 O의 어린 마음이 보였다. 외모보다 내면이 중요하다고 강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리라.
나는 외모도 내면도 중요하다고 본다. 김태희처럼 되자는 게 아니라(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단정하게 꾸미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정도를 말한다. 적정 체중은 육체 건강과 정신 건강에 두루 좋다.
내 안에 더 많이 챙김 받고 싶어서 투정 부리는 어린아이가 있듯 친구 O에게는 과시하고 싶은 어린아이가 있었다. 어린아이는 미워할 대상이 아니고 보듬어야 할 대상이었다. 내 안의 어린아이 감정을 잘 보살펴야 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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