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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폭력을 견디는 힘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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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책 소개하는 친구 올리브나무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은 한강님의 중편소설 채식주의자입니다. 채식주의자는 몽고반점’, ‘나무 불꽃과 함께 세 편의 연작 소설 중 한 편입니다.

채식주의자는 2016년에 세계 3대 문학상이라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고 그해에 이 책을 읽었는데요. 솔직히 말하자면 작가의 의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작가의 의도를 좀 알아보고 싶어서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을까요?

 

채식주의자는 어느 날 갑자기 냉장고 속 모든 고기와 우유, 계란까지 버리고 채식을 선택한 영혜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각각 남편(채식주의자), 형부(몽고반점), 언니(나무불꽃)의 시점으로 서술됩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남자는 특별한 매력도 없고 특별한 단점도 없이 평범한 여자인 영혜와 결혼합니다. 내세울 것도 별로 없고 어느 부분에서는 열등감도 있는 남자는 영혜가 편하게 느껴집니다. 잘 보이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끌리지도 않았다.’

언제나 나는 과분한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남자의 눈에 이상한 점이라면 영혜가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다는 점인데 심지어 여름에 얇은 옷을 입어도 브래지어를 하지 않습니다. 남자의 핀잔에 조끼를 덧입는 것으로 브래지어를 대신합니다.

답답해서, 브래지어가 가슴을 조여서 견딜 수 없다고 아내는 변명했다.’

 

영혜는 말이 없는 편이었고 남편에게 뭘 요구하는 일도 없습니다. 남편의 귀가가 아무리 늦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침상을 차렸고 주말에는 특별식을 만들기도 합니다.

 

결혼 5년차. 처음부터 열정이 없었으니 권태도 없다고 남자는 말합니다. 계획대로 아파트에 입주했으니 아이를 낳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에 영혜가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하며 극단적인 채식을 선택했고 평범한 일상에 균열이 일어납니다.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여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영혜가 이상한 꿈을 꾸기 전날 아침, 얼어붙은 고기를 써는데 남편이 화를 내며 재촉합니다. 너무 서두르다 도마가 밀리고 손을 베며 식칼의 이가 나갑니다.

요리된 불고기를 먹던 남편이, 입에서 반짝이는 식칼 파편을 뱉어내고 일그러진 얼굴로 고함을 치며 날뜁니다.

그걸 우두커니 바라보며 영혜는 생각합니다.

왜 나는 그때 놀라지 않았을까. 오히려 더욱 침착해졌어. 마치 서늘한 손이 내 이마를 짚어준 것 같았어. 문득 썰물처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미끄러지듯 밀려나갔어. 식탁이, 당신이, 부엌의 모든 가구들이. 나와, 내가 앉은 의자만 무한한 공간 속에 남은 것 같았어.

다음날 새벽이었어. (꿈속에서) 헛간 속의 피 웅덩이, 거기 비친 얼굴을 처음 본 건.’

 

남자는 자신의 평범한 능력도 높이 평가해 주는 작은 회사에 다닙니다. 어느 날 사장과 임원 부부동반 모임에 초대됩니다.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데 아내는 대화에도 끼지 않고 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먹지도 않습니다.

아내는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알고 있을까. (......) 순간,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는 그녀의 머릿속이, 그 내부가, 까마득히 깊은 함정처럼 느껴졌다.’

 

남자는 처가에 아내의 상태를 알립니다. 온 가족이 처형 집에 모인 날, 배트남전 참전 용사인 장인은 딸인 영혜의 뺨을 때리면서까지 고기를 먹으라고 강요합니다. 거부하는 영혜를 완력으로 제압하며 억지로 입을 벌려 고기를 집어넣습니다. 가족들은 왜 적극적으로 장인을 말리지 않았을까요. 왜 폭력을 방관하거나 폭력에 동조했을까요. 결국 아주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병원에서 깨어난 영혜는 생각합니다.

어떤 고함이, 울부짖음이 겹겹이 뭉쳐져, 거기 박혀 있어. 고기 때문이야.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어. 그 목숨들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걸려 있는 거야. 틀림없어. 피와 살은 모두 소화돼 몸 구석구석 흩어지고, 찌꺼기는 배설됐지만, 목숨들만은 끈질기게 명치에 달라붙어 있는 거야.’

 

KBS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강 작가는 소설은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질문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말합니다.

우리가 식물이 되어야 한다는 대답도 아니고 우리가 뭔가를 영혜의 언니처럼 견디며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요. 이런 어떤 사람이 있다, 이렇게 인간이기를 싫어한 사람도 있다, 이것 자체가 질문이 아닐까요?

불편한 이 질문 속에 견디며 머물러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작가가 독자의 질문에 답하는 유튜브 영상을 봤습니다.

인간에 대해 쓰고 싶은데 인간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다. 우리 세계 안에는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채식주의자는 읽기에 고통스러운 소설인데 쓰면서도 고통스러웠다.”

유진 오닐의 말을 늘 기억한다. ‘문학은 인간과 인간의 대화가 아니라 인간과 신의 대화여야 한다.’”

 

솔직히 오늘도 작가의 의도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기괴한 분위기, 읽기 괴로운 내용이라 생각했습니다.

 

육식을 한다는 건 인간이란 종이 다른 종에게 가하는 폭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소설 발표 당시인 2004년에는 채식주의자에게 곱지 않은 시선의 폭력이 있었겠지요. 폭력에 대한 이야기일까요?

저는 제 안의 폭력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타인의 폭력을 목격하기도 하고, 방관하거나 비판하기도 합니다. 청와대 신문고에 의사를 표현하기도 하지요. 그렇게 적당히 나와 타인의 폭력성에 무뎌지며 일상을 영위합니다.

 

그런데 영혜는 그렇지 못합니다.

 

평범한 거 같은 영혜 부부지만 남편의 무심함은 정서적 폭력일 수 있습니다. 얼어붙은 고기를 써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요리하는 영혜에게 감사는 못할망정 화를 내고 재촉하다니요! 식칼 조작을 뱉어내며 고함치며 날뛰는 남편 본 날, 영혜는 일상의 균열을 경험하며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깨어납니다. ‘오히려 더욱 침착해졌어. 마치 서늘한 손이 내 이마를 짚어준 것 같았어.’

 

알베르 카뮈는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왜 사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을 때 사람들이 취하는 반응을 세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삶에 회의를 느끼고 자살하는 것, 일상으로 돌아와 습관적으로 살아가는 것, 운명에 도전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반항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마지막 반응은 비극적 결말을 낳는다.’고 했습니다.

소설 나무 불꽃에서 영혜는 모든 식사를 거부합니다. 거식에 의한 자살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 영혜는 나무가 되고 싶어 합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식물이든 동물이든 타자의 생명을 앗아야 하는 인간의 숙명을 거부하는 거겠지요.

 

브래지어는 여성 억압의 상징으로 여권주의자들은 브래지어를 태우는 퍼포먼스를 하거나 토플리스 차림으로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영혜는 늘 명치에 뭔가 걸려 있는 거 같아서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습니다. 영혜언니의 시선으로 서술되는 나무 불꽃에서 영혜가 아버지의 폭력에 가장 큰 피해자라는 걸 알게 됩니다. 삼남매 중 가장 많이 매를 맞았다는 영혜. 어두워 오는 저녁에 불안하게 서성이던 어리고 여린 영혜.

 

영혜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고 보듬어 주고 따뜻하게 품어줄 사람을 만났다면 이 세상의 만연한 폭력을 견디며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오늘 읽은 채식주의자는 우리 안팍의 폭력성과 그 폭력성을 끝내 감당하지 못하는 영혜의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괴성을 지르며 폭력에 저항하는 영혜를 보면서 소설 아몬드가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왜 웃고 있느냐고.

누군가는 저렇게 아파하고 있는데,

그 모습을 등지고 어떻게 당신은 웃을 수 있느냐고.’

 

오직 사랑만이,

외부의 폭력에 대항할 힘뿐 아니라

내 안에 도사리는 본능적 폭력성의 역겨움을 감당하고,

내 폭력성을 다스릴 힘을 주는 거 같습니다.

 

지금까지 책 소개하는 친구, 책소친 올리브나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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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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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 폭력성을 다루는 힘은 무엇인가 (by 올리브나무)

채식주의자는 ‘몽고반점’, ‘나무 불꽃’과 함께 세 편의 연작 소설 중 한 편입니다. 채식주의자는 2016년에 세계 3대 문학상이라는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했고 저는 그해에 이 책을 읽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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