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 삶 사랑.../사람, 사랑, 연애, 결혼 이야기

결혼해도 외로운 이들에게

반응형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4에서는 정명석 변호사의 전처가 나온다. 그녀는 일중독인 정명석과 사는 동안 너무 외로웠다고 고백한다. 5년 전 이혼한 전남편의 입원 소식을 듣고 서울서 제주도까지 날아가는 전처가, 있을 수.. 있겠으나, 역시 드라마 속 판타지같았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박동훈(이선균 분)의 아내 강윤희(이지아 분) 박동훈의 대학 후배이자 박동훈의 직장 상사와 불륜을 저지른다. 강윤희는 새로 일군 자신의 가정보다 본가 어머니와 형제들을 먼저 챙기는 박동훈 때문에 외로웠다고 말한다.

300x250

부부 사이의 일은 부부만 안다지만 정명석이나 박동훈같은 남자를 만났다면 나는 어땠을까? 아마도 가정에 충실하며 잘 살았을 거 같다. 기본적으로 혼자 노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 미각, 후각, 시각, 기분을 사로잡는 맛집 투어, ‘우아한 헛 걸음산책하기, 책 읽기, 영화 보기, 글쓰기, 하루 종일 뒹굴거리기... 하루 종일 뒹굴거리기를 타이핑하면서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걸 보니 나, 뒹굴거리기 제일 좋아하네.

 

 

게다가 정명석이나 박동훈은 경제력도 좋고 인품도 훌륭하며 악의로 부인을 방치한 게 아니다. 부인에 대한 애정은 있지만 일이 우선 순위였고 어머니와 형제가 우선 순위였을 뿐이다. 남편에게 늘 우선 순위가 되고 싶고 챙김 받고 싶은 아내라면 큰 스트레스긴 하겠다. 게임, 도박, , 다른 이성이 우선인 사람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빠르게 손절해야한다. 위에 열거한 항목은 중독성이 있어서 인생을 파괴하기도 한다.

 

결혼 생활이 오랠수록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배우자를 뒷전에 두는 우를 범하게 되곤 한다.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라서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믿음 때문일까. 단언컨대 부부는 이심이체(二心異體)고 내 생각, 느낌,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면 배우자는 알지 못한다.

 

 

결혼할 생각이라면 나라면 나와 결혼했을까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해 봐야한다. 젊은 시절, 나와 여러모로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배려심과 이해심을 포함한 성격, 경제력, 학벌, 외모, 나이(서너 살 연상) 모두 엇비슷했으면 했다. 그러니까 나라면 나와 결혼했을 거라는 거. 지금 생각해 보면 자기 인식(self awareness)이 부족한 나르시시스트였던 거 같다. (오래도록 나르시시스트로 살 수 있도록 나를 좋아해준 님들아, 쌩큐 베리 머치.)

 

나와 엇비슷한 남자를 만나지는 못했다. “평생 당신만 사랑하겠습니다.”라는 고백에 눈멀어 4살 연하의 R을 만났다. 나이, 학벌, 경제력 모두 나보다 모자랐지만 그런 건 문제가 아니었다. 평생 나만 사랑한다잖나. 그런 찐 사랑이 어디 흔한가. 그러나 R은 평생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자꾸 바뀌는 모양이었다. 일편단심 민들레인 나랑 많이 다른 부류라 신기했다.

 

 

R과 이별 후 이번엔 8살 연상에 법학과 졸업 후 다시 약학을 전공해서 약사가 된 도반을 만났다. 나이, 학벌, 경제력 모두 나보다 넘치는 사람이었다. 나와 엇비슷한 사람을 만나길 원했건만.................. 넘치니까 쌩큐 베리 머치.

 

나는 도반에게 무엇을 원했을까. 솔직히 약사 사모로서 경제적 풍요는 기본으로 깔고 어른다운 어른, 선비같이 고아한 인품의 다정한 반려자를 원했다. 도반은 나에게 무엇을 원했을까? 이해심과 배려심 넘치고 순종적이며 요리 잘 하는 아내를 원했다. 주말마다 평창 전원주택의 800평이나 되는 밭을 함께 일구길 원했다.

 

 

연애 시절에는 서로의 바람을 충족시킬 대상이라고 판단했는데 함께 살아보니 영~ 아닌 거지. 그나마 우리가 기특한 건 상대를 원망하기보다 자신의 판단력 부족을 인정한다는 거다. 상대는 결혼해서 변한 게 아니라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원래. 눈에 콩깎지가 씌웠으니 누굴 탓해.

 

도반은 나와 딱 세 번 데이트 후 청혼했는데 자기는 척 보면 어떤 사람인지 딱 파악이 된단다. 인간이 그렇게 한 겹일까. 척 보면 딱 알게? 도반의 촉이 촉임은 곧 밝혀졌다. 착하고 이해심 많아 보이던 내가(나도 내가 착하고 이해심 많은 줄 알았다.) 첫 부부싸움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따박따박 반박하자 당황하던 도반의 표정이라니... 에효, 불쌍한 사람.

 

하긴 나도 도반 못지않게 당황했는데 나보다 말 잘하는 남자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전인수 (개똥)철학으로 무장한 논리는 전무후무 장원 급제감이었다. 도반을 통해 자기애성 성격장애가스라이팅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그렇다. 인생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은 스승인 것이다.

 

배가 불러도 카페베네 시나몬 브레드는 못 참지

 

서로 존중하고 애정하는 부부가 되어 향기로운 와인처럼 익어가는 관계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 부부 관계가 쉽지 않다는 건 높은 이혼율만 봐도 알 수 있다. 부부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스탠다드가 있고 그걸 지향하는 노력은 가상하다. 그러나 이상적인 부부관계에 집착하면 그렇지 못한 현실 때문에 시시때때로 불행할 수 있다.

 

휴일에 하루 종일 텔레비전만 보는 남편이 꼴 보기 싫다는 지인이 있었다. 매번 푸념을 들어주다가 참지 못하고 재수 없는 충고를 하고 말았다. “종종 남편이랑 골프 치러 다니면 됐지, 뭘 또 같이 하고 싶어서 그러니? 니 남편 대기업 다니느라 정말 힘들거야. 원시인들이 동굴에서 불멍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면 현대인들은 텔레비전 앞에서 멍 때리며 스트레스 푸는 거래. 휴일에 남편만 바라보지 말고 너도 네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즐겨.

 

부부의 취미가 비슷해서 알콩달콩 함께 하는 일이 많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각자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 아내 이효리는 서핑을 좋아하지만 남편 이상순에게 함께 하자고 강요하지 않더라.

 

이성주 저, '그 남자를 만나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부부는 항상 같이 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 또 같이의 지혜가 필요하다. 문제는 따로 또 따로, 계속 따로, 쭈욱 따로라서 박동훈 부부나 정명석 부부 같은 경우다. 젊고(젊음의 기준은 제각각) 외로움을 견딜 수 없다면 이혼 후 새 인연을 찾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이미 밝혔듯, 나는 박동훈이나 정명석 같은 남편, 쌩큐 베리 머치.

 

결혼해도 외로운 게 당연하다. 혼자 재미있게 노는 법을  찾아 실천하고 남편 없는 모임에서 즐겁게 지내는 법, 고독한 시간에 내면을 키우는 법을 터득하면 된다.

 

버거킹과 함께라면 고독 마저 감미롭다

 

부록) 우리 도반은 혼자서 뭐하고 놀까?

며칠 전, 흐뭇한 표정의 도반 : 행운동이(나의 애칭) 대야에 금 갔던데?

: 그래서 새로 샀어요. 금 간 대야는 걸레 빨 때 쓰고 있고.

도반은 금 간 대야 바닥에 구멍을 뚫고 흙을 채운 후 배추를 심었다. 그리곤 자신의 재활용 아이디어를 자랑스레 보여주었다.

: 내가 잘 쓰고 있는 대야를 물어도 안 보고 화분으로 만들었네?!

꿀밤 한 대 콩 때리고 싶은 마음도 잠깐, 웃음이 터졌다. 급기야 배를 잡고 크게 웃었다.

도반 : 왜 웃어?

아무리 사소하다지만 자기 잘못이 뭔지도 모르고 해맑은 표정으로 칭찬을 기대하는 눈빛이라니.

: 하하하 대야에 구멍 뚫느라고 고생했겠네요. 아이디어 짱이다, 정말! 하하하하 다음에 내 꺼 쓸 때는 꼭 물어보고 쓰세요~

 

그리고 오늘, 또 흐뭇한 표정의 도반 : 화장실 깨끗이 정리했네? 정리 선반이 흔들려서 불안했지?

: 아뇨, 전혀 안 불안한데?

도반 : 이거 봐봐. 선반이 움직이지 않게 딱 붙였어~

도반이 비품 정리 선반과 목욕 의자를 글루건으로 합체해 놓았다. 콩콩콩 꿀밤을 주고 싶어 저절로 주먹이 쥐어졌는데 또 웃음이 터졌다.

: 하하하하~ 목욕 의자랑 선반을 따로 닦아야 잘 닦이는데 저렇게 딱 붙여 놓으면 어떻게 닦지? 하하하하.

 

빡 치는 경우라도 진정 웃을 수 있는 당신이 챔피온!

싸이, 챔피온

 

블로그의 다른 글 읽기

현재는 아름다워 40회 줄거리 41회 예고 현재와 미래의 재회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리뷰 지은이 후이

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신속하게 리뷰 지은이 이지훈

(아래 공감누르기는 더 잘 쓰라는 격려가 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