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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삶 사랑.../일상 소소한 이야기

비 오는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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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수요일.

80년대 숙명여대 앞에는 <메르꼴레디(수요일)>라는 카페가 있었는데

비 오는 수요일마다 손님들에게 장미를 한 송이씩 주었다.

 

* * *

매일,
각종 야채로 녹즙을 만들고 레몬즙, 사과즙, 귤즙을 만든다.

일주일에 두어 번 검은콩을 삶고 도토리묵을 쑨다.

한 달에 한 번 흑마늘도 만든다...기 보다는

마늘을 다듬어 전기밥솥 보온에 넣어두면 2주 후 흑마늘이 된다.

토마토 아보카도 딸기 키위 블루베리 체리 배 견과류...

과일을 떨어지지 않게 준비 한다.

 

생채식만을 고집하던 남편의 체중이 많이 줄었다.

암 환자의 체중이 주는 ‘악액질’에 대해 공부하다가

‘아베마르’를 알게 되어 남편과 함께 유튜브 영상을 봤다.

30포에 29만 원에 구입했는데 남편은 아직 복용하지 않고 있다.

남편 부탁으로 하이드라진 설파이트를 주문했다.

 

염창환 박사가 소개한 치킨 주스 (사과 당근 닭가슴살 간 것)도

고려해볼 만한데 남편은 내켜 하지 않는다.

근육 생성에 도움이 되라고

2주 전부터 저녁상에 생선을 올린다. 가자미, 조기, 이면수...

바닷속 중금속 오염이 덜 된 30cm 미만의 흰살 생선으로 준비한다.

점심상에 한 알에 천 원 하는 무공해 계란도 한 알씩 올린다.

생채식보다 화식도 상에 올린다.

돌나물, 시금치 무침, 참나물 무침, 새송이버섯 조림,

가지나물, 김무침, 애호박새우젓볶음...

 

* * *

뼛속까지 ‘엉아’인 남편은, 어디서나 대장이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러니 여덟 살이나 어린 나를 아주 애 취급 한다.

연애 시절에는 그것이 살뜰한 보살핌과 따뜻함으로 해석되었다.

두꺼운 콩깍지가 씌었었다.

(콩깍지 안 씌어 본 사람은 말을 말어~)

 

요즘은 내 방에서 책을 읽고 있을 때,

“날쑨이 잘하고 있구나.”라며 머리를 쓰다듬고 가곤 한다.
쉽지 않은 시기를 사는 그가 내게 느끼는 연민...

쓰다듬는 손에 기력이 안 느껴져, 먹먹하다.

 

반찬이 맛있다는 말도 자주 한다.

 “오빠, 주방일 서툴기만 한 내가 그래도 꽤 잘하고 있지~?

예상 외라 놀랍지?”

“놀랍다기 보다는... 애잔하지...”

“...... 어우~ 애잔할 필요 없어. 난 잘 지내니까.

오빠가 사 준 편백나무 족욕기에 발 넣고

책상에 앉아서 책 읽고 있으면 얼마나 행복하게~”

그랬다.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씰~데 없이 애 닳아 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그뿐.

 

 

원목 책상 상판의 나무결과 옹이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미세한 요철을 느낄 때마다 가슴이 간질 거린다.

 

 

 

의자 양 옆의 맨질맨질한 원목 다리 부분을 만지면 기분이 좋아진다.

편백나무 건식 족욕기에 발을 넣고 있으면 세상 따뜻하다.

비 오는 수요일, 

남편이 마련해 준 포근한 보금자리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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