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29. 수
오전 10시. 거실에 비쳐드는 밝은 햇살이 좋았다.
씨앗에서 발아시킨 아보카도 햇빛 샤워하라고
그늘진 방에서 거실로 옮겼다.
내 손바닥보다 커진 초록 이파리들이 제법 너울댄다. 기특하다.
점심 식사 후, 남편이 오랜만에 평창 드라이브 가자고 했다.
남편 컨디션이 좋아보여 내 맘도 좋았다.
알고보니 평창에서 사업을 벌인 아들의 부탁이 있어서 평창에 가자한 것이었다.
아비의 정이란...
남편의 아들은 이재(理財)에 밝다.
돈이 모이는 곳이 보이는데 왜 땀 흘려 일해야 하죠? 아들이 말했다.
아들이 돈을 많이 벌기보다 바른 길로 가길 원해. 남편이 말했다.
(그럼에도 내 기준에서 아들에게 바른 조언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네가 하는 일이 합법적이라도 하나님의 축복과는 거리가 먼 일이야.
널 위해 세게 기도하고 있어. 내가 말했다.
남편이 아들과 서류 작업하는 동안 평창 읍내 파리바케트에서 기다렸다.
갈색으로 잘 구워진 빵 위에 하얀 슈가 파우더가 뿌려진 것,
슈크림, 팥, 버터크림 등을 채워 넣은 빵,
진갈색에 시럽으로 코팅되어 반짝이는 빵...
쭈욱 훑어 본 후 <달콤한 고르곤졸라>와 <핫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빵과 커피를 앞에 두고 있으니 소소한 만족감이 밀려들었다.
고르곤졸라의 짭쪼롬하며 고소한 맛을 좋아한다.
남편은 '꼰대에게졸라'라고 말장난을 했었지.
나 : 암환우들은 예민해져서 가족들에게 짜증을 낸다는데
오빠는 더 온화해진 거 같아요. 고마와.
남편 : 누구나 인생에서 스스로 겪어내야 할 일들이 있는 거야.
본인만 힘들어야지 주변사람까지 힘들게 해서 되겠나.
나 : 우리 엄마는 자서전에서 누군가 거꾸로 매달고 때리면
매질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표현했어요.
남편 : 어머님이 고생을 잘 겪어내셨지.
나 : 많이 힘들 때, ‘이것도 곧 지나가리라’ 기도문처럼 되뇌면 마음이 편해졌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남편의 권유로 황둔쌀찐빵을 샀다.
연애 시절 남편이 한 박스를 사 주는 바람에
냉동실에 얼려놓고 두고두고 먹었던 기억이 있다.
암 치병에 좋을 리 없는 주전부리라
딱 한 입만 먹으라고 입에 대주니 한껏 입을 벌려 베어 물었다.
남편을 기다리며 커피를 마시고
함께 드라이브 하고
찐빵 하나를 나눠 먹는......
소소한 행복을, 오래 영위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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