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 삶 사랑.../일상 소소한 이야기

얼마나 많은 일 생각나게 하는 벚꽃이런가

반응형

시방,

세상은,

아롱다롱 꽃대궐.

 

몽실 몽환 산수유

분홍 화사 진달래

보라 여리 제비꽃

황금 폭포 개나리

 

봄 햇살 눈부신 풍경 속을 걷다가 

뽀얀 구름빵 목련 앞에서 멈춤.

 

박경리 문학 공원.

삼동을 견딘 벚나무.

귀기울이면 토독토독 토도독

꽃눈 틔우는 소리 들릴 듯하다.

 

 

문학 공원에는 박경리 선생이 살았던 집이 있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 박경리, '옛날의 그 집' 중에서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로 문학계의 큰 별이 되신 분. 

 

어느 시인은 궁형 당한 사마천을 생각하며 썼다.

 

세상의 사나이들은 기둥 하나를

세우기 위해 산다

좀 더 튼튼하고

좀 더 당당하게

시대와 밤을 찌를 수 있는 기둥

(중략)

그런데 꼿꼿한 기둥을 자르고

천년을 얻은 사내가 있다 

기둥에서 해방되어 비로소

사내가 된 사내가 있다.

(중략)

천년 후의 여자 하나

오래 잠 못 들게 하는

멋진 사나이가 여기 있다.’

문정희, '사랑하는 사마천 당신에게' 중에서

 

사마천 선생의 절대 고독을 생각하는,

박경리 선생의 '세상 끝의 끝' 고립감을,

살짝 공감해 보는 것만으로도, 진저리가 쳐졌다.

 

 

이이이이잉

부우우우웅

벌들의 날개 울음에 귀기울이며 벛꽃 그늘 아래 잠시 머물다. 

벚나무 가지를 흔드는 건 벌인가 바람인가

 

얼마나 많은 일 생각나게 하는 벚꽃이런가

- 마쓰오 바쇼, 하이쿠 모음집 중에서


장미, 카라, 프리지어... 수시로 꽃을 선물해 준 아이올로스(바람의 신).

꽃을 받아 들 때마다 마음이 꽃보다 화사하게 피어났다.

4월 어느 날.

환한 벚꽃 언덕 길을 걸어 내려오던 아이올로스.

부드러운 바람에 연분홍 꽃잎들이 나풀나풀 떨어져 내렸다. 

천천히 천언천히 마주걸으며  

클레오 레인의 ‘He was beautiful’을 떠올렸다. 

'영원'을 경험하는 '순간'.

 

......

시들어 버리는 생화보다

가성비 갑 반영구 조화를 사다 주는 나르시소스.

조화 카네이션, 조화 선인장...

‘선물은 고맙지만

조화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웃으며 말했건만,

올해도 조화 장미를 받게 될 줄이야.

. . .

......

 

봄이 벚나무에게 하는 것을 나는 너에게 하고 싶어

- 파블로 네루다

 

봄이 벚나무에게 하는 것을

나는 나르시소스에게 해 줄 수 없지만,

건강한 뼈와 살과 피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바나나 오트밀 빵을 구워야겠네.

 

블로그의 다른 글 읽기

건강빵 만들기 바나나 오트밀 빵

GS리테일 주가전망

(아래 공감누르기는 더 잘 쓰라는 격려가 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