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작가는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관내분실>로 대상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김초엽 작가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실린
7개의 이야기 중 맨 처음에 소개된 소설이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줄거리
소설은, 자신이 살던 ‘마을’의 규율을 어기고
성년기 되기 전에 ‘시초지’로 떠나는 데이지가
친구 소피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는 편지 형식이다.
편지 형식 안에 데이지의 시선이 아닌,
다른 이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액자 형식의 소설이다.
데이지가 사는 ‘마을’에서는
아이들이 열여덟 살이 되면 성년식을 치른다.
그들은 순례자가 되어
‘마을’을 떠나 ‘시초지’로 향하는 이동선을 타고 떠난다.
일 년 후에 돌아오는 순례자의 수는 항상 줄어 있다.
그런데 마을의 누구도 그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으며
돌아오지 않는 순례자들에 대해 곧 망각하고 만다.
데이지는 돌아오는 순례자들을 환영하기 위해
꽃다발을 만드는 일을 하기 때문에 남아도는 꽃다발에 늘 의문이었다.
꽃다발의 주인이었을,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순례자들이 반 이상 돌아오지 않았던 해에
데이지는 혼자 울고 있는 남자를 발견한다.
‘나는 이 마을에서
누군가가 그렇게 비참하고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걸 처음 봤어.’
데이지의 물음에 그 남자는 대답한다.
“나는 시초지에 두고 온 것 때문에 슬퍼.”
남자가 시초지에 두고 온 것은 무엇일까?
정말, 대체, 왜, 순례자들은 돌아오지 않는가?
(이후 스포일러 포함.)
데이지는 아이들에게 출입이 허락되지 않는
마을 도서관에 몰래 들어가 그 비밀을 파헤친다.
데이지가 발견한 문서 속
올리브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2170. 10. 2.
“릴리는 나를 너무 사랑해서 이 도시를 만들었다.”
올리브는 자신의 어머니인 릴리 다우드나에 대해 알기 위해
무작정 이동선을 타고 ‘마을’에서 ‘시초지’로 왔다.
이동선 안내 방송은
시초지의 동부에는 진입할 수 없다는 경고를 반복하더니
서부 사막에 처박혔다.
올리브가 도착한 곳은 서부의 이타사라는 도시였다.
시초지는 유전자 조작으로
능력 있고 아름답고 결함 없는 신인류가 사는 동부와
각종 결함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이 사는 서부로 분리되어 있었다.
올리브는 시초지에서 만난 노인에게 이상한 말을 듣는다.
왜, 올리브 얼굴에 난 커다란 얼룩을,
태생 시술로 제거하지 않았냐는 물음이었다.
올리브가 ‘마을’에서는 한 번도 의식하지 못했던 얼룩이었다.
시초지 사람들은 올리브를 경멸하거나 동정했다.
올리브가 엄마 릴리에 대해 알아낸 사실은 다음과 같다.
릴리 다우드나는 2035년 생으로 얼굴에 커다란 얼룩이 있다.
촉망받던 생명공학도 릴리는 갑자기 사라졌다가
익명의 프리랜서 바이오해커 ‘디엔’으로 나타났다.
디엔은 인간배아 디자인을 완벽히 해내며 명성을 떨쳤다.
시초지인 지구는
인간배아 디자인으로 탄생한 무결점 신인류가 사는 세계와
배아 디자인을 받지 못한 ‘비개조인’이 사는 세계로 분리되었다.
차별이 공공연히 표출되고 분리된 세계는 릴리와 같은
일군의 바이오해커에 의해 시작된 것이다.
릴리는 아기들에게 완벽함을 선물하고 싶었을 뿐이었지만
세상은 뚜렷한 계층이 생기고 서로 배제하는 분리주의가 팽배해졌다.
마흔 즈음의 릴리는 자신의 아이를 갖고 싶었다.
자신의 장점과 아름다움만 추출한
클론배아를 만들고 인공 자궁에 옮겨
‘발생과정의 모든 유전학적 노이즈를 섬세하게 통제했다.’
그러나 올리브가 될 그 배아는,
치명적 결함인 얼굴 얼룩을 유전으로 갖고 있었다.
릴리는 배아를 폐기하는 대신 배아를 냉동시키고
다른 행성에 올리브를 위한 ‘마을’을 만들었다.
이 마을은 서로의 차이를 의식하지 못하고 차별이 없으며 행복한 느낌만 있다.
그런데 그 행복의 근원은 모른다.
사랑, 슬픔, 아픔, 고통...등의 감정이 존재한다는 건
시초지의 역사를 배우며 알고 있지만 느끼지는 못한다.
같은 인공 자궁에서 탄생한 마을 사람들끼리 연애도 성애도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지는, 곧 작가는 묻는다.
‘정말로 지구가 그렇게 고통스러운 곳이라면,
우리가 그곳에서 배우게 되는 것이 오직 삶의 불행한 이면이라면,
왜 떠난 순례자들은 돌아오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들이 어떤 사람이건
순례자들은 그들에게서 단 하나의,
사랑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를 찾아냈겠지.‘
‘지구에 남는 이유는 단 한 사람으로 충분했을 거야.’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미래 세계에 대해 과학적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면서,
인간의 근원적 물음에 대한 서사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김초엽 작가의 사유와 지식, 필력에 매료되어 버렸다.
올리브는 지구에서 만난
분리주의 반대자 델피를 사랑하게 되고 지구에서 삶을 마감한다.
‘올리브는 사랑이
그 사람과 함께 세계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야.’
‘가타카’, ‘멋진 신세계’, ‘매트릭스’, ‘터미네이터’...
재밌게 감상했던 영화의 장면들이 마구 생각났다.
책, ‘샬롯의 거미줄’의 윌버도 생각났다.
고통스런 이면이 없지만
사랑도 없고 행복의 근원도 모르는 아름다운 세상과
희로애락 화려한 감정의 난장판 지구 중 어느 곳을 택할 것인가.
결함이 있는 생명체는 세상에 나오지 않는 것이 나은가.
생명체 탄생의 가부를 결정하는 게 인간의 영역인가.
장애나 능력의 차이는 차별의 근거가 되는가...
많은 질문과 사유를 하게 되는 소설이다.
이 모든 것을 떠나서 그냥 내용이 재밌다.
독자가 계속 의문을 품고 재밌게 읽게 하는, 영리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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