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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김주혜 저) 리뷰 Beasts of a little 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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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다산책방, 20220928)은 유튜브 채널 피치 Peachy님 소개로 읽게 되었습니다. 김주혜 작가는 아홉 살에 미국으로 이민 갔기에 한국어를 모국어로 익힌 분입니다. 작가의 어머니는 어린 시절부터 독립운동가였던 외할아버지에 대해 들려주셨습니다. 외할아버지 김태희님은 김구 선생님 밑에서 독립운동을 했으나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분입니다. 김 작가는 한국 독자들이 독립 운동에 목숨을 걸었던 이들을 작은 땅의 야수들인 호랑이로 은유한 걸 알아줘서 좋았다고 합니다.

 

 

작은 땅의 야수들(김주혜 저) 리뷰

608쪽에 이르는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은 1918년부터 1964년까지 격동의 시기를 살아야 했던 인물들의 파란 만장한 삶을 펼쳐보입니다. 영어로 쓰여진 원작 ‘Beasts of a little land’를 박소현님이 옮겼습니다. 작가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옮기느라 고생했을 거 같습니다.

‘일출도 없이 찾아온 새벽은 그들을 둘러싼 나무들이 뿜어내는 회백색 은광을 비추며 은은하고 부연 빛으로 숲을 채웠다.’

‘제주의 바닷물은 모래사장 근처에서는 밝은 청록색이다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에메랄드빛 초록에서 사파이어의 파랑으로 점점 더 깊은 색채를 띤다.’

 

 

안옥희는 먹을 것이 부족한 가난한 집의 장녀로 태어났습니다. 열 살에 엄마 손에 끌려 기생집 하녀가 되기 위해 40리를 걸었지만 하녀 자리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엄마의 만류에도 자진해서 몸값 50원을 받고 기생 연습생이 됩니다. 시 짓는 것과 춤을 잘 추어서 경성 최고의 기생 중 하나가 되었다가 유명 배우가 되기도 합니다. 단 한 사람만 사랑하는 순정을 배신당해도 그저 슬픔을 삼키는 우아한 여인입니다. 늘그막에 제주도로 내려가 해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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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는 평안도가 고향으로 사냥꾼인 아버지 남경수로부터 호랑이에 대해 들었습니다. ‘호랑이가 자신을 헤치려고 하기 전에는 절대 호랑이를 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남경수는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 사냥하러 갔다가 산 속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얼어 죽기 직전 일본군인 야마다에게 구조됩니다. 야마다는 하야시를 따라 내키지 않는 사냥을 나왔다가 길을 잃은 참입니다. 남경수 덕분에 길을 찾아 하산하던 중 집채만 한 호랑이와 마주치는데 남경수는 일본인들이 총 쏘는 것을 막으며 호랑이와 대면하고 호랑이는 남경수와 눈을 맞춘 뒤 날 듯이 숲 속으로 돌아갑니다. 야마다는 마을에서 헤어질 때 남경수에게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은제 라이터를 주면서 힘든 일이 있으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합니다. 남경수가 죽고 남정호는 아버지의 유품으로 은제 라이터와 은반지를 소중히 간직한 채 개성으로 와서 거지들의 왕초가 됩니다. 기생들무리 속에 있는 옥희를 보는 순간 첫눈에 반한 후 오랜 세월 하늘의 별처럼 사랑하며 지고지순하게 옥희를 도와줍니다. 이명보를 통해 대한 독립의 당위성에 대해 깨닫게 되고 목숨 걸고 거사를 치릅니다.

 

 

김한철는 안동 김씨 집안의 장남입니다. 인력거꾼으로 어머니와 두 여동생을 먹여 살리느라 늘 허기가 집니다. 기생 옥희가 단골이 돼서 후한 삯을 줍니다. 가난에 허덕이는 인력거꾼이면서 늘 부자들만 상대하는 옥희를 짝사랑합니다. 옥희 역시 한철을 사랑하게 되고 옥희는 한철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물심으로 뒷바라지 합니다. 6년 후 한철은 옥희가 결혼하고 싶어 하자 (기생인 네가) 그런 생각할 줄은 몰랐다며 양반집 어머니가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한철은 부잣집 딸과 결혼합니다. 옥희의 평생 유일한 사랑이 남정호가 아니라 김한철이라는 게 참 야속했습니다.

 

이명보는 부잣집 자제로 일본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한 평생을 바칩니다. 이명보는 누구나 배고프지 않고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공산주의자가 됩니다. 남정호에게 누구보다 정직한 기개가 있다는 걸 알고 읽기와 쓰기, 대한 독립의 정당성과 필요성, 공산주의 사상, 일본어 등을 가르칩니다. 조국을 위한 평생의 노고와 희생에도 불구하고 이념 대립에 의한 억울한 죽임을 당합니다.

 

김성수는 이명보의 친구로 역시 부잣집 자제입니다. 대한 독립에 대해 냉소적이며 철저히 실리적인 사람입니다.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이명보가 독립 자금을 부탁하지만 거절합니다. 그러나 이명보의 독립 운동에 감동한 기생 단이가 삼일운동에 쓰일 독립 선언문 복사와 태극기 제작을 부탁하자 도와줍니다.

 

이 외에도 은실, 연화, 월향, 단이, 해순, 이토, 영구, 미꾸라지, 하야시... 허구가 아닌 현실 속에 있을 법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사냥꾼, 군인, 기생, 깡패, 학생, 사업가, 혁명가 등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인연이 섬세하게 직조되며 때로는 긴장감 있게 때로는 아련하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작은 땅의 야수들1987년 생인 김주혜 작가가 6년에 걸쳐 집필했습니다. 202112월 미국에서 출판되었다고 하니 한국 나이로 서른다섯 살입니다. 서른다섯에서 6년을 빼면 스물아홉 살부터 집필을 시작했다는 건데요. 그 젊은 나이에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지녔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거의 예외 없이, 다들 너무 당연하다는 듯 제 스스로를 정직한 인물로 여긴다는 점은 오랫동안 명보를 놀라게 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할 필요가 있을 때면 깜짝 놀랄만큼 영리하고 교활해 졌으며 너무도 약삭빠르게 머리를 굴리느라 심지어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정호는 뭔가 달랐다.’

작가는 단지 지금으로부터 백 년쯤 전, 여기서 멀리 떨어진 작은 땅에서 살았던 한국인들에 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인류 전체의 인간성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썼다.” 합니다.

 

미국 출판사에서 삼일 독립운동 부분이 너무 길고 일본군이 폭력적이라 수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김주혜 작가는 역사 속 기록이라 수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관철해서 그대로 출판되었습니다. 소설 속 독립 선언문은 삼일 운동 당시 사용했던 원문을 작가가 영어로 번역해서 실었습니다.파친코의 이민진 작가는 드라마 제작 시, 백인 배우 로 캐스팅 하려는 곳을 모두 거절하다가 동양인 배우 캐스팅을 받아들인 애플 플러스 TV와 계약했습니다. 작가님들의 호랑이 같은 기개에 존경을 보냅니다.

 

옥희는 개인적으로 기생이라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고 역사적으로 일제 강점기와 육이오 전란을 겪으며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경험했습니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팽팽한 이념대립으로 가장 가까운 사람이 사형당하는 걸 견딘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생각합니다.

‘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 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기 때문에. (중략) 살아가면서 처음으로, 그 어떤 것에 대한 소망도 동경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마침내 바다와 하나였다.’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읽어보시길 강추합니다.

작은 땅의 야수들 소개 피치 채널 영상

 

 “호랑이 만큼은 정말이지 놓치고 싶지 않아. 일본에는 그처럼 사나운 맹수가 없거든. 영토로 따지면 우리가 훨씬 더 큰 나라인데도 말이야. 이 작은 땅에서 어떻게 그리도 거대한 야수들이 번성할 수 있었는지 신비로울 따름이야.” - 소설 속 인물 이토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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