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
[중경삼림]을 보면서 왕감독은 고독을 화면에 그릴 줄 아는 천재라고 생각했다.
화양연화 역시 그랬다. 복잡미묘한 감정과 느낌을 배우의 표정뿐 아니라 배경음악 선율에, 슬로우 모션 장면에, 미장센에... 깔끔하게 녹여냈다.
백 마디 말보다 장면 하나로 전하는 감동, 영화의 강점이자 영화만들기의 어려움이다.
김영하 작가도 화양연화에 대해 썼다. 김 작가가 다니는 미용실 미용사의 말. “영화가 너무 재미없어서 옆 사람 팝콘을 먹을 뻔 했다니까요.” 김 작가는 생각한다. 영화가 재미없는 것과 옆 사람 팝콘을 먹는 것의 상관관계는 이해할 수 없으나 화양연화는 어느 정도 연륜이 쌓여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일 거라고.
왕 감독의 페르소나, 양조위의 쓸쓸한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양조위가 앙코르와트 사원의 벽 틈에 자신의 비밀(사랑)을 속삭인 후, 봉해 버린다.
신혼시절, 집에 돌아온 최민수가 주저앉아 울더란다. 부인이 놀라서 왜 우냐고 묻자, “너무 행복해서......”
......I’ve been there.
아름다움의 극치를 느끼면 슬퍼지는데 행복의 극치를 느껴도 슬퍼진다.
지상에서 천상을 맛본 행복이 끝난 후엔 무엇이 기다리나.
‘이것도 곧 지나가리라’를 기도문처럼 되뇌이며 심장통과 불면을 견디는 것.
척추 압박 골절을 당한 날, 의사가 강권해도 진통 주사를 거부했다.
뼈가 부러진 아픔으로 심장통을 덜 느낄 수 있을까 하여... 오산이었다.
척추 압박 골절에서 완치된 후 앙코르와트에 갔다. 내 화양연화를 마무리 짓기 위해.
찬란했던 옛 영화의 흔적이 남아 있는 사원은, 세월에 마모되어 장엄하고 의젓했다.
나의 화양연화도 세월에 마모되며 의젓해지기를 기원했던가.
그로부터 14년이 흘렀다.
어느 날 문득,
감성을 건드리는 노래 한 곡에,
기억의 바다에 깊이 침잠하여 마모되어 가던,
내 화양연화의 장면들이 재생되는 것이다.
오늘 나의 감성을 터치한 노래는,
윤종신의 [좋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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