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를 좋아하는 친구 덕에 자주 콘서트에 갔던 적이 있다.
무대를 장악해서 무대가 꽉 차 보이는 가수가 있는가 하면
무대에 눌려 작아 보이는 가수도 있었다.
이문세는,
화려한 댄스나 현란한 조명 없이도 무대가 꽉 차 보였다.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이문세의 옛사랑이 흘러나왔다.
수돗물을 끄고 동작을 멈췄다.
‘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었지
지나간 일들이 가슴에 사무쳐
...... 옛사랑 그 이름 아껴 불러 보네......'
“누나 그거 알아? 사랑이 지겨울 때가 있어.
5년 간
사랑을 다해 사랑한 사람과 헤어진 후,
내겐 낮도 밤이었어.
검푸른 밤, 잠 못 들고 생각하는 거지.
‘누군가를 만나서 처음부터 다시 사랑하는 일, 참 지겨운 일 같다...’
그렇게 오래도록 아무도 좋아지지 않다가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만났는데, 그게 누나였어.
근데 누나는... 겨우 두 살 어리다고 밀어내기만 했지.
우리 미랑이는 내가 많이 어려도 나를 존중해 줘."
주말도 반납한 채 일에 빠져 살던 스물아홉의 율은,
문득, ‘일만하다 서른을 맞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작은 일탈로 영화 동호회에 가입하고 첫 모임.
회원들과 영화를 보고 호프집에서 감상평을 신나게 나누고 헤어졌다.
동호회장 민준의 해박한 영화 지식이 놀라웠다.
영화가 심심풀이 오락이 아닌 예술의 한 장르구나 생각게 됐다.
다음 날 이메일 함에서 민준의 편지를 발견한 율은
헤어지기 전 서로 명함을 교환했었다는 걸 기억했다.
[선우율씨. 여러 차례 망설이다 '보내기'를 누릅니다.
늦은 시간까지 유쾌하게 어울리면서도 단정한 모습,
첫 눈에 반했답니다..................................]
율은 거울을 볼 때,
자신이 너무 예뻐서 볼을 살짝 부풀리고 눈을 크게 뜨거나
입꼬리를 올리고 환하게 웃어 보는 등 여러 표정을 지어보곤 한다.
관심 받지 못한 아기가 스스로를 사랑하게 된 것, 나르시시스트.
하지만 누군가 첫 눈에 반할 외모는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스물아홉 해 동안 율에게 남자는 경쟁의 대상일 뿐이었다.
변변한 연애 경험도 없는,
안경잡이 일중독 노처녀 대리가 율이었다.
신입회원이라고 살뜰히 챙겨주던 민준을 떠 올렸다.
티 없이 하얀 얼굴, 보기 좋게 솟은 콧날,
쌍꺼풀진 서늘한 눈매, 부드럽게 웨이브 진 반짝이는 머리카락.
온실 속에서 자랐을 거 같은 여유로운 매너와 표정.
율은 결론 내렸다.
‘바람둥이 애송이구나.’
[연하는 제 취향이 아닙니다.
동호회에서 조금 아는 누나 동생으로 지냈으면 합니다.]
[선우율씨.
저는 누나라고 부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이제부터 선우율씨를 누나라고 부르겠습니다.
누나. ‘접속’ 시사회권이 생겼는데 같이 볼래요? 같이 봐요!]
율은 몰랐다.
민준을 통해
세포 하나하나가 화르륵 깨어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을.
6년이 흐른 후, ‘사랑이란 게 참 지겹구나...’ 독백하게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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