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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지구별 여행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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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책 소개하는 친구 올리브나무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은 소설가 김영하님의 수필집 여행의 이유입니다. 작고 얇은 책이고 특유의 재치 넘치는 표현에 매료 돼서 펼쳐든 자리에서 다 읽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한 번 더 읽었는데요. 작가의 특별한 경험담에 철학, 문학, 영화, 고대 인류학 등을 맛깔나게 버무렸습니다.

책은 아홉 개의 소분류, 작가의 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분류 제목은 추방과 멀미,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으로부터 달아나기, 오직 현재,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그림자를 판 사나이,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노바디의 여행, 여행으로 돌아가다입니다.

 

여러분은 여행 좋아하시나요? 저는 낯선 여행지에서 하릴 없이 걷는 여유를 무척 좋아합니다.

일정에 맞춰 진행된 여행보다 여행지에서 조우하는 사건과 사람들이 기억에 오래 남는데요. 작가의 멋진 말을 들어 봅니다.

 

인생과 여행은 그래서 신비롭다. 설령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우리가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pixhere

오타 히로아키라는 일본 심리학자의 연구도 흥미롭니다. 프랑스를 여행하는 일본인들 중 현기증 같은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는데요. 여행 경험이 일천한 여행자는 예쁜 엽서 같은 프랑스를 상상했다가 개똥 투성이 거리를 보게 될 때, 환상과 어그러진 현실에서 멀미하듯 혼란을 겪는다고 합니다. 반면 경험이 풍부한 여행자는 현실에 맞춰 자신의 고정관념을 수정한다고 합니다. 고정관념을 수정한다, 참 멋진 말입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인간은 언제나 자기 능력보다 더 높이 희망하며, 희망했던 것보다 못한 성취에도 어느 정도 만족하며, 그 어떤 결과에서도 결국 뭔가를 배우는 존재다.'

 

여행은,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일 수 있다고 하는데요. 늘 반복되는 일상을 영위한다는 건, 아무 탈 없음에 감사한 일이지만 가끔 시시포스의 형벌 같기도 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여행이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경험해야 새 힘을 얻는 거 같습니다.

저의 소확행은 오후 나른한 시간에 향기 좋은 커피나 차를 마시기, 맛있고 깔끔한 가정식 백반 집에서 식사하기, 좋은 영화 보기 등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소확행 누리고 계시죠?

pixabay

저자에게 호텔은 새로운 환경, 낯선 이들로부터 받아들여지는 경험이라고 하네요. 어린 시절 자주 이사하면서 새로 만난 친구들에게 받아들여지면서 안도하는 경험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프로그램]된 특징일 거라 생각합니다.

노아 루크먼은 [가지고 있는지조차 모르지만, 인물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일종의 신념]으로 [프로그램]을 설명합니다.

 

소설가 김형경님의 수필집 [사람풍경]이 생각났습니다. 김형경님이 정신분석을 통해 알게 된 사실에 비추어 자신과 주변 인물을 관찰한 수필입니다. ‘나도 모르게 프로그램 된 신념때문에 내면의 허깨비와 싸우며 에너지를 낭비하지는 않는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나 자신을 아는 것이 큰 힘인 거 같습니다.

 

작가의 뇌는 들고 다니기 어렵지 않지만, 그 뇌를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는 모국어로 짜여 있다.’ 이런 기발한 표현에서 저자에게 찬사를 보내게 됩니다.

 

작가가 앙코르와트의 판야나무를 보고 말합니다.

여행하는 동안에는 모든 게 현재시제로 서술된다. (...)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련,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은 원경으로 물러난다. 범속한 인간이 초월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저도 앙코르와트에서 판야나무를 본 적이 있는데, ‘초월은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허물어져 가는 사원 벽을 보면서 옛 영화가 찬란해서 슬프도록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pxhere

 

각종 미디어를 통해 세계 어느 곳이든 속속들이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왜 여행을 가고 싶은 걸까요? ‘가서 거기 있고 싶어 하고 직접 내 몸으로 느끼고 싶어하기 때문이겠지요.

 

작가는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출연했던 것을 회상합니다.

출연자들의 여행을 지켜보는 우리는, 남을 시켜 좋은 구경을 시키고 이야기만 전해 들었던 유럽의 귀족이나 조선의 양반과 얼마나 다른가?’ 질문을 던진 후 답을 합니다.

세계와 우리 사이에는 그것을 매개할 언어가 필요하다. 내가 내 발로 한 여행만이 진짜 여행이 아닌 이유다.’

 

소분류 제목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에서는 여행의 개념이 우주와 인생으로 확대되는데요. 새로운 생명이 지구별에 도착하면 먼저 도착한 지구인들의 환대와 보살핌이 있어야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인류가 지금까지 생존 할 수 있었던 건 지구라는 행성의 승객인 우리 모두가 오랜 세월 서로에게 보여준 신뢰와 환대 덕분이었을 것이라는 부분을 읽으며 따끈한 우유거품이 얹힌 카푸치노를 마시는 기분이었습니다.

 

노바디의 여행에서 작가가 지향하는 여행자의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현명한 여행자의 태도는 키클롭스 이후의 오디세우스처럼 스스로를 낮추고 노바디로 움직이는 것이다. (...) 그것은 허영과 자만에 대한 경계, 타자에 대한 존중의 마음일 것이다.’

 

여행으로 돌아가다에서 마사이 족장 아들에 대한 에피소드가 인상 깊었습니다.

케냐의 영국 총독이 마사이족 족장 아들을 케임브리지대학에 유학 보내줍니다. 수년 후 아프리카로 돌아온 족장 아들은 유목민인 자기 부족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수개월이 걸리는 추적 끝에 만난 아버지가 말합니다. ‘자기 부족도 못 찾아오는 천치를 어디다 쓴단 말인가?’

저자는 마사이 족장 아들이 다시 떠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의지를 가지고 낯선 곳에 도착해 몸의 온갖 감각을 열어 그것을 느낄 것이라고요. 더 이상 자기 부족의 삶의 방식을 영위할 수 없게 된 족장 아들이 새로운 삶에 잘 활착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왜 여행을 꿈꾸는 걸까요? 저자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

 

물리적 이동인 여행에서 인생 자체가 여행이라는 사고의 확장이 좋았습니다. 죽음을, 지구별을 떠나 저승으로 가는 여행으로 받아들입니다.

낯선 곳에 도착한 이들을 반기고, 그들이 와 있는 동안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다가도록 안내하는 것, 그것이 이 지구에 잠깐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들이 서로에게 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일이다.’

 

작가가 여행을 시작할 때 마음이 더 편해지는자신을 긍정하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이번 생은 떠돌면서 살 운명이며 귀환의 원점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요.

저는 여행이 아무리 좋았어도 집에 도착하면 늘 이런 말이 나오거든요.

뭐니뭐니 해도 집이 최고야~!”

여러분은 어떤 편이신가요?

 

여행에 딱히 이유가 있을 필요는 없지만 이렇게 여행의 이유를 짚어 보니까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보게 되는 거 같습니다.

 

김영하님의 글로 소개를 마칩니다.

그래도 특별히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이들이 있다. 바로 긴 여행길에서 나를 참아준 동행들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그렇게 모두 여행자라고 생각하면 떠나보내는 마음이 덜 괴롭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환대했다면, 그리고 그들로부터 신뢰를 받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지금까지 책 소개하는 친구, 책소친 올리브나무였습니다.

구독 좋아요 댓글은 올리브나무를 춤추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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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김영하 저) - 지구별 여행자의 자세 (by 올리브나무)

작고 얇은 책이고 특유의 재치 넘치는 표현에 매료 돼서 펼쳐든 자리에서 다 읽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한 번 더 읽었는데요. 작가의 특별한 경험담에 철학, 문학, 영화, 고대 인류학 등을 맛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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