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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언어... 작가는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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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 빛 하나로도 행복한, 그런 날 있잖아요.

어제 처럼요.

어제 오후 3시쯤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더 높아지고 더 맑아진 이 하늘빛에 감탄이 나왔습니다.

저는요, 그리스인 조르바 같은 성향이 있어요.

소설 속에서는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곁에 실존한다면 속 터질 거 같은 조르바는

해마다 보는 꽃 앞에서 매번 감탄하잖아요.

 

김창옥 교수님 유튜브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인데요.

여자1 : 나는 새가 되고 싶어~ 훨훨 하늘을 마음껏 날고 싶어!

여자2 : 에이~ 이 미친 뇬아~

김 교수님 : 어떻게 저 두 사람은 친구가 되었을까요?

 

제가 좀 미친 뇬과 라서

현실적으로 똑똑한 친구들이랑은 잘 안 맞아요.

근데 또 지나치게 미친 뇬과 하고도 잘 안 맞죠.

김미경 선생님이 인간관계에서

포 떼고 차 떼면 남는 사람 하나 없다고 하셨어요.

다름을 포용하며 중용, 중도를 걷는 게 쉽지 않은 거 같습니다.

 

원주 시립 도서관 옆에 아주 작은 공원이 있습니다.

공원 안 연못이 있는데 부들이 울창합니다.

부들은 그 왜 꽃꽂이 할 때 모양은 소시지인데 갈색인 식물입니다. 

 

연못에 작고 노란꽃들이 총총총 피어 있었어요.

스마트폰을 들이대고 꽃검색을 눌러 찰칵!

이 꽃은 노랑어리연꽃일 확률이 90%입니다.’

어쩜 이리 꽃 이름과 딱 어울리는 모습일까. 감탄했지요.

박완서님이 말씀하셨다지요.

작가는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라고.

사물의 이름을 알고 불러 줄 때,

사물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어 줍니다.

 

아담의 언어.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만물을 창조하시고

아담에게 사물의 이름을 짓게 하셨어요.

최초의 인간어 아담의 언어로요.

그래서 아담의 언어

사물의 이름과 뜻이 일치하는 언어라는 뜻이 있어요.

노랑어리연꽃이라고 하면 누구나 그 사물을 떠올리는 거죠.

뜻과 일치하는 발화는, 오해의 소지가 없겠지요.

김애란 작가는 소설에서

상대가 A라고 말할 때 A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ABC를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에 대해 썼습니다.

동백꽃 필무렵에서

서울대 법대 출신 변호사 홍자영(염혜란)이 남편 노규태(오정세)에게 말하죠.

너는 그대로 보인다고. 복잡하지 않아서 좋다고.

이것도 적당한 게 좋은 거 같습니다.

선의의 거짓말을 할 정도의 복잡함은 있어야죠!

 

아담의 언어는 염화미소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염화미소는 말이 필요 없이 뜻이 통하니

아담의 언어보다 한 수 위인 거 같기도.

염화미소, 연꽃. 노랑어리연꽃.

저는요, 연꽃을 보면

모네의 수련이 생각나는 단순한 체계를 갖고 있어요.

귀국길, 나리타 공항에서 만난 어떤 여행객도 생각나죠.

그녀가 말했습니다.

"모네 전에 다녀왔어요. 너어~무 좋았어요!

모네 그림 하나만으로 의미있는 여행이었어요."

그녀도 저랑 비슷한 미친 뇬과입니다.

모네 수련 

 

잠자리가 날개를 축 늘어뜨리고 쉬고 있네요.

 

저는 잠자리를 보면 기분이 참 좋아져요.

투명한 은빛 날개로 청명한 하늘을 날잖아요.

영어 이름도 멋져요. Dragonfly. 용파리라니!

오래 전 나 : 오빠~ 나는 잠자리가 좋아요.

잠자리가 나는 걸 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

오래 전 남편 : 나도 잠...자리가 좋아.

잠자리가 펴지면 그냥 기분이 좋아~

 

진분홍 분꽃은 꽃잎을 오므리고 있습니다.

나의 따스운 시선이 해바라기를 감쌌습니다.

 

그리고 또 제 시선을 사로잡은 꽃이 있네요.

역시 꽃검색을 해봤습니다.

 

이 꽃은 백일홍일 확률이 99%입니다.’

백일홍의 봉오리가 묘하게 생겼습니다.

붓으로 그린 듯 선명한 검은 테가 있네요.

 

그런데 봉오리에 초점이 안 맞고 자꾸 잎에 초점이 맞았습니다.

봉오리에 초점 뙇!

잎이나 주변은 아웃 포커싱하고 싶은데...

오래도록 초점을 다시 잡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살면서 만나는 모든 일들.

정작 중요한 것에는 초점을 잃고

지엽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며 사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뭘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화장실이 급해졌기 때문이지요. *^^*

"먹고 싸는 일 외에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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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공감누르기는 제게 더 잘 쓰라는 격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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