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오늘은 평창에 가자고 한다.
평창 이웃 포도나무집 언니 내외가 같이 저녁 식사를 하자고 했다고.
지난 11월 이후 못 만났으니 언니를 만나면 무척 반가울 것이다.
그러나
이제 겨우 눈을 뜨기 시작한 나의 재테크 공부에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주식 시장은 9단 고수들과 18급 초보들이 함께 경쟁하는 장이다.
5%의 승자와 95%의 호구들이 득실댄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물으나 마나 현재로선 95%의 호구이지 않겠나.
내게 시간은 금이라고,
날이 더 따뜻해지면 가겠다고 하자 남편도 이해해 주었다.
남편은 지극히 현실적이며 아는 것이 참 많은 사람이다.
박학다식함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역경을 이겨낸 강인함이 존경스럽다.
그의 눈에 영화, 문학, 드라마...를 좋아하는,
현실에서 약간 들떠 있는 성향의 내가 좋아 보일 리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음식솜씨가 별로인 내가 미식가인 그를 만족시킬 리도 없다.
벤처기업 팀장 시절,
우리 사장은 한컴의 이찬진 사장을 만나는 자리에서
“강팀장은 남보다 한발 빠르니까 답답하지 않으실 겁니다.”라고 소개해 주었다.
그러나 겸양을 미덕으로 보는 남편의 시각에서 나는 나대는 여자다.
성향이 달라도 너무 다른 남편과 나. 서로 불평불만을 키워가고 있을까?
우리는 생활공동체로서 서로의 안위를 진심으로 바라며
함께 식사하고 편의를 제공하지만,
여가 시간은 서로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
현재 나의 직업은 내가 가져본 직업 중 만족도가 가장 떨어진다.
건강하게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도
종종 ‘하나님이 이 일을 하라고 나를 만드시진 않았을 거다.’란 생각을 했다.
공부를 시작한 후 직업에 대한 자괴감이 많이 줄었다.
음식솜씨를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남편에게 주눅 들어 있었던 것도 같다.
음식은 정성이다. 음식을 예술의 경지에 올려놓는 쉐프들도 많다.
장 보고, 다듬고, 씻고, 자르고, 다지고, 데치고, 볶고, 찌고, 조리고...
식사 후엔 설거지 더미.
나는 그 시간이 너무도 아깝다. 관심 분야가 다른 것이다.
지난 12월, 굿모닝팝스 비욘드 시네마 시간에 [페르디난드]를 했었다.
투우소로 태어났지만 꽃과 평화를 사랑하는 페르디난드.
투우소가 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사는 페르디난드의 동료가
연습 중 뿔이 부러졌다.
뿔이 부러진 소는 도축장으로 간다. 자포자기한 동료는 순순히 도축장으로 간다.
함께 탈출하기 위해 무시무시한 도축장으로 찾아간 페르디난드가 하는 말.
“너는 단지 뿔 한 쌍이 아니야! (You are not just a set of horns!)”
감동적이라 되뇌고 되뇌었다.
우리 존재 가치는, 무엇을 잃어도 무엇이 없어도 변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요리 솜씨로, 평가받을, 존재가, 아니다!!
요즘 우리집 저녁은 비빔밥이다. 식사 시간이 많이 절약된다.
나물을 맛있게 하는 반찬집이 있어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공수한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현미, 렌틸콩, 검은쌀, 귀리, 호박씨 등을 넣어 밥을 짓는다.
일주일에 한두 번 남편이 좋아하는 생선을 굽는다. 이면수, 꽁치, 고등어, 백조기...
딸기, 바나나, 사과, 배 등을 번갈아 후식으로 먹는다.
이 정도면 족하다.
의식의 흐름대로 써 버린 글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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