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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우는 당신의 컨텐츠/노래, 드라마, 스타 리뷰

나저씨 이지안 앓이 중 세상에는 두 부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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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중후반. 생업을 접고 소설을 쓰러 다닌 적이 있다.

내가 쓴 소설 속.

척추뼈 압박 골절로 입원한 여주인공을 간병하는 초로의 여인네가 나온다.

 

간병인 그녀가 젊었던 시절.

남편을 사랑했지만 결혼 후 오 년이 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안쓰러워하며 아꼈다.

그러다가 남편이 밖에서 아이를 낳아 데려온다.

 

그녀는 꿈을 꾼다.

자신이 무당 옷을 입고 날이 시퍼렇게 선 칼 신을 신은 채 흰 자루 위에서 춤을 추는 꿈.

흰 자루에 든 커다란 무언가가 격렬히 꿈틀댄다.

징징징징징 쟁쟁쟁쟁쟁 챙챙챙챙챙

잽이(굿 판 악기 연주자)가 쳐대는 장구와 징과 바라 소리가 더욱 격렬해진다.

그녀가 칼 신을 신고 펄쩍펄쩍 뛸 때마다 흰 자루에 시뻘건 핏물이 울컥울컥 번져 흐른다.

신들린 춤을 추며 그녀가 폭포수 같은 눈물을 흘린다.

징징징... 쟁쟁쟁... 챙챙챙...

꿈틀거림도 악기 소리도 잦아들자

그녀는 바닥에 쓰러져 짐승스런 소리를 내며 통곡한다......

그런 꿈을 꾸고 어떻게 같이 살아... 집을 나왔지...”

 

그녀는 종종 아기 옷을 만들어 시어머니께 갖다 준다.

야야... 이 불쌍한 것아... 이제 다 잊고 니 인생 살거라...”

몇 년 후 남편이 병사하고

또 몇 년 후 아이 엄마는 아이를 둔 채 재가하고

시어머니마저 노환으로 돌아가시자 간병인이 아이를 맡아 키운다. 사랑과 정성을 다해.

 

소설 품평 시간에 황순원 문학상과 이상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K선생님은 품격이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다고. (......낙선했다.)

품평 시간이 끝난 후 호프집 뒷풀이 시간에 누군가 물었다.

간병인의 꿈 모티브는 어디서 얻었냐고. 어떻게 그런 상상을 하게 된 거냐고.

작가의 상상이기만 할까... 작가가 꾼 꿈은 아니었을까...

흰 자루 속에 무엇이 들었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자루에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소설가가 되겠다는 게, 신기했다.

 

세상에는 두 부류가 있다.

살인을 할 수 있는 인간과 살인을 할 수 없는 인간.

나는 전자라서 교회에 다닌다.

내 안에 내 통제를 벗어나는 하이드가 살고 있다.

하이드덕분에 나는, 내가 사라지는 경험을 하곤 한다.

<나의 아저씨>를 보는 내내 나는 사라지고 내 안에 등장인물들이 살아 숨쉬었다.

 

박동훈 : 특기에 달리기 하나 달랑 쓴 네 이력서가

화려한 스펙 줄줄이 나열한 이력서보다 내력이 쎄 보였어.

(......)

이지안 : 달리기를 할 땐 내가 없어져요.

근데 그게 진짜 나 같아.

 

박해영 작가는 인간의 깊은 내면, 어둡고 음습한 그곳에 수술실 무영등을 비췄다.

많은 사람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어둠에 질려 혀를 내두르며 피해갔고 일부는 돌을 던지며 욕했다.

그러나 박해영 작가는 언어를 고르고 골라 어둠을 섬세하게 직조했다.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도록.

 

파울로 코엘료는 “I thought I would not survive to 16 episodes...”라고 표현했다. 드라마를 보는데 survive라는 표현이 어울리나? survive씩이나?

16편을 다 보고 나서야 파울로 코에료가 survive라는 단어를 쓴 이유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무병을 앓듯 신열에 싸여

<나의 아저씨> 전편을 다 보고 나자, 아주 조금쯤 자란 느낌이었다.

나도 정말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scene : 사채업자 이광일을 찾아 간 박동훈. 격투가 벌어진다.

박동훈 : 왜 애를 패 새끼야아!! 불쌍한 애를 왜! 왜애!! 왜애!!!

이광일 : 그 년이 우리 아버지 죽였으니까아! 그년이 죽였어 우리 아버지를.

그 년이 죽였다고이씨!!

(놀라서 눈이 커진 이선균은 고개를 숙인다. 잠깐의 정적.

모든 것을 도청하며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던 이지안. 세상을 다 잃은 표정으로 비틀대며 돌아선다.)

박동훈 : (격투로 짧은 숨을 거푸 내쉰다. 아주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천천히) 나 같아도 죽여... 내 식구 패는 새끼들은 (이광일에게 다시 달려들며 소리친다.) 다 죽여!!!

이지안. 거리에 주저앉아 오열한다.

세상 밑바닥에서 몸 쓰는 일들을 전전하며 손님이 남긴 음식으로 연명하는 삶.

천애고아로 멸시 천대 받으며 없는 듯 사는 게 익숙하고 당연했던 삶.

스물한 살 인생 처음으로 자기를 위해 싸워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감추고 싶은 치부 중에 치부인 살인마저도 감싸주는 사람을 만났다.

아무리 정당방위로 무죄가 선고되었지만

자신마저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는데

나 같아도 죽인다는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을까...

 

박동훈 : 너 나 살리려고 이 동네 왔었나 보다.

다 죽어가는 나 살려 놓은 게 너야.

이지안 : 난 아저씨 만나서 처음으로 살아봤는데...

 

해외 네티즌 반응

fil*** 2020.10.3 

<나의 아저씨>를 보기 전에, 나는 이미 머지않은 장래에, ‘어떤 작품 또는 그 무엇이 세계의 미술과 문화에 그들이 행한 업적으로 진실로 인정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말하는 인정이란 어떤 상을 수상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와 주목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더욱 배우고 향상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어떤 작품 또는 그 무엇은 바로 한국인을 말한다. <나의 아저씨>는 그 정점이라 하겠다. 내가 무언가 강렬함을 느낄 때는, 오로지 어떤 클래식, 예를 들자면, 반 고흐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나, 어떤 클래식 음악을 현장에서 들을 때나, 세익스피어급의 원문을 볼 때, 또는 ‘The Tale of the Princess Kaguya’ 같은 영화를 볼 때였다.

<나의 아저씨>는 그냥 다른 수준이다. 그런 클래식 명작들을 넘어서 이와 비교할 마땅한 어느 것도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모든 것이 잘 맞물려져 돌아갔다. 촬영, 연기, 대본, 영상, 리듬.. 모두.

이 드라마의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이 드라마는 당신의 영혼을 위한 건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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