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를 키우는 당신의 컨텐츠/도서리뷰

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 리뷰(황유나 저) 어둠을 헤쳐 온 자의 응원

반응형

황유나 작가의 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리드리드 출판, 2023. 1. 5.)는 어둠을 헤쳐 온 자의 응원이 느껴지는 수필집입니다.

 

황유나 작가는 서강대학교 졸업 후 카드사, 증권사, 코스메틱 회사, 패션회사 등 다양한 업종에서 약 13년간 마케터로 일했습니다. 단기 비정규직의 서러움, 직장인으로서 밥벌이의 고달픔, 팀장으로서 중간관리자의 어려움을 경험합니다. 바로 옆집 이웃이 투신자살하는 순간을 1층에서 고스란히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은 후 죽음과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합니다. 수시로 우산을 잃는 등 잦은 실수를 저지르며 ADHD 였음을 뒤늦게 발견하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전국의 점집을 찾아다니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자신의 나약함을 솔직하고도 담담하게 써내려갔기에 일정 부분 공감하고 어떤 부분은 안타까워하며 읽었습니다.

 

책은 프롤로그와 19개의 챕터,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prologue : 어떤 상황에서도 쫄지 않을 나를 위하여

CHAPTER 01 크리스마스의 구원_아프도록 공감하는 것의 어려움

CHAPTER 02 어여쁜 구김살_생긴 대로 사는 법

CHAPTER 03 오리, 날다_꿈꾸는 일 놓지 않기

CHAPTER 04 즐기고, 미치며, 사랑하라_‘애정하는 것에 흠뻑 빠지기

CHAPTER 05 빛바랜 호랑이_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법

CHAPTER 06 알고리즘 인간_‘유일함의 어려움

CHAPTER 07 이끌린 학생운동_과도기에 방황하다

CHAPTER 08 어른 아이 성장기_내면의 아이에게 말을 걸다

CHAPTER 09 일기 예보_미래를 점쳐 보다

CHAPTER 10 잃어버린 우산_어른의 ADHD를 말하다

CHAPTER 11 팀장을 위하여_중간 관리자의 고군분투기

CHAPTER 12 AI가 온다_디지털 시대를 손님처럼 맞이하기

CHAPTER 13 시간의 가속도_시간 위를 달리다

CHAPTER 14 갑과 을의 병정놀이_계약직의 목줄은 누가 쥐고 있는가

CHAPTER 15 너는, 범고래_결손 없는 사람이 없다

CHAPTER 16 모성이 필요해_타고난 엄마는 없다

CHAPTER 17 춤추는 개구리_생과 사, 그 한없는 가벼움

CHAPTER 18 마음부터 챙김_내가 먼저 알아차리다

CHAPTER 19 낱낱의 아름다움_순간이 곧 전부이기를

epilogue : 우리가 움직이기에 세상이 변한다

 

 

저자가 프롤로그 마지막 문장으로 삼은 말이 인상 깊습니다.

“그러니 인생이여, 나에게 와락 쏟아지길. 어떤 모습이든 나는 쫄지 않을 테다.”

 

요즘 드라마 빨간 풍선이나 더 글로리에는 갑을 관계로 뒤틀린 친구 관계가 나옵니다. 나이 들수록 마음 수양이 된 사람은 둥글어지는 것에 반해 그저 나이만 먹으면 전두엽의 퇴화로 편협하고 뾰족한 사람이 되는 거 같습니다. ‘늙으면 다시 애가 된다는 말도 있지요. 오래도록 단점까지 보듬는 진정한 친구로 남기가 쉽지 않습니다. ‘친구란 나의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고 한정 한다면 진정한 친구가 몇이나 될까요.

 

저자는 말합니다.

‘한 사람의 좋은 친구로서, 따뜻한 선배로서, 아픔도 함께 품어주는 지인으로서 곁에 남아 있고 싶다. 좋은 점을 일깨워주는 것, 토닥이며 문득 안부를 묻는 것, 그리고 끄덕이며 공감해주는 것,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사소한 ‘구원’이다. 나와 그들을 위한.’

아픔도 함께 품어주고 좋은 점을 일깨워 주고 토닥이며 안부를 묻고 끄덕이며 공감해주고... 저자는 사소한 구원이라고 표현했지만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분명 지향해야 할 자세지만 실천은 쉽지 않기에 저는 그렇게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가까이서 부딪히면 감정적으로 일순 질투와 미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궁극적으로는 항상 잘 되길 빌어줄 수 있다면 족합니다. 진정한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좋은 지인 정도의 느슨한 관계가 적당한 거 같습니다.

 

 

살다보면 큰 사건사고와 맞닥뜨릴 때가 있습니다.

‘왜 하필 나였을까? 이 질문의 답은 오리무중이다. 답이 중요하지도 않다. 어떤 일은 그냥 일어난다. (중략) 확실한 것은, 어떤 상처건 받아들이는 법을 천천히 배워 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나? 이유가 뭘까?’라고 천착하다간 답 없는 의문에 매몰되어 일상을 살아낼 수 없고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저 벌어질 일은 벌어지고야 만다고 받아들이고 붕괴된 삶을 추스르며 살아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좋은 일도 벌어집니다. 경험담입니다.

 

저자는 열 살 때 외할머니댁에 얹혀 살아야했습니다. 아빠가 심부전증으로 고생 중이었고 엄마는 아빠를 돌보느라 딸을 돌볼 여력이 없었습니다. 백수 외삼촌이 술을 먹고 사흘 간격으로 외할머니에게 돈 달라고 행패를 부리는 환경이었지요. 외할머니는 남아 선호 사상이 심했기에 군식구인 외손녀에 대한 애정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아토피로 고생하는 저자에게 바셀린을 발라주었다고 합니다.

‘외할머니는 겨우 바셀린을 발라줄 정도의 마음만 열어주었다. 바셀린 한 통은 오롯이 내 몸뚱이에 발라졌다. 아낌없이. 바셀린은 여린 살갗의 만능 방어막이 되어주었다. 만취한 외삼촌이 소란을 피우는 와중에 주먹이나 발길이 내게 닿지 않은 것은 외할머니가 온몸으로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애정도 있다. 어쩌다 우연히 쓰임새를 갖게 되어 두루 쓰이며 어느 정도 우리를 보호해주는 것들이다. 투명해서 보이지 않지만, 찐득하기는 또 어떤 연고보다 찐득한 바셀린처럼 말이다.’

 

 

몽글몽글 솜사탕처럼 우쭈쭈 해주는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다면 행운입니다. 그러나 투명해서 보이지 않지만, 찐득하기는 또 어떤 연고보다 찐득한 바셀린같은 애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요. 바셀린 같은 애정은 주는 이도 받는 이도 보이지 않아서 지나칠 수 있지만 문득, 그 역시 애정임을 깨닫고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겠지요.

 

저자는 쌍둥이 출산 후 3년이 흐르도록 깊은 모성이 생기질 않았답니다. 그러다 쌍둥이가 까르르 밝게 웃으며 노는 모습에 생각합니다.

‘몸이 늙어지는 것보다 마음이 늙어지는 게 더 슬프다. 만물이 그렇게나 선명하고 밝았는데 이젠 모두 희멀건한 안개에 싸여 있는 것 같다. 한때는 어떤 것을 얻고자 하는 욕망도 없이 발견해내고 배워 나가는 과정에만 오롯이 몰입했었다. 성공하려는 욕심 없이 그저 물아일체의 경지에 오르는 것 자체가 희열이었다. 제법 세상을 알게 되었다고 오만해진 순간, 총천연색으로 찬란하던 세계는 반짝임을 잃었다.’

 

저자는 제법 세상을 알게 되었다고 오만해진 순간, 총천연색 찬란하던 세계가 반짝임을 잃었다지만 모성애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다시 반짝임을 찾을 수 있었을 겁니다. 모성애는 저자가 모르던 세상이니까요. MKYU 학장 김미경 선생님은 나이 들수록 새 힘으로 사는 거라며 어느 분야든 초보자가 되어 배우라고 격려합니다. 배움의 기쁨은 삶의 에너지가 됩니다.

 

정규직을 약속 받았으나 계약직 만료로 일자리를 잃은 후 자살 시도와 정신 병동에 입원 했던 저자는 시간이 흐른 후 정규직을 굳게 약속했지만 어긴 팀장을 떠 올립니다. 팀장과 저자는 갑과 을의 놀이도 안 되는, 겨우 병과 정의 놀이가 아니었나 생각하며 함께 지구별에서 사는 동안 그 역시 모쪼록 잘 지내길 바란다고 이야기하네요. 저자의 자실 시도는 팀장과 회사를 향한 살의에 가까운 분노에서 기인한 거겠지요. 그럼에도 감정을 아름답게 갈무리한 저자의 마음 챙김에 존경을 보냅니다.

 

많이 내성적이라 사회생활이 힘든 분, 매일의 삶이 버거운 분, 마냥 쾌활한 MBTI가 E형이라서 심한 I형을 이해하고 싶은 분께 일독을 권합니다. 인상 깊었던 저자의 말로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리뷰를 마칩니다.

[‘누구나’ 그저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할 뿐이다.]

 

 서평단 활동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블로그의 다른 글 읽기

2023 설 특선영화 KBS MBC SBS OCN Movies

나는 논어를 만나 행복해졌다 리뷰(판덩 저) 공자가 삶을 대하는 자세

인생 (위화 저)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울 때 읽어야 할 책

(아래 공감누르기는 더 잘 쓰라는 격려가 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