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3시쯤 퇴근해서 카페에 갔다.
두세 시간 홀로 책을 읽기 위해
손님이 많지 않은 곳으로 찾아 들었다.
바리스타가 운영하며 바리스타 교육을 하기도 하는 카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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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의 아침]이라는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하고
조각 케잌은 치즈와 티라미수 사이에서 살짝 고민하다가 치즈로 결정했다.
커피는 옅은 향과 색에 비해 묵직한 맛이었다.
[아침]이라는 이름에서 새콤한 산미를 기대했는데 산미는 가려지고 쓴맛이 많이 났다.
치즈 케잌을 조금 떠먹고 커피를 마시자
커피의 쓴맛에 대비된 부드럽고 짭쪼름한 치즈 맛이 잘 느껴졌다.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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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사진)
6시쯤 카페에서 나오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를 잔뜩 품은 비를 피해 다이소로 달려갔다.
다이소는 온통 봄으로 물들어 있었다.
벚꽃이 프린트된 장우산을 사서 잘 흔들어 펼쳤다.
화사한 꽃분홍 봄이, 머리 위에 화르륵 피어났다.
이것 역시 소.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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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중반에 척추 T9와 T10에 압박골절을 당했다.
주인공이 큰 사고를 당하는 영화장면에서
소리가 소거되는 것으로 주인공의 느낌을 표현하는데, 딱 그랬다.
등에서 굵은 현이 티딩~하며 끊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반면
주변의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엄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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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 골절에서 회복된 후 생업을 접고 소설을 배우러 다녔다.
소설뿐 아니라 장영희 교수님의 [영미 시 산책]이라는 문화센터 강의도 들었다.
봄이었고,
봄에 대한 시를 써 오는 것이 과제였었다.
‘벚꽃이 흐드러지니 배꼽깨가 간질거린다,
벚꽃을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언제까지 벚꽃을 보고 배꼽깨가 간질거릴까...’ 뭐 그런 내용의 글을 썼었다.
장교수님은 포텐셜이 느껴지니 글을 계속 써 보라고 격려해 주셨다.
장교수님은, 2009년 향년 56세로 귀천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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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일
생각나게 하는
벚꽃이런가.
- 바쇼 (일본의 하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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