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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델리아 오언스 저) 리뷰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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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살림출판사, 2019. 6. 21)은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해온 생태학자 델리아 오언스가 일흔 가까운 나이에 펴낸 첫 소설이다. 일흔 가까운 나이에 6살 소녀가 10, 14, 20, 24...로 성장하는 과정의 느낌을 농밀하게 묘사한 작가가 존경스럽다.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 같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어디일까?

 

가재가 노래하는 곳(델리아 오언스 저) 리뷰 줄거리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공간적 배경은 미국 남부의 노스캐롤라이나주 아우터뱅크스의 해안 습지. 시간적 배경은 1952년 주인공 카야가 여섯 살부터 시작하는데 카야의 성장 과정과 1969년에 일어난 체이스 앤드루스의 사망 사건이 교차 전개된다. 체이스는 부유한 가정형편, 고교시절 운동선수 출신, 잘 생긴 외모로 인기 많은 청년이었는데 습지 망루에서 떨어져 사망한 채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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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야 클라크의 아버지는 2차 대전 참전 상이군인으로 한쪽 다리를 다쳤다. 카야의 가족은 마을과 떨어진 습지의 판잣집에 산다. 아버지는 술에 절어 살면서 시시때때로 아내와 다섯 아이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한다. 카야에겐 네 명의 언니 오빠들이 있었다. 카야가 여섯 살 때 엄마가 집을 나갔고 이어서 언니 오빠들이 차례로 집을 나갔다. 아무런 인사도 없이. 그래도 바로 위의 조디 오빠만은 작별 인사를 했다.나 떠나야 해, 카야. 여기서 더는 못 살겠어.”

......

꼬마 돼지만 집에 남았어요.” 카야는 철썩이는 파도를 보고 말했다.

‘카야의 엄마는 자식들을 두고 집을 나갔다. 사슴 중에도 먹이를 구할 수 없으면 새끼를 버리고 떠나는 암컷이 있다. 새끼와 함께 굶어 죽느니 생명을 유지한 후 적당한 때에 다시 번식하면 된다. 그렇게 행동했기에 멸종하지 않았다.

어쩌면 원초적 충동이, 지금 시대와는 맞지 않는 태고의 유전자가 아버지와 함께 사는 스트레스와 공포와 위험에 반응해서 엄마가 우리를 듣고 떠나게 내몰았을지도 몰라.’

 

작가는 외로움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한다. 여섯 살 어린애가 사춘기 소녀로 자라고 다시 스물네 살이 되도록 경험한 외로움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카야는 아버지와 잘 지내보려고 고사리 손으로 부지런히 요리, 청소, 빨래를 하지만 아버지마저 카야가 10살 때 집을 떠난다. 카야는 홍합을 캐서 내다 팔아 스스로 벌어먹는다. 아무도 오지 않는 습지에 홀로 남아 문명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카야를 마을 사람들은 마시 걸’(‘습지 소녀보다 습지 계집애라는 해석이 맞을 듯), ‘늪지 쓰레기라 부르며 뾰족하게 차별한다.

 

 

카야에게 유일하게 친절한 사람은 유색인 마을에 사는 흑인 점핑 부부였다. 연안 부두에서 생필품과 배의 연료를 파는 점핑은 손님이 다가올 때마다 튀어 오르듯 일어난다고 점핑이라 불린다. 점핑 부부는 카야의 홍합과 훈제 물고기를 옷이나 신발 등 필요한 물건과 물물 교환하게 해 주고 2차 성징이 일어난 카야에게 대처법을 알려준다.

 

외로운 카야의 삶에 조디 오빠의 친구 테이트가 나타난다. 테이트는 14살의 카야에게 글 읽는 법과 숫자 계산하는 법을 알려준다. 마을 사람들은 카야를 야만인이라 불렀지만 테이트는 카야가 누구보다도 예민한 감성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라는 걸 알게 된다. 테이트는 카야에게 인간의 신체를 설명한 책을 주며 2차 성징을 준비할 수 있게 한다. 테이트는 카야를 사랑하지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떠나야 했다. 카야에게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하지만 수년 간 돌아오지 않았다. 카야는 램프 요정 지니처럼 간절한 기다림이 쌓여 원망이 된다.

 

마을에서 인기 많은 청년 체이스가 신비한 매력을 지닌 카야에게 다가온다. 체이스는 계속 거리를 두는 카야에게 결혼을 약속하며 접근했고 체이스의 남성적 매력에 끌린 카야는 연인 관계를 맺게 된다. 체이스가 결혼을 약속할 때 카야는 믿고 싶어서’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고 묘사된다.

 

‘체이스가 말했다. “별들이 왜 깜빡이는지 궁금해.” “대기에 동요가 생겨서 그래. 상층 대기권의 바람 같은 거 있잖아. 대부분 별은 너무 멀리 있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건 알지? 우리가 보는 건 별의 빛뿐인데 빛은 대기에 의해 굴절되거든. 당연히 별들은 정지해 있는 게 아니라 굉장히 빨리 움직이고 있지만.”’

대화에서 알 수 있듯 체이스보다 카야가 더 명민하다. 그러나 체이스는 카야와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카야는 체이스가 사는 세상에 속하고 싶었다. 체이스가 마을에서 어울리는 여자들을 보며 생각했다.

‘저 무리에 속할 수 있다면, 자기도 저 암사슴 무리에 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카야는 지역 신문에서 체이스가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읽고 인간 쓰레기 체이스와 헤어진다. 카야는 시를 읊조린다.

‘심장을 싹싹 쓸고

사랑을 잘 치워두네

다시는 쓰고 싶어질 일이 없으리

영원토록’ - 에밀리 디킨슨

 

카야는 엄마와 형제들, 아버지, 테이트, 체이스에게 버림받았다. 그런 그녀를 위로해 주는 건 습지의 갈매기들이였다. 끊임없이 몰려와 그녀를 감싸는 파도였다.

 

 

카야는 생각한다.

‘암컷 반딧불은 허위 신호를 보내 낯선 수컷들을 유혹해 잡아먹는다. 암컷 사마귀는 짝짓기 상대를 잡아먹는다. 암컷 곤충들은 연인을 다루는 법을 잘 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년 후 다시 카야 앞에 나타난 테이트는 카야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빈다. 그러나 카야는 맹렬한 분노로 테이트를 밀어붙인다. 그럼에도......

‘카야는 바람이 막 빠져나간 돛처럼 축 늘어졌다. 테이트는 첫사랑 그 이상이었다. 카야처럼 습지를 헌신적으로 사랑했고 카야에게 글을 가르쳐주었고 아무리 희박한 인연이라도 사라진 가족과 이어주는 유일한 끈이었다. 테이트는 시간의 한 갈피였고 스크랩북에 붙인 사진이었다. 카야에게는 오로지 그뿐, 다른 아무도 없었다. 분노가 옅어지자 카야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카야는 자기 발치를 내려다보았다. 왜 상처받은 사람들이, 아직도 피 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용서의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는 걸까.’

 

후일에 다시 만나게 된 오빠 조디에게 카야가 말한다.

“대부분의 수컷은 암컷들을 전전해. 무가치한 수컷들이 뻐기며 걸어다니고 거짓으로 암컷을 유혹하지. 그래서 아마 엄마가 아버지 같은 남자한테 빠졌을 거야. 나를 떠난 남자는 테이트 말고도 또 있어. 체이스 앤드루스는 심지어 결혼 얘기까지 들먹였는데 다른 여자와 결혼 했거든. 나한테는 말도 안 했어. 신문에서 읽고 알았어.”

“속상하지, 당연해. 하지만 카야, 신의를 지키지 않는 건 남자만이 아니야. 나도 속고 차이고 여러번 상처받았어. 사실 사랑이라는 게 잘 안 될 때가 더 많아. 하지만 실패한 사랑도 타인과 이어주지. 결국은 우리한테 남는 건 그것뿐이야. 타인과의 연결 말이야. 우리를 봐. 지금 이렇게 서로가 있잖아. 내가 아이를 낳고 너도 아이를 갖게 되면 그건 또 전혀 다른 인연의 끈이야. 그렇게 이어지는 거지. 카야, 테이트를 사랑하면 다시 한 번 모험해봐.”

 

먼 후일 나이 든 카야는 생각한다.

‘테이트의 헌신으로 카야도 결국 인간의 사랑이 습지 생물들의 엽기적인 짝짓기 경쟁 보다 훌륭하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지만, 삶은 또한 태고의 생존본능이 복잡하게 꼬인 인간의 유전자 어딘가에 여전히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로 남아 있다는 가르침을 주었다.’

 

벌새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섬세한 자연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문장이 아름답다.

'카야는 이 편지들을 주고받은 상대를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 평범한 빛이 벌새의 깃털에서 극도로 미세한 분광기를 통과해 수천수만 조각으로 부서져 어떻게 황금빛 도는 붉은 목덜미의 윤기를 만들어내는지, 색채만큼이나 깜짝 놀랄 만한 언어로 그런 말을 할 줄 아는 그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카야가 경험한 외로움과 사랑, 배신과 헤어짐, 의리와 돌봄, 편견을 극복하고 홀로 서기 등을 간접 체험하면서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체이스 살해 용의자로 감금된 카야는 어떻게 될 것인지 끝까지 몰입하며 읽었다. 영화로도 개봉된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 참 훌륭한 작품이다. 

카페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다가 후두둑 눈물이 떨어져 당황했던 구절을 끝으로 가재가 노래하는 곳리뷰를 마친다. 책을 읽은 사람만이 단 3줄 행간에 담긴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깃털 소년에게.

고마워.

- 습지 소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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