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 어디서 살 것인가
지은이 : 유현준
출판사 : 을유문화사
초판 1쇄 발행 : 2018년 5월 30일
안녕하세요? 책 소개하는 친구 올리브나무입니다.
저에게는 5년 넘게 카카오톡으로만 연락하는 친구가 있는데요. 매일 아침 서로를 위해 진심어린 기도를 해주고 있습니다. 그 친구가 우편으로 보내준 책이 건축가 유현준 교수님의 ‘어디서 살 것인가’입니다.
친구가 보낸 메시지입니다. ‘어디서 살 것인가. 참 신나게 읽었답니다. 강집사님께도 신나는 시간을 선물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박막례 할머니가 생각나네요. “편들아~ 니들은 감자 보내주는 친구 있냐? 나는 있다~ 양파 보내주는 친구도 있어~ 자랑해서 미안해~”
책은 여는 글 : 다양한 생각이 멸종되는 사회, 12개의 장, 맺는 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양계장에서는 독수리가 나오지 않는다.
2장 밥상머리 사옥과 라디오스타
3장 힙합 가수가 후드티를 입는 이유
4장 쇼핑몰에는 왜 멀티플렉스 극장이 있는가
5장 더하기와 빼기, 건축의 오묘한 방정식
6장 파라오와 진시황제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7장 현대인이 SNS를 많이 하는 이유
8장 위기와 발명이 만든 도시
9장 서울의 얼굴
10장 우리 도시가 더 좋아지려면
11장 포켓몬고와 도시의 미래
12장 공간의 발견
친구의 말대로 책을 읽는 내낸 신나는 경험을 했습니다. 기원전 3만 5천년 경의 알타미라 동굴(기원전 3만 5천 년 ~ 기원전 1만 1천 년)부터 2019년 6월 현재 착공 전인 현대차 신사옥 GBC(Global Business Center)까지, 동서와 고금을 넘나드는 건축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다리(bridge)를 설명하며 황순원의 <소나기>가 나오고, 강남 개발을 말하며 정우성, 박서준, 정해인이 나옵니다. 건축의 탈중심을 설명하면서 <라디오 스타>의 4명의 MC 체제를 예로 듭니다.
마치 비발디의 4계 중 1악장 알레그로를 듣는 느낌이었는데요. 건축이라는 전문 분야와 대중문화를 절묘하게 버무리는 솜씨가 바이올린의 현란한 기교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저자는 양계장 같은 학교 건물에서 12년을 생활한 우리 아이들에게 독수리 같이 날아보라고 하는 건 억지라고 말합니다.
책을 다 읽고 유현준님께 입덕해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을 찾아봤습니다. 국민 모두에게 좋은 집을 지어줄 수는 없지만 학교를 최상으로 건축해서 12년 간 좋은 곳에서 생활하게 해 주어야 한다는 의견에 두 엄지 척척 치켜세웠습니다. 코로나19로 등교도 제대로 못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한 요즘입니다.
하버드대학 경제학과의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도시’라고 말했는데요. 저자는 ‘건축물의 진정한 의미는 건축물이 사람과 맺는 관계 속에서 완성된다.’며 우리의 도시를 ‘다양한 생각이 만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21세기형 아고라와 원형극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변합니다.
건축과 관련된 사회학을 연구한 로버트 거트만에 의하면 ‘1, 2층 저층 주거지에 사는 사람들은 고층 주거지에 사는 사람보다 친구가 세 배 많다.’고 합니다. 저자는 스티브 잡스가 (지진으로 저층 주거지가 많은) 서부에 살았기 때문에 그 까칠한 성격에도 워즈니악 같은 친구를 사귈 수 있었을 거라고 합니다.
미네소타대 경영학과 조운 메이어스-레비 교수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3미터 이상 높이의 천장이 있는 공간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잘 나온다고 합니다.
저는 집보다 카페에서 더 집중이 잘 되고 글도 잘 써지는데요. 그 이유가 천장 높이 때문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도시가 아름답지 않다면 그것은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의 건축적 이해와 가치관의 수준이 반영된 것’이라며 ‘좋은 도시에 살고 싶으면 나부터 좋은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1인 주거가 대세인데요. 좁아진 주거환경을 대체할 수 있도록 도시 전체를 내 집처럼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보행자 중심의 네트워크가 완성되고 촘촘하게 분포된 매력적인 ‘공짜’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는 저자의 의견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홍콩상하이은행 사옥은 건축 당시 그 자리에 건축물이 들어서면 풍수지리적으로 홍콩 경제의 맥을 끊는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설계자 노먼 포스터는 1층을 텅 비게 설계해서 맥이 흐르게 했습니다. 빌딩의 각 층을 다섯 개씩 묶어 현수교 구조의 줄에 매달아 흡사 떠 있는 느낌의 건물이 완성되었습니다. 1층은 벽을 만들지 않고 시민들에게 개방했는데요. 일요일이면 가정부로 일하는 동남아 여성들의 쉼터가 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제약은 새로움의 어머니’라고 말합니다.
무거운 돌을 이용한 거석문화는 권력의 상징입니다. 우리나라의 고인돌, 영국의 스톤헨지, 중국의 만리장성, 티칼의 피라미드까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등산로에 작은 돌로 탑을 쌓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합니다. 우리는 스케일이 작아서 그런 돌탑을 쌓는 것이고, 높은 권력자는 대형 건축물을 남기는 것일 뿐이라는 말에 크게 웃음이 터졌습니다.
파라오와 진시황제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이런 유치찬란한 질문으로 친근하게 다가오는 바람에 유현준님께 입덕해 버렸습니다. 유치한 질문에 즐거워할 때 쓰윽 물리학을 들이댑니다. 각 문화권의 대표 건축물의 위치에너지를 구해서 상대 비교함으로써 당시 지도자의 권력을 비교하는 건데요. 위치에너지는 ‘질량×중력가속도(9.8)×높이’로 구하고 이집트 파라오 쿠푸 왕의 피라미드를 기준 1로 잡았습니다. 그 결과 만리장성은 2.3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만리장성은 진시황 이전에 이미 있던 성들을 연결했고 도자기 수출로 번 대금투입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쿠푸 왕이나 진시황이나 엇비슷한 권력을 가졌을 거라고 합니다.
<현대인이 SNS를 많이 하는 이유>도 권력과 관계있는데요. TV나 영화에 나올 수 없는 일반인들은 권력을 가지기 위해 페이스북 등 SNS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는 거라고 합니다. 팔로워 수가 많으면 인플루언서가 되고 작은 권력이 생기는 거겠지요.
우리 도시가 더 좋아지고 사람 친화적인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강북의 서울숲과 강남의 로데오 거리를 연결하는 보행자 전용 다리 만들기’, 하나의 큰 시립 도서관보다 여러 개의 작은 마을 도서관을 만들어서 어디서나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기, 강남을 따라 하는 개발이 아니라 지역의 특성을 드러내는 개발하기 등을 제안합니다.
‘평화적인 계층 이동 사다리가 없어서 폭력 외에 별다른 선택권이 없는 세상에서는, 폭력이 정당성을 가지게 된다.’는 저자의 말이 약간 충격적이면서도 공감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우리가 소유한 공간으로 대변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소비한 공간으로 대변된다는 말에도 공감했습니다. 제가 태국에서 만난 한 여행객은 명품백을 사는 대신 여행을 다닌다고 했는데요. 공유경제의 시대에 소유보다는 경험을 선택하는 추세입니다.
<12 장 공간의 발견>에서 저자는 서정성과 문학성을 마음껏 드러냅니다.
저자의 말을 그대로 옮겨봅니다.
‘징검다리는 하늘과 물 사이에 혼자 존재하는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건축물이다. (...) 소나기라는 갑작스런 자연의 변화, 징검다리라는 가변적인 건축 공간이 합쳐져서 만들어 낸 아름다운 이야기가 황순원의 [소나기]다.’
‘다리는 장애물로 나누어진 두 공간을 하나로 연결해서 소통하게 해 주는 건축 요소다.(...) 오늘도 이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다리 위에서 하늘과 물을 만나고, 다리 밑에서 생각에 잠겨 보면 어떨까?’
‘건축은 땅과 기후와 만든 사람에 의해서 다른 맛이 나는 포도주 같아야 하는데 소주 같이 대량 생산된 한국의 건축물’에 안타까움을 드러냅니다.
건축물을 만들 때 우리는 건축물 자체가 아니라 건축물이 담아내는 ‘삶’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말에 끄덕이게 됩니다.
저자에게는 ‘세상을 화목하게 만드는 건축을 하겠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또 독자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건축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영화 <블랙 팬서>의 대사로 유현준님의 <어디서 살 것인가> 소개를 마칩니다.
“현명한 자는 다리를 놓고, 어리석은 자는 벽돌을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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