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6일.
원주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역사 테마가 있는 트레킹에 동참했다.
‘동학의 길’은 여주 여강길 11코스였다.
여주 주록리(사슴이 뛰어다니는 마을)에서
동학의 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의 묘역까지 트레킹 후
해월의 피체지(체포된 곳)까지 둘러보았다.

한여름의 숲 향기가 좋았다.
바스러진 채 켜켜이 쌓인 갈색 낙엽들이 쨍한 태양볕에 타는 냄새?
나무 그늘진 곳에 태양볕이 닿을 리 없겠지만.
7시에 시작한 트레킹이 10시가 넘어가자 지나치게 더웠다.
묘역 트레킹을 마치자 12시가 넘었다.
오후 1시, 해월의 피체지로 향할 때는 그늘 한 점 없는 곳을 지나갔다.
햇볕을 피하느라 몸을 꽁꽁 싸맸는데도 피부가 따가웠다.

대절한 버스로 돌아오자
통로 쪽으로 향하도록 돌려 둔 에어컨 송풍
구를 유리창 쪽으로 돌렸다.
유리창 커튼을 타고 내린 냉기가 전달되었다.
에어컨의 유용함을 체감하는 드문 순간들 중 하나였다.
트레킹에서 돌아와 집 현관문을 여니 서늘함이 느껴졌다.

에어컨 없이 십 수 년을 지냈기에 에어컨이 필요 없다고 자신했었다.
집순이라 외부 활동을 거의 안 했고
에어컨 없이도 살 수 있을 만큼 비교적 단열이 잘된 집에 살았던 것이다.
‘파티 에니멀즈’처럼 활동적이었거나 단열이 허술한 집에 살았다면?
에어컨 냉기를 좋아했을 확률이 높다.
스스로를 참 몰랐다는 순간과 마주할 때,
작은 반성을 동반한 묘한 쾌감을 느낀다.

서로를 소개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
익명의 사람들 속에서 편안했다.
점잖은 부부와 대화를 나눴다.
나 – 옥수수 맛을 올해 알게 됐어요.
부인 – 옥수수 맛있는 건 아직도 모르겠는데요~
나 – 저렇게 큰 옥수수 대에서 옥수수가 단 2개만 열린다는 걸 알고 놀랐어요.
부인 – 그러게요. 어떤 건 하나만 열려요.
남편 – 옥수수 하나에 수백 개의 알갱이가 있다는 걸 생각해야지요~
나 – 와~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어요!
새로운 시각을 접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옥수수를 단지 간식으로 보는 나의 시각과
다음 해의 씨앗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집순이 성향이면서도
종종 사람 사이에 있는 것 걸 좋아하는 이유는
사고의 지경을 확장 시키고 다른 시각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던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모르던 나를 만나면, 아주 쬐애금 더 겸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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