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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삶 사랑.../일상 소소한 이야기

우정이 감사한 친구 천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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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남자 : 장인어른이 서운한 말들을 해서 상처가 됩니다. 처가댁에 가기 싫습니다.

법륜 : 상대가 봉투를 줘서 선물인줄 알았는데, 열어보니 쓰레기였어. 그럼 버리면 되지. 그걸 수시로 열어보고 사과 껍질이 들었네, 휴지가 들었네... 어쩜 이럴수 있어! 곱씹으면 되겠나? 쓰레기는 그냥 버려버려~!

 

신변잡기적 글을 쓰는 행위는,

선물이든 쓰레기든 수시로 꺼내서 하나하나 생김새를 각인하고, 만져보고, 냄새 맡고... 사실과 느낌과 깨달음과 감정...을 묘사하는 일이다.

 

* *

혹독한 결혼생활 중 세상 친구들을 끊었지만 교회 친구들이 생겼다.

한국야쿠르트 이사 부인 김집사, 대박 맛집 안주인 박집사와 어울려다녔다.

 

그들도 쇼핑 가자, 식사 하자 불러냈는데

나의 경제 사정이 상당히 나쁨을 알리고 기도를 부탁했다.

셋이 만날 경우 더치페이로 3,800원 하는 콩나물 국밥을 먹었다.

김집사는 종종 가족이나 친구들과 비싼 맛집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나에게 골프를 배우러 다니자고도 했다.

김집사님, 옷 살 돈도 아끼는 마당에 골프는 제게 무리에요.”

김집사나 박집사나 상당히 여유로운 생활을 했는데 부럽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축복이 있는 거고 나에게는 나의 그릇에 맞는 축복이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나보다 하나님을 믿은 기간이 길었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도 아주 컸다.

어느 날, 김집사가 립스틱을 주면서 말했다.

강 집사님, 립스틱 색깔이 나랑 안 맞아서 하나 드릴게요.”

샤넬이었다.

고맙다며 립스틱을 열어서 돌려본 순간, 심한 수치심에 말을 잃었다.

반 정도 남은 립스틱의 끝이 뭉게져 있었다.

저는 샤넬이며 맥이며 립스틱이 많거든요.”

집에 돌아와 립스틱을 가만히 바라 보았다.

립스틱이 많은 걸 자랑하고 싶은 유치함은 김집사의 모자람이다. 내 잘못이 아니다.

뭉게진 립스틱을 친구에게 줄 만큼 분별력이 없음은 김집사의 모자람이다. 내 잘못이 아니다.

농아부 수화교실에서 내가 1등한 것에 대한 열등감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김집사의 모자람이다. 내 잘못이 아니다.

(김집사는 점수 공개까지 요구하며 1등을 놓친 것을 아쉬워했다.)

 

이런 쓰레기를 내게 줄 만큼 내가 우습게 보인 건, 내 모자람이다. 내 잘못이다.

김집사와 거리를 두기로 하고 립스틱을 휴지통에 버렸다.

 

다음 날, 김집사가 전화를 했다.

강집사님, 정말 미안해요. 강집사님과 너무 허물없이 친하다보니...자매같아서...”

그런 물건은 자매에게도 주어서는 안돼는 거예요. 휴지통에 버렸으니 잊어버리세요.”

 

박집사는 공부를 상당히 잘 하는 두 딸을 내 수학 공부방에 보냈다.

요식업을 하기 때문에 이집저집 맛을 봐야 한다며 비싼 음식점에서 밥을 샀다.

김집사가 비싼 컴팩트를 꺼내 아주 좋다고 사용해 보라고 하자 박집사가 두 개를 샀다.

박집사가 나중에 단 둘이 만나서 한 개를 내게 선물했다.

강집사님, 이게 그렇게 좋다니 우리도 한 번 써봅시다.”

그렇게 점잖고 따뜻한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심한 감기로 앓아 누운 내게, 박집사는 크고 붉은 딸기도 사다주고

자신의 식당에서 기력이 불쑥 솟는 산낙지를 대접하기도 했다.

 

박집사의 큰 딸이 올해 수시로 연대, 고대, 서강대, 경희대, 성균관대에 모두 합격해서

연대 경영학과에 다니기로 했단다.

축하선물로 천혜향 한 상자를 보냈다.

하늘 천, 은혜 혜, 향기 향.

 

박집사는 내게,

평생 잊지 못할 은혜의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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