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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삶 사랑.../일상 소소한 이야기

쁘띠 또라이 부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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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애성 성격장애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많이 보다보니

도반(남편)은 최고로 심한 상태는 아니었다.

쁘띠 또라이라고나 할까.

2년 전쯤 남편은 도를 닦으며 살고 싶다고

자신은 도사, 나는 도녀라고 명명했다. 역시 쁘띠 또라이다.

장단을 잘 맞춰주는 내가 말했다.

그럼 우린 이 세상을 도량삼아 도반으로 지내면 되겠네요!”

두 손을 앞으로 모아 쥐고 고개를 숙이며

사형! 따거! 잘 부탁합니다~”했다. 역할극을 즐기는 나도 쁘띠 또라이다.

 

1년간 연애를 했어도 우린 서로에 대해 너무 몰랐다.

도반은 내가 착하고 이해심이 많아서 좋다고 했고

나는 도반이 선비같이 고아하고 마음이 넓어서 좋다고 했다.

둘 다 연기도 참 잘 했다! 아주 대종상 배우들 나셨다~

 

결혼 초기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부부싸움을 한 후

상심해 있는 도반을 보니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착한 줄 알고 결혼했는데 자기주장이 강해서 놀랐지요?

우리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잘 살아보아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자니, 참 꿈도 야무졌다.

쁘띠 또라이에게 다름은 틀림을 의미하고

다른 의견은 용날할 수 없는 공격으로 받아들여

불같이 화를 내는 특징이 있는 것이다.

그것때문에 괴로웠고 고통스러웠는데,

이제 쁘띠 또라이에 대한 지식으로 무장하고

대처법을 아는 나로 한층 업그래이드 되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이제 내 손안에서 잘 다룰 수 있겠다는 자신감 뿜뿜!

이 근자감 무엇~? 나 역시 자아도취 성향의 쁘띠 또라이기 때문^^

 

 

도반은 내게 줄 과자를 사오곤 한다.

- 오빠앙~ 나 과자 안 좋아해~

* 에이~ 좋아하면서 그런다~

- (@.@ 내가 좋아하는 것도 당신이 결정해???)

- 정말이얌. 정말 안 좋아해요. 자꾸 사다주니까 그냥 먹는 거야.

안 좋아한다고 아무리 말해도 계속 사다준다.

다른 사람의 의견, 감정 따위 가볍게 무시하는 쁘띠 또라이의 특징이다.

어차피 사다 줄 거라면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에이스를 부탁했다.

 

 

쁘띠 또라이의 스케일이 남다르다.

저거슨 그냥 과자가 아니다.

쁘띠 또라이가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애정이다.

에이스라고 쓰고 애정이라 읽는다.

 

숲을 이룬 토마토, 그 와중에 익은 열매

 

마당에 심은 토마토가 무성하게 숲을 이뤘다.

- 오빠~ 토마토 키우는 분들이 곁순을 따줘야 열매가 튼실하대요.

* 넌 어떻게 그렇게 남의 말만 듣니? 그냥 놔 둬라.

 

~~ 토마토 키워본 사람 말을 듣고 따라하는 게 맞는 거 아님?

그 어떤 남의 말에도 귀를 막겠다는,

쁘띠 또라이 말에 황당하기보다 진정 웃겨서 웃음이 났다~

 

나의 쁘띠 또라이는 마흔에 수능 쳐서 상위 1% 성적으로 약대 입학.

집안의 우환으로 공사장 잡부에 휴학도 하고 어렵게 공부.

마흔 일곱에 약사 고시 합격하고 약사가 되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의 스토리를 듣고 박수를 짝짝짝~ 쳐 주었다.

진심 존경스러웠다.

뿐이랴. 보일러가 망가져도 혼자 분해해서 수리하고

오직 혼자 힘으로 황토 오두막을 짓기도 했다.

나는 그때마다 짝짝짝~ 박수를 쳐주었다.

평창 전원주택. 오른쪽에 멋진 이층집과 황토방이 있는데 오두막을 짓고 있는 도반.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생각났다. '묻지 마라~ 왜냐고~ 또라이 가는 길~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그런데 아주 사소한 일들,

이를테면 전등을 갈아도 이리 와보라며 내 앞에서 불을 껐다 켰고

나는 짝짝짝~ 박수를 쳤다.

기분이 좋아서 광대가 승천하는 도반을 보면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알고 보니 쁘띠 또라이들은 칭송 받는 걸 아주 좋아한단다.

어린왕자(쁘띠 프린스~)가 박수를 치면

모자를 벗어 인사하던 멋쟁이 신사가 생각났다.

계속 박수치는 것에 지루해진 어린왕자는 다른 별로 떠난다.

생텍쥐페리는 이런 인간 유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나는 계속 박수치는 걸 즐기고 있고

쁘띠 또라이가 기뻐하는 모습이 참 귀엽기도 하다.

 

우리 도반 또라이는

자기애로 무장한 나 같은 또라이나 되야~ 감당할 수 있을 거 같다.

아무래도 우리는 천생연분 쁘띠 또라이 커플인건가. 

 

미움으로 마음을 낭비하지 말자.

일상의 쁘띠 또라이들에겐 자비를, 당신에겐 평화를.

또라이의 질량은 보존되고, 나도 누군가의 또라이였다.’

- 김수현 작,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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