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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앙해 주는 남자는 만나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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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 14회 구자경의 전화.

구자경 : 추앙해 주는 남자는 만나셨나?

염미정 : 그럴 리가.

 

권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해서 이별한 사람에게서 헤어진 지 1년쯤 후에 전화가 왔다.

: 나보다 더 좋아지는 여자 만났어요?

(가명) : 아뇨.

: 우리가 못 만날 이유가 있나요?

 : 아뇨.

 

돈까스로 추앙하는 구씨

 

드라마 속 미정이는 살쪄서 당장 못 만난다고 했는데 나는 (재수 없게 들리겠지만) 늘 날씬해서 언제라도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당시 서른 중반이었던 내 앞머리에 처음으로 흰머리카락 하나가 나기 시작했다. 신기해서 그냥 길렀고 그를 만나러 가면서도 일부러 뽑지 않았다.

 

처음 재회한 날.

: ,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어요.

: 난 흰머리라도 좋으니 숱이라도 많았으면 좋겠어요.

햇살 밝은 거리에서 눈 부신 하늘보다 더 부신 마음으로 크게 웃었다.

......

 

내가 만났던 사람들만 그랬던 걸까.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런 건가. 이별한 지 1년 이상, 심지어 3년까지 지나서 헤어진 사람의 전화를 받곤 했다.

 

순정남 : (헤어진 지 3년 쯤 지나서) , 현대 그룹 입사했어.

: 축하해.

순정남 : 우리 만날까?

: ... 뭐하러.

순정남 : 서로 얼마나 변했는지 궁금하지 않아?

: 난 변한 거 없어. 건강하게 잘 살길 바라.

 

다비드 : 이 세상에서 말이 가장 잘 통했던 사람이 누나야...

: 난 그냥... 화술과 공감 능력이 발달했을 뿐이야. 그래서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해줄 줄 아는 거고. 말보다는 진심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 다시는 연락하지 말고.

 

헤어진 연인에게 전화하는 남자의 심리가 많이 궁금했다.

지인 1 : 너는 그리움보다 자존심이 세서 절대 연락하지 않는 거야. 그들은 자존심보다 그리움이 더 컸던 거겠지. 너를 정말 사랑했던 거고.

지인 2 : 언제 연락해도 받아 줄 거처럼 니가 만만했나보네.

 

지인 1은 늘씬한 미인형이었고 지인 2는 거의 항상 지친 표정에 미쉐린 타이어같은 뱃살을 두르고 있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이지안의 할머니는 박동훈을 보고 좋은 사람같다고 말한다. 마음이 열리기 전의 이지안은 말한다. 잘 사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 되기 쉬워.”

잘 사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미남 미녀도 좋은 사람 되기 쉽다. 세상으로부터 환대 받을 확률이 높고 그런 삶은 여유로워서 사건을 해석하는 시선도 따뜻할 수 있다.

 

외모지상주의라고 폄훼하지 말고 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한 날씬하고 예뻐질 일이다.

날씬하고 예쁘면 기분이 좋아지고, 기분 좋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해지고, 상호작용에 의해 주변 사람들도 친절해지고, 친절한 세상 속에 살면 좋은 사람 되기 싶다. 예쁨은 연기할 수 있다.

 

이별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옛사랑에게 연락하는 건 서로 추앙했던 기억 때문일 거였다. 박해영 작가는 추앙을 사랑보다 차원이 높은 감정으로 묘사하고 있다. 니가 주면 나도 주고 니가 싫으면 나도 싫은 게 사랑, 니가 안 줘도 나는 주고 니가 변덕을 부려도 나는 항상 자리를 지키는 게 추앙.

 

나는 어.느. 면.에.서.는. 추앙이 사랑보다 차원이 낮은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추앙 : 높이 받들어 우러르다.

사랑 : 낭만적이거나 성적인 매력에 끌려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열렬히 좋아하다. 

 

매력에 끌려 서로를 알아가는 시기에 우리는 추앙한다.너의 한마디 말도 너의 그 웃음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가 되고 너의 모든 것이 내게로 와 알 수 없는 수수께끼가된다.(산울림, 너의 의미 가사) 꼭 풀고 싶은 운명의 수수께끼라서 눈 떠 있는 시간은 수수께끼만 생각하는, 아니 저절로 생각나는 추앙의 시기가 있다.

 

추앙의 시기에 류는 여행지에서 모든 짐을 자기가 들겠다고 고집했다. 내 짐은 내가 들겠다고 수차례 빼앗으려 했지만 그는 짐을 넘기지 않았다. 그러나 수년이 흐른 후, 류와 나는 짐을 상대에게 떠넘기며 서로 자기 짐이 더 무겁다고 엄살떨었다. 나는 예전과 달라진 상황에 웃음이 빵 터졌는데 엄살떠는 류가 사랑스러워서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추앙은 모든 짐을 내가 지는 것이라면 사랑은 서로 짐을 나눠지는 것이다. 추앙의 시기는 오래갈 수 없다.

 

나는, 장필순의 노래처럼 나의 외로움이' 그들의 전화를 불렀던 건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내 청춘의 한 시절을 함께 했던 모든 이들이 안녕하고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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