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으로 다니는 길이 아닌 뒷길은 한적한 도로에 면하고 있다.
그 도로 양쪽 가로수가 벚꽃 나무다.
지난 월요일,
벚꽃을 감상하기 위해 목적지까지 살짝 돌아가야 하는 뒷길을 택했다.
화안한 벚꽃 아래서 은발의 할머니가 내게 미소를 보냈다.
짧은 커트 머리에 앞쪽 치아가 두 개나 빠져서 그 부분이 검게 보였다.
계속 미소를 머금은 채,
“집에 그냥 앉아 있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라고 했다.
나도 마주 웃으며 “그러게요.”라고 답하고 걸음을 옮겼다.
한참 걸어가고 나서야 “사진 찍어 드릴까요?”라고 묻지 않은 게 아쉬웠다.
헤어스타일, 옷차림, 빠진 치아...
할머니의 녹록치 않은 세상살이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활짝 웃으며
봄날을 벚꽃을 즐길 수 있는 여유에서 할머니의 높은 EQ를 짐작할 수 있었다.
마음 부자였다.
전방에 아기 띠로 아기를 안고
빈 유모차를 밀며 벚꽃 구경하는 젊은 엄마가 보였다.
할머니께 못해드린 사진 촬영을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일었다.
“아기가 참 예쁘네요~ 사진 찍어 드릴까요?”
젊은 엄마는 정말 고맙다면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전경이 가득 차고 인물이 작게 담긴 사진,
전경과 인물이 반반 담긴 사진,
인물 위주의 사진, 이렇게 3장을 찍어 주었다.
나의 목적지는 약국이었다.
잦은 염색을 피하기 위해 새치커버 틴트를 사기 위해서다.
약국 점원은 마지막 하나 남은 것이라고 했고 나는 유통기한을 확인해 달라고 했다.
유통기한이 다 되어서 새 상품으로 주문해 놓겠다고 했다.
삼 일 후 다시 오겠다며 나가려는데 약사가 불렀다.
약사 : 색깔은 맞으세요? 그럼 그냥 가져가세요.
나 : 그럴 수는 없지요. 50% 세일해 주세요.
약사 : 드릴 수 있으니까 드리는 거예요~ 정말 괜찮으니 가져가세요.
나 : 감사합니다. 그럼 뭐라도 사야하는데... 쌍화탕 한 박스 주세요.
내가 약사였던 남편에게 바랐던 것이 바로 이런 여유로운 태도였다.
대다수의 약사는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돈을 많이 번다.
너무 더워서 생수를 하나 사려고 ‘행복한 식자재 마트’에 들렀는데
바나나가 싸기에 한 송이 집어 들었다.
카운터에 줄을 섰더니 앞에 있던 여자분이 먼저 계산하라고 비켜준다.
나 : 아니에요~ 저 안 바빠요. 순서대로 하세요.
여자분 : 두 개밖에 없잖아요. 저는 많아요.
여자분은 구태여 내 뒤로 가면서 자기도 안 바쁘다고 했다.
나는 “고맙습니다”라며 여자분의 호의를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나, 요즘 감정이 아주 좋은 상태에 있나보다.
감정이 평안하고 좋은 상태일 때 좋은 것들이 마구 끌려온다고 한다.
벚꽃 길 할머니, 약사님, 마트의 여자분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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