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책 소개하는 친구 올리브나무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은 위화의 ‘인생’이란 소설입니다. 저는 위화님의 ‘허삼관 매혈기’를 감동 깊게 읽었는데요. 삶의 애환을 해학으로 포장하는 고도의 기술에 감탄했습니다.
서문에서 위화는 ‘사람이 고통을 감내하는 능력과 세상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에 관해 썼다.’고 밝혔습니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소설의 원제는 활착입니다. 활착은 옮겨 심겨진 식물이 새로운 터전에 뿌리를 내리며 적응해서 살아가는 걸 뜻합니다.
제자 좋아하는 법륜스님이 즉문즉설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다람쥐가 골이 깊다고 한탄하고 나무가 높다고 원망하는 거 봤나? 눈뜨면 나무에 오르락내리락하며 도토리 줍고 사는 거야. 하루하루 그냥 사는 거야. 다람쥐도 저래 잘 사는데 우리가 우울하고 번뇌할 필요 뭐가 있노.”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아이고 스님~! 제가 사람이라서 가끔 우울하고 번뇌합니다, 사람이라서요~ 다음 생이 있다면 다람쥐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그러자 스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는데요.
“다음 생까지 기다릴 필요 뭐가 있노?! 지금 나는 다람쥐다~ 생각하고 살면 되지.”
인생이 우울하고 죽고 싶을 정도로 괴울 때, 위화의 ‘인생’, 꼭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인생(위화 저)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울 때 읽어야 할 책
소설은 1인칭 관찰자인 ‘나’가 푸구이라는 노인을 만나 그의 삶에 대해 듣는 구성입니다.
이야기 전개는 주인공인 푸구이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됩니다.
‘나’가 푸구이를 처음 보게 된 장면입니다.
소의 걸음이 느려지자 노인은 이내 다시 고함을 질렀다.
“얼시! 유칭! 게으름 피워선 안 돼. 자전! 펑샤! 잘하는구나. 쿠건! 너도 잘한다.”
나가 묻습니다.
“이 소는 도대체 이름이 몇 개나 됩니까?”
“이 소 이름은 푸구이야. 그거 하나지.”
노인은 웃더니 소에게 말합니다.
“엿듣지 마, 고개 숙여.” 그러자 소는 과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노인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소가 자기만 밭을 가는 줄 알까 봐 이름을 여러 개 불러서 속이는 거지. 다른 소도 밭을 갈고 있는 줄 알면 기분이 좋을 테니 밭도 신나게 갈지 않겠소?”
청나라 말, 주인공 푸구이는 지주의 아들로 귀히 자랐고 부잣집 딸이며 아름답고 현숙한 아내 자전을 얻었습니다. 자전은 딸 펑샤를 낳았고 둘째를 임신했지만 푸구이는 기생과 노름에 푹 빠져삽니다.
자전은 서로 다른 네 가지 야채로 요리한 네 개의 음식을 푸구이에게 내놓습니다. 야채 밑에는 모두 비슷한 크기의 돼지고기가 있었습니다. 푸구이가 말합니다.
‘여자들이 겉모습은 다 달라 보여도 아래는 모두 같다는 뜻이었지. 자전의 속내를 눈치 채고 이렇게 말해줬다네
“이런 이치는 나도 알아.” 정말로 이치는 나도 알았어. 하지만 위쪽이 다르게 생겼으면 그 각각에 대한 내 마음도 다 달라지니 난들 어쩌겠나. 자전은 그런 여자였어.”
푸구이는 룽얼이란 노름꾼에게 속아 결국 가산을 다 탕진하고 맙니다. 대저택과 땅은 룽얼에게 모두 넘어갔고 아버지는 홧병으로 돌아가십니다. 푸구이는 폐허 같은 집으로 옮기고 룽얼의 소작인이 되었습니다.
잘못을 뼈저리게 뉘우치며 길가에 쭈구리고 앉아 울고 있는데 푸구이를 업어 키운 머슴 창건이가 자나가다 “도련님!!”하고 부릅니다.
“도련님이라 부리지 말고 짐승이라고 불러.”
“빌어먹어도 황제는 황제고, 돈이 없어도 도련님은 도련님인걸요.”
“날이 곧 저물 텐데, 자네 집으로 돌아가.”
“그 집 말고 나한테 집이 또 어디 있다고.”
나는 창건의 가슴에 한 번 더 못을 박았던 거야.
집이 망해서 하인도 머슴도 뿔뿔이 흩어졌던 겁니다.
몇 년 후 창건은 거지같은 입성으로 푸구이 집에 찾아옵니다. 그 꼴을 보고 푸구이는 가슴이 아렸습니다. 오히려 창건은 고생하는 푸구이를 걱정하며 웁니다.
푸구이는 가족들 식사량을 줄여서라도 창건을 거둬주기로 결심합니다.
“창건, 자네가 돌아와서 정말 기쁘네. 마침 일손이 하나 부족하니 이제부터 여기 머물게나.”
창건은 그 말을 듣더니 나를 보고 웃더군. 웃다가 웃다가 결국 눈물을 쏟았지.
“도련님, 나는 도련님을 도울 기력이 없어요. 도련님의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무리 말려도 창건은 기어코 떠납니다. 그 뒤에 한 번 더 찾아와서 푸구이 딸 펑샤에게 머리 묶는 빨간 비단을 줍니다. 길에서 주운 걸 깨끗이 빨아서 품에 꼭 안고 일부러 찾아온 겁니다.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푸구이는 죽을 힘을 다해 밭을 일굽니다. 그렇게 농부의 삶에 활착해 갑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아파서 의원을 모시러 성내에 갔다가 누런 옷을 입은 국민당 병사들에게 끌려가 전쟁을 치르게 됩니다.
전쟁터에서 라오취안과 춘성을 만나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줍니다. 라오취안은 전사하고 나이 어린 춘성은 배고픔을 참지 못해 밀가루로 구운 떡인 다빙을 찾으러 참호 밖으로 나갑니다. 춘성은 푸구이에게 말합니다. “어디 가지 마세요. 다빙 찾아서 곧 돌아올게요.”
춘성은 돌아오지 않았고 푸구이는 해방군 포로가 됩니다. 곧 죽을 줄 알았지만 해방군은 포로들에게 따끈한 만터우를 주고 고향으로 갈 여비도 줍니다.
그렇게 푸구이는 2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그 사이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펑샤는 열병을 앓아 농아가 됩니다. 아들 유칭은 아버지를 몰라보죠.
공산당이 집권하자 룽얼의 재산은 몰수 되고 반동 지주로 낙인 찍혀 처형당합니다. 룽얼이 잡혀가며 말합니다. “푸구이, 너 대신 내가 죽는구나.”
아들 유칭은 달리기를 아주 잘하는 아이였습니다. 체육 선생님이 찾아와 세계적인 달리기 선수가 되도록 뒷바라지를 부탁할 정도였지요. 어느 날, 유칭 학교 교장이 아이를 낳다가 피를 너무 많이 흘립니다. 수혈이 필요하다는 말에 유칭이 제일 먼저 병원에 달려갑니다. 의사가 유칭의 피를 너무 많이 뽑아서 유칭은 죽게 됩니다.
푸구이는 병원에서 의사를 때리며 난동을 부리는데 마침 교장의 남편으로 계급 높은 현장이 병원에 나타납니다. 얄궂게도 현장이 바로 전우였던 춘성이었습니다.
“춘성, 내 아들이 죽었어. 나한텐 아들이 그 애 하나뿐이었네.”
“춘성, 자네는 나한테 목숨 하나 빚진 거라네. 다음 생에는 꼭 돌려주게나.”
곧 문화대혁명 시기가 오고 춘성은 주자파로 몰려 구타를 당하게 됩니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춘성을 마구 때리는 걸 본 푸구이가 나섭니다.
“제발 때리지 말아요.”
“그가 누군지 알아? 옛날 현장이야. 주자파(자본주의 노선을 걷는 실권파)라구.”
“난 그런 거 몰라요. 나는 그가 춘성이라는 것밖에 몰라요.”
밤에 춘성이 푸구이를 찾아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데요.
유칭의 일로 춘성을 원망하며 상종도 않던 자전이 말합니다.
“춘성 살아 있어야 해요. 우리한테 목숨 하나 빚졌으니까 당신 목숨으로 갚으라구요”
그러나 얼마 후 춘성은 목을 매 죽고 푸구이가 말합니다.
“사람 목숨이 아무리 질겨도, 일단 자기가 죽겠다고 마음먹으면 무슨 수를 써도 살 수가 없는 법이라네.”
펑샤는 혼기가 됐는데도 농아라 혼처가 없었는데요. 마침 머리가 왼쪽으로 기운 완얼시랑 선을 보게 되고 결혼합니다. 섬세하고 따뜻한 얼시는 펑샤를 무척 사랑했습니다. 아이가 생겼을 때 펑샤, 얼시, 푸구이, 자전은 너무도 기뻐하죠.
그러나 펑샤는 아이를 낳다가 죽고 맙니다. 얼시가 푸구이에게 아이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자 자전이 말합니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어미를 잃었으니, 쿠건(苦根)이라고 부르죠.”
쿠건은 괴로울 고에, 뿌리 근이라는 한자입니다.
자전도 노환으로 죽게 됩니다.
쿠건이 세 살 때 푸구이가 얼시에게 말합니다.
“펑샤가 죽은 지도 꽤 되었으니, 잊을 수 있으면 잊어버리게나.”
“저한테는 오직 펑샤를 그리워하는 복만 있을 뿐이에요.”
푸구이의 비극은 여기서 끝날까요? 저는 정말 오랜 만에 소설을 읽으며 밤을 새우고 눈물 흘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장이모우 감독은 이 소설을 원작으로 ‘인생’이란 영화를 만들어서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습니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위화는 이 작품에서 ‘개인과 운명의 우정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작가의 사명에 대한 위화의 말로 소개를 마칩니다.
‘작가의 사명은 발설이나 고발 혹은 폭로가 아니다. 작가는 독자에게 고상함을 보여줘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고상함이란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일체의 사물을 이해한 뒤에 오는 초연함, 선과 악을 차별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동정의 눈으로 세상을 대하는 태도다.
(......)
나는 내가 고상한 작품을 썼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책 소개하는 친구 책소친 올리브나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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