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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있는 사람은 배우자감으로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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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 추천 영상에 사연 읽어 주는 채널이 떴다. 내가 드라마 관련 영상을 많이 보니까 드라마는 사연과 유사하다는 알고리즘이 작동한 것일까. 사연에는 연애, 결혼 준비, 결혼 생활에서 야기되는 각종 갈등과 문제들이 등장했다. 의외로 심심찮게 식탐 관련 사연이 나왔다. 사연 올린 글쓴이는 많이 심각한데 한 편의 코미디 같아서 웃음이 터졌다.식탐있는 사람은 배우자감으로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아래 사연은 필자가 기억한 대로 옮기는 거라 직접 들은 내용과 상당부분 다를 것이다.

 

 

사연 1) 철이(가명)와 영희(가명)는 연인이다. 철이는 식탐이 강해서 한 자리에서 3~4인분씩 먹었다. 가끔 철이는 자기의 것을 다 먹고 천천히 먹고 있는 영희의 것까지 뺏어 먹곤 했다. 그럼에도 데이트 비용은 반반부담이다.

 

영희는 먹는 걸로 철이에게 눈치 주는 것이 스스로 치사한 거 같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저러니 큰 스트레스다. 하루는 한우구이 집에 갔는데 영희가 1인분 먹을 동안 철이가 4~5인분을 먹었다. 식사가 끝날 때쯤 영희는 화장실에 간다며 나와서 바로 집으로 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문자로 이별을 고했다.

 

사연 2) 철이는 대기업에 다니며 꽤 높은 연봉을 받는다. 애인 영희는 프리랜서다. 처음 데이트 할 때 영희가 음식을 잘 먹지 않기에 입이 짧은 줄 알았다. 그런데 결혼 이야기가 오가면서 편해지니 영희는 엄청난 대식가 본색을 드러냈다. 데이트 초기에 영희는 미리 식사를 하고 나왔다고 한다.

 

영희네 집에 인사 간 철이는 영희 아버지, 어머니, 영희, 영희 동생이 서로 대화도 없이 어머어마한 양의 음식을 폭풍 흡입하는 광경을 보고 당황한다. 데이트할 때 식비로만 월 4백만 원 이상 쓰게 되자 철이는 영희와 진지하게 의논한다. 그러나 영희는 절대 식비를 줄일 수 없다며 먹는 걸로 쩨쩨하게 군다는 말을 듣는다. 철이는 결혼 후 아무리 높은 연봉을 받아도 영희 식비로 다 나갈 거 같은 두려움에 헤어질 결심을 한다.

 

사연 3) 철이와 영희는 결혼 1년차 부부다. 연애시절 영희는 철이가 무엇이든 잘 먹는 모습이 듬직했다.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영희를 챙겨주는 모습도 좋았다. 그런데 결혼 하고 나자 영희에 대한 배려는 사라지고 치킨 두 마리를 시키면 다리 4, 날개 4개 모두 자기가 먹었다. 영희에게는 다이어트에 퍽퍽 살이 좋다는 소리를 했다. 영희, 날씬하다. 오징어 국을 끓이면 어느 저리 냄비 앞에 서서 오징어만 다 골라 먹고 쇠고기 무국을 끓이면 쇠고기만 다 골라먹었다. 영희가 메인 요리를 식탁에 올리고 다른 반찬을 꺼내고 있으면 이미 메인 요리는 깨끗이 사라지고 없다. 시댁 제사에 가져갈 전을 종류 별로 부쳐서 베란다에 식히려고 내놨는데 나중에 보니 종류 별로 달랑 3개씩 남기고 다 먹어서 급하게 전을 사서 가야했다. 심각하게 이혼을 생각 중이다.

 

사연 중에는 심한 식탐 때문에 정이 떨어져서 이혼한 부부도 있었다. 믿어지지 않는 이혼 사유로 주작 아니냐는 댓글이 있을 정도였다.

 

 

사연과는 비교되지 않지만 나에게도 살짝 식탐이 있다. 위로 세 언니와 아래로 남동생이 있는 14녀의 넷째 딸이라 어리바리 한 눈 팔면 먹을 것이 사라졌다. 내 바로 위 셋째 언니는 불면 날아갈까 병약해서 식구들이 챙겼고 내 바로 아래 동생은 막내이자 하나뿐인 귀한 아들이라 챙겼다. 남동생 보다 겨우 두 살 많은 나를 챙기는 사람은 없었기에 나는, 내가 챙겼다.

 

식탐이 우아하지 않다는 걸 잘 알기에 의식적으로 조심했다. 와구와구 처묵처묵하고 싶어도 꾸욱 참고 주변 사람을 챙겨준 후 먹었다. 외식할 때도 거의 항상 내가 고기를 구워서 사람들 앞에 놓아주곤 했다. 고기를 굽다보면 일정 시간 후 사람들 먹는 속도가 느려지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먹었다. 고기 굽느라 못 먹었으니 많이 먹으라는 응원까지 들으며 먹게 된다. (어디선가 숯불 향이 나는 거 같네.) 이렇게 행동하다보니 나의 식탐을 아는 이는 아주 친한 사람들뿐이다.

 

엄마) 쟤는 배부르면 꼭 노래를 부르네.

옛 애인) 자기는 맛있는 걸 먹고 나면 사랑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자꾸 사주고 싶어. (연애 기간 몸무게가 3~4kg 늘었다.)

남편) 행운동이(내 애칭)랑 뷔페에 오면 돈이 아깝지 않아.

 

매사에 안 맞아도 그렇게 안 맞을 수 없어서 로또 같은 남편과 유일하게 맞는 것이 식성이다. 둘 다 해산물 매니아에 대식가였다. 지금은 건강을 위해 소식한다. 남편의 미각은 상당히 발달해서 연애시절 남편이 안내하는 맛집은 정말 다 환상적이었다. 남편은 음식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글을 쓰면서도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네. 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행복한 일이다.

 

 

다시, 사연 속 식탐으로 돌아가 보자. 식탐은 단지 식사 예절에 어긋난 행동일 뿐일까? 나는 스스로의 식탐을 인지하고 제어하려고 노력했다. 사연 속 식탐은 주변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이 이기적이다. 식욕, 성욕을 제어하지 못하는 파충류의 뇌만 발달한 것인가. 더 큰 문제는 자신의 식탐이 상대방을 불쾌하게 하는 걸 모르고 먹는 거 갖고 쩨쩨하게 군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오래 전, 여행 동호회 활동 당시 BMW를 몰고 나온 남자 회원이 있었다. 수려한 외모에 손목에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오메가 시계를 차고 있었다. 그런데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자 젓가락으로 당면을 휘리릭 걷어서 모두 자기 접시에 담았다. 자기가 당면을 좋아한단다. 같은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의 쎄한 표정에도 아랑곳없이 후루룩 쩝쩝 당면을 먹더라. 지금 생각해도 없는 정까지 털린다.

 

식탐이 유난히 강한 사람은 단지 식사 예절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인품에 문제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식탐이 비정상적으로 강한 사람은 배우자감으로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이렇게 차 떼고 포 떼고 남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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