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생신은 어머니 생신보다 사흘 빠르다.
엄마 생신은 아버지
생신에 묻혀 지나가곤 했다.
엄마는 아버지 생신 사나흘 전부터 장을 봐서 여러 종류의 김치를 담그시고
동태전, 잡채 등 잔치 음식을 만드셨지.
몇 해 전부터 두 분의 생신을 식당에서 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어제 16일, 둘째 언니네서 모였다.
올 겨우내 보기 힘들었던 눈이, 축복인 양 하루 종일 내렸다.
오늘 아침 창밖을 보니 2 ~ 3cm 정도 쌓여 있네.
나는 여러 성향을 다 갖고 있는 다중이라~
혼자 있을 것을 무척 좋아하는 집순이면서도
여럿이 모이는 것에 설레며 여행도 참 좋아한다.
택시 타고~ 무궁화 기차 타고~ 경의 중앙선 타고~ 또 택시 타고~
이래 가려 했는데 큰형부가 역에서 픽업해 주셔서 마지막 택시는 승용차로~
큰형부한테는 늘 많이 받기만 한다.
사랑하는 아버지, 엄마~ 우리 친정 식구들~ 참 반갑고 즐거운 시간.
조카 손주 다원이 재롱이 꽃을 피웠다.
일 년에 서너 번 만나면 낯가림으로 아는 척도 않더니
이번에는 같이 손도 잡고, ‘다원이 잡으러 가자~’ 놀이도 하고
외할비가 뽀뽀해 주라니까 내 볼에 대고 뽀뽀하는 시늉^^도 하더라.
‘아이는 태어난 것 자체로 효도를 다 한 거’라는 말이 생각났다.
세상 모든 아기가
우리 석규 호 진희 수연이 윤이 다원이처럼 사랑받고 자라기를.
눈과 입이 호사를 누리는 정성스런 상이 차려졌다.
둘째 언니랑 형부가 가장 많이 고생하셨고
두 딸과 큰 사위가 함께 준비한 이 노고의 산물~ 고마워서 어쩌누~
양상추, 양배추, 토마토 등 각종 야채에 새콤 짭짤한 소스(오리엔탈?)로 버무린 후
리코타 치즈와 연어로 장식한 연어 샐러드,
삼겹살을 간장 소스에 재웠다 조리듯 구운 삼겹살 간장조림,
무싹 파프리카 햄 등을 넣어 돌돌 곱게 말은 무쌈,
메밀전병을 얇게 부쳐 예의 재료를 넣고 말은 메밀전병쌈,
한국인의 잔치에 빠지지 않는 잡채, 꼬치전, 장조림, 고사리, 시금치, 묵무침...
게다가 올케가 색색이 고운 해파리 냉채와 잡채를 해왔다. 역쉬 맛났다.
재료를 다듬고 씻고 칼질하고 볶고 데치고 무치고...
요리의 수고로움을 너무도 잘 알기에 축복하는 맘이 절로 나왔다.
올케가 두 손바닥을 붙였다 펼치는 제스처를 하며
“큰형님 ‘킨들’있어요~ 그 왜 있잖아요. 이북~”
큰언니가 남북회담을 위해 이북사람들이 체크인하면 관리하는
특별허가증을 가진 줄 알았다.
지적 호기심이 많은 큰 언니가 이북 리더기(e-book reader)인 킨들(Kindle)을 가져왔다.
가볍고 얇고 깔끔하게 생겼다.
큰언니는 커피와 음악과 책과 뜨개질이 있으면 소소하게 행복하다고 했다.
셋째 언니는 BTS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무료하다 징징대지 말고~^^)
자기를 행복하게 해 주는 소소한 것들을 찾아 누리며 살았으면 한다.
큰언니와 자식 이야기를 잠깐 했다.
자식이 없는 내게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기는 쉽지 않다.
법륜스님은 스무 살이 넘은 자식은
잘살든 못살든, 지 알아서 살라 하고 집착하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스님도 자식이 없어서...^^
나 –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우리 만나서 식사할까?
올케는 시누들이랑 있는 거 불편할 테니까 네 명만 만나면 어때?
큰언니 – 올케가 서운해 하겠다.
둘째언니 – 서운하긴~ 시누들이랑 식사하는 게 좋은 사람은 드물지.
나 – 만약에 나한테 시누 4명이 식사하자고 하면 바쁜 일 있다고 할 거야.
큰언니 – 니가 많이 심심한가 보구나...
나를 설명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과 실컷 수다를 떠는 건 정신 건강에 좋으니까.^^
엄마가 깍두기랑 짠지를 싸 주셨다.
큰언니가 황매실 효소를 주셨다.
오늘 점심에
언니가 준 매실 효소, 배 간 것, 다진 잣, 다진 양파,
고추장, 간장으로 샐러드 소스를 만들었더니 달콤 짭짤 매콤 맛있었다.
남편도 상추 샐러드에 뿌린 소스 국물까지 깨끗이 먹었더라.
둘째 형부가 직접 농사지은 말린 아로니아를 주셨다.
두유에 사과 바나나 꿀 넣고 갈아 먹어봐야겠다.
* * *
남편은 친정에서 하룻밤 자고 오라고 몇 번을 말했다.
엄마는 구정에 왔으니 생신에는 ㅎ서방 혼자 두고 오지 말라고 하셨다.
오늘 엄마가 전화를 주셨다.
짠지는 삼분의일씩 잘라서 채 썰어 물 붓고 다진 파, 식초 넣어 먹으라고.
ㅎ서방에게 친정에 흔쾌히 보내줘서 고맙다고 전하라고.
남편에게 엄마 말씀을 전하자
남편은 완쾌되면 장인장모님께 맛있는 것 사드린다고 전해 달란다.
그날이 속히 오기를~!
* * *
(사족)
남자는 나이가 들면 아내, 집사람, 와이프가 꼭 필요하고,
여자는 나이가 들면 딸, 친구, 찜질방이 꼭 필요하단다.
법륜스님께 질문하는 여자분 1.
“저는 두 아들을 둔 사십대 주부입니다.
주위에서 꼭 딸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딸을 낳고 싶은데
남편이 반대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변에서 와르르 웃자
“제가 나이가 많다는 건 압니다...”
“자기가 나이가 많아서 웃는 게 아니야~”......
부모의 필요에 의해서 자식을 낳지만
자식을 키울 때 덕을 바라고 키우는 건 아닐 것이다.
덕 볼 생각이 없다면 아들이건 딸이건 무슨 상관일까~^^
자식으로 태어나 준 것만으로 이미 효도를 다 한 것을.
법륜스님께 질문하는 여자분 2.
“아들 부부에게 매달 생활비를 대주고 있습니다.
제가 좀 여유가 있다보니 아들 부부는 뭐 더 가져갈 게 없을까 궁리하는 듯합니다.
제가 계속 생활비를 대 주는 것이 잘하는 일일까요.”
“엄마에게 아쉬운 소리 좀 하면 돈이 나오는데
아들이 뭐하러 힘들게 일해서 돈 벌려고 하겠어요?
결국은 아들이 영영 자립할 수 없게 되겠지.
주는 게 마음 편하고 계속 줄 수 있으면 주고
아니면 지들 알아서 살라고 독하게 끊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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