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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에게 남긴 강바오의 친필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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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에서 FT 성향 비율이 비슷해서 ENTJ였다가 ENFJ였다가 한다. 인간관계에서 이성적인 선 긋기를 잘하면서도 어떨 땐 나사 풀린 듯 금방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회색 앵무새 루몽다로(루이, 몽몽, 다정, 로미) 영상을 보면 귀여워서 심장이 간질 거렸는데 10개월 전부터 푸바오에게 폭~ 빠졌다. 푸바오 만나러 에버랜드로 찾아갈까 계획도 여러 번 세웠지만 실행할 만큼의 애정은 없었나보다.

 

 

강철원 사육사님이 중국에 푸바오를 남겨두고 오시기 전 친필 엽서를 남겼다. 또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할부지가 너를 두고 간다.’는 말에 함축된 감정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2020720, 197g의 네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피붙이처럼 애지중지 돌본) 할부지가 (두려움을 느끼며 낯선 곳에서 혼자 적응해야하는) 너를 두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한국으로) 간다......”

 

 

 

나는 푸바오의 몸짓과 표정 하나하나에 빙그레 미소 지었다가 폭소를 터뜨렸다가 안타깝다가... 엄마로부터의 독립, 사육사님으로부터의 독립, 마지막 출근날, 한국과의 이별 과정마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실물을 본 적도 없는 내가 이 정도인데 사육사님들 심정은 말해뭐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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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푸바오를 애정하게 된 건, 푸바오의 탄생부터 중국으로 출국하기까지의 판생을 영상으로 봤기 때문이다. 강바오 강철원님과 송바오 송영관님의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기록된 영상들을 속속들이 봤기 때문이다. 푸바오를 잘 알게 된 것이다. 알게 되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 애정하기 쉽다.

 

 

푸바오를 알게 되니까 러바오와 아이바오를 알게 되고 아이바오의 엄마 신니얼을 알게 되었다. 푸바오 이모인 여걸 판다 페이윈을 알게 되었고 푸바오와 세계 판다 인기 1~2위를 다투는 허화를 알게 되었다. 갈색 판다 치짜이의 귀여운 영상들도 보게 되었다. 푸바오의 유력한 신랑감 후보인 프랑스 출생 판다 위안멍(별명 어린왕자)도 알게 되었다.

 

 

중국 밖에서 태어난 판다가 만 4년이 되기 전에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워싱턴 조약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다음 백과에 실린 내용은 다음과 같다.

“1973년 미국의 워싱턴에서 결정되어 '워싱턴 조약'이라고 한다. 정식 이름은 '멸종 위험이 있는 야생 동식물의 국제적 거래에 관한 조약'이다. 영어의 첫글자를 따서 'CITES'라고도 부른다. 멸종 위험이 있는 종으로, 상업 목적으로는 거래할 수 없다. 무역 거래는 할 수 있지만, 수출 허가증과 증명서가 필요하다.”

 

 

푸바오를 보내면서 오열하는 사람들을 보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분들도 많다. 다음은 이런 입장의 분의 글에 달린 댓글이다.

푸바오 가서 슬프네 - 이해함

푸바오 가서 슬프네 눈물남 - 이해함 근데 좀 주접임

푸바오 가서 슬프네 폭풍오열 - 외로움에 미쳐버린 정병

푸바오 가서 슬프네 근데 왜 너는 공감 안 해 가스실

공감을 강요할 수 없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가스실은 동의할 수 없다.

 

 

내가 푸바오와의 이별이 슬퍼서 눈물을 흘리지만 공감해 달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같은 맥락에서 푸바오 보고 폭풍오열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이해하지만 외로움에 미쳐버린 정병이라고 판단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어떤 분은 여러 장의 판다 사진을 업로드하고 이 중에서 푸바오를 찾아보라고, 그 판다가 그 판다라 찾지도 못할 거면서 왜 난리법석이냐고도 한다. 그 분께 어린왕자의 장미에 대해 말해 주고 싶다.

 

어린왕자가 지구에 와서 오 천 송이의 장미꽃을 보고 엎드려 운다. 자기 별에 있는 장미꽃을 유일무이 소중하게 여겼는데 오 천 송이나 있다니 실망했고 그 사실을 장미가 알면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을 것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우로부터 관계의 길들임에 대해 배운다.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 때문이란다.”

 

 

그랬다. 전 세계 총 개체수 1,800마리 정도로 추산되는 판다 중 콕 찝어 우리 푸바오 영상을 보면서 나는 많은 시간을 소비했고 푸바오에게 깊은 정이 들어버렸다. 푸바오가 중국에서 잘 적응하고 좋은 사육사님의 관리를 받으며 건강한 짝을 만나 자연번식도 성공했으면 한다. 푸바오에게 계속 관심을 갖고 영상을 찾아보게 될 것이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 나랑 다른 입장도 있겠거니 인정하면 된다. 서로 헐뜯는 것은 많이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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